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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는 '혀'를 조심하는 해가 되자
안호원 위원 | 승인 2014.01.19 23:35

사랑의 언어는 입술에 발린 가시적인 아첨이 아니다.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당신이란 인간이 얼마나 야비하고 잔인한지 알기나 알아” “이젠 당신 목소리 듣기도 지긋지긋해” “끝내요” “몇 십 년 밥 해준 게 억울하다” 어느 부부간의 대화인데 아내가 남편에게 퍼붓는 소리다. 오죽하면 저런 말을 할까 하지만 그 세치 혀가 휘두르는 말이 남편에게는 얼마나 가슴에 큰 상처를 남기는지 모르는 것 같다. 문제는 그런 아내의 말에 남편이 잘 모르는 것 같다는 것이다.

올해는 청마의 해, ‘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지다’는 새해 인사 문구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움찔해진다. ‘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지다’ 물론 그 말이 덕담이라면 좋지만 막말, 저주의 말이라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생각하니 가슴이 섬뜩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지다’라는 그 말 자체가 아니라 어떤 형(形)의 말을 하느냐에 따라 축복이 되고 저주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사람,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경우 ‘혀’를 더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 공식석상에서 ‘부적절한 언어 표현’으로 행여 지적이라도 받게 되면 ‘표현의 자유’라고 되려 반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있는 민주국가지만 상대방 인격을 훼손치 않는 범위 내에서의 자유다. 표현의 자유도 분명 경계선이 있는 것이다. 특히 지도자의 경우 자신의 혀로 내뱉는 말이 다른 사람을 격려하는 말인지 무너뜨리는 지를 생각하고 신중해야 한다.

혀는 말(馬)의 재갈이나 배의 키와 같이 그 크기에 비해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작은 불씨 하나가 숲을 태울 수 있는 파괴력을 갖고 있듯 혀를 함부로 놀리면 ‘죽이는 무서운 독’이 되어 본인은 물론, 타인에게까지도 파멸시킬 수 있다. 그래서 너나 예외없이 혀를 ‘흉기이기 보다는 이기(利器)’로 사용돼지도록 의식적인 자제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무리 ‘돌직구’가 만연하는 시대라도 ‘날 것의 언어’ 보다는 ‘숙성의 언어’를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성숙한 모습이 필요하다. 이미 지난해의 일이지만 대통령을 ‘당신’이라고 부른 정치인은 반박 여론이 거세지자 그것이 존칭어라고 우겼다. '당신'은 3인칭일 때는 높임말이지만 2인칭일 때는 예사말이 된다는 것이다.

당신이라는 말은 부부나 동료 사이에서 스스럼없이 쓸 수 있는 호칭이다. 면전에 없더라도 청자(聽者)인 2인칭으로 쓰면 존칭이 아닌 것이다. 우긴다고 해서 어법(語法)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하는 게 참으로 무서운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상상도 못할 일들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정치권은 막말의 경연장을 방불케 했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귀태(鬼胎) :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이 태어났다는 뜻) 발언에 앞서 같은 당 장하나 의원이 박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고 불행했던 개인 가족사를 들먹이며 현직 대통령을 저주한 양승조 최고의원의 막말, 모두가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러울 정도의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정치권뿐이 아니다. 준엄해야 할 법정은 판사의 막말로 곤욕을 치렀고 거기다 한술 더 떠 섬나라 일본정부의 역사 왜곡 망언은 더욱 더 국민들의 치를 떨게 한다.

‘대恨민국’ ‘가화만사性’ ‘死법부’처럼 뜻을 비틀어 쓴 시사만평도 많은 사람들에게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는 세계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정의했다. 언어의 혼란은 정식 세계의 파탄을 의미한다. 말은 곧 인격이요, 국격(國格)이다. 2014년 청마의 해. 그런 말의 해. 우리는 말(言)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아무래도 언어를 정화시킬 수 있는 언어 청지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사랑의 언어는 입술에 발린 가시적인 아첨이 아니다. 단 한마디를 말하더라도 진심과 정성이 담겨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반드시 그 말에 대한 책임까지도 지킬 줄 알아야 한다. 우리의 입술이 축복의 샘이 되어 올해는 아름답고 축복의 샘이 넘치는 말들만 했으면 좋겠다. 새해 결심을 ‘혀를 지키는 해’로 정해보면 어떨까. ‘할 말과 하지 말아야할 말’을 구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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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 위원  egis01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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