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은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주제이긴 하다. 문제는 대학생다움이다.”

▲ 1일 저녁 조건없는 반값 등록금 이행을 촉구하는 대학생들이 명동역에서 롯데백화점 앞으로 행진을 하던중 경찰이 저지하자 그자리에 멈춰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데일리안

이에 따라 반값등록금 촛불시위가 제2의 미국산 쇠고기 촛불시위로 발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진보 성향의 대학생단체인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은 지난달 29일부터 광화문에서 반값등록금 촛불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촛불시위에 비해 속도는 느리지만, 이미 흥행면에서는 넘어섰다. 100명의 시위로 촉발된 반값등록금 촛불시위는 5일째인 지난 2일 1000명을 넘어섰다. 트위터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유명 인사들도 이날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날라리 선배부대’로 불리는 일반인 600여명과 민주당 안민석 의원, 배우 권해효 김여진 씨, 방송인 김제동 씨 등이 자리를 함께 한 것.

한대련 측은 자신감을 얻은 분위기. 미국산 쇠고기 촛불집회 당시 장시간 시위를 이끈 원동력은 시민들의 지속적인 참여가 이어졌다는 점이다. 반값등록금 촛불시위에서도 그런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민들이 시위 참여자들에게 피자와 통닭, 과자, 음료수 등을 전달하는가 하면, 트위터를 통해 시위 소식을 접한 30~40대 직장인들도 합류했다.

서민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한해 1000만원을 육박하는 등록금은 가계에 상당한 부담이다. 반값등록금에 대한 지지는 빡빡한 살림살이에 시름하는 중장년층 부모와 그들을 바라보는 20대 자식들의 고민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반값등록금의 정당성이 한대련의 ‘소통방식’으로 인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낮은 등록금과 양질의 교육컨텐츠, 그리고 부실대학 구조조정의 필요성 등 대학교육체계 전반에 대한 사회적 논의로 확산되지 못하고, ‘등록금 깎기’라는 지엽적인 논쟁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대련 측은 시위 시작 때부터 세종로·종로·명동 등 서울 도심지에서 가두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당시 대학생 73명을 연행하며 ‘불법행위에 엄중대응’을 방침을 천명했지만, 한대련 측은 가두시위를 이어갔다. 2일에는 문화제를 끝낸 뒤 종각 방향으로 향하는 4개 차도를 점거하고 광화문 우체국 앞까지 행진하면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이 3차례 해산 명령을 내렸지만 1시간 30분 가까이 가두시위를 계속됐다. 이로 인해 광화문 일대 교통이 1시간여 동안 정체를 빚었다.

도로점거 등 불법행위를 하면서 자신들 주장의 정당성만 내세우는 소통방식이 더 많은 참여와 지지를 막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보수 성향 대학생단체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반값등록금 문제는 고물가에 허덕이는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라며 “그러나 ‘불법시위’ 논란이 나오는 소통방식이라면 오히려 이 문제를 대학생만의 것으로 한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산 쇠고기 촛불시위 이후 자발적 시위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지만, 더불어 불법행위에의 거부감도 높아진 탓에 그런 논란을 비껴갔어야 했다는 주장.

더구나 일부 좌파 인터넷 매체가 이 시위를 두고 '명박산성을 뛰어넘는 정권타도 투쟁' 운운하며 광우병 촛불집회때를 연상시키는 부추김을 하는 것에 대해 "노골적인 선전 선동"이라고 강하게 거부감을 나타냈다.

미래를여는청년포럼 신보라 대표(명지대 국어국문학과 3)는 “2011년에 1987년 방식으로 소통을 하려고 하는 것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값등록금이 절박하고 시급한 문제라지만 기대한 것처럼 큰 호응을 얻진 못하는 듯 하다. 그것은 ‘현재의 문제’를 말하면서도 표현방식, 소통방식이 구시대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우리의 주장이 진리’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건 자가당착인 것 같다. 자신들의 행동의 불법성에 책임도 비판도 감수하지 않은 채 명분만 내세우면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며 “마땅한 통로가 없었던 민주화 운동 당시에는 군중의 힘을 빌 수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대학생다운 방식으로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데도 굳이 그런 방식을 고수한다는 건 스스로를 한계짓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대학생포럼 윤주진 회장(연세대 정외 4)도 “대학등록금이 비싸다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현장에서 그만큼의 폭발력이 왜 없는가를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며 “상대를 설득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할 말만 하겠다는 소통방식은 정당성을 가지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윤 회장은 “옳은 주장을 했기 때문에 다소 불법적인 방법의 시위를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도덕적 오만”이라면서 “정치권에서 반값등록금 논의가 진행되는데도 기다리지 않고 즉각 행동에 나선 것은 지나치게 여론선동적이며 정치적인 행위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대학 재정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70%에 육박한다. 그런데 등록금 의존도가 50%가 되지 않는 선진국처럼 등록금을 당장 낮추자고 하면, 보여주기식 투쟁을 하는 것 이상의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며 “부실대학 구조조정, 교육 컨텐츠 경쟁력 강화 등이 같이 논의되지 않는 등록금 낮추기는 질 낮은 교육을 양산할 따름이다”고 지적했다.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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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준  news@bluekoread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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