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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등산을 통해 발견한 여인네들의 힘
전영준 | 승인 2013.09.30 02:56

대한민국을 지키는 할머니의 지극정성

[전영준 푸른한국닷컴 발행인]몇 년 동안 한 달에 두 번 정도 다닌 등산을 이런저런 핑계로 1년여 동안 못하다 추석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0일 오랜만에 언론사 후배와 관악산 등산을 했다.

서울대 입구 만남의 광장에서 시작된 산행은 연주대 방향과 무너미 고개 방향의 갈림길에서 어느 방향으로 산행을 할 까 망설이다 무너미 고개 방향으로 가다 중간계곡 학바위능선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연주대 방향은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걷다 막판 500m 정도의 딸깍만 오르면 정상이라 할 수 있는 헬기장에 오를 수 있는 무난한 코스였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잡은 중간계곡 방향의 산행은 정말 힘들었다. 봉우리를 몇 개 넘어야 하고 능선이라 하지만 능선길은 몇 m 안돼고 업다운이 심했다.

예정된 시간을 많이 지난 오후 1시반이 돼서야 헬기장에 도착했다. 헬기장 근처는 식사할 곳을 제대로 잡지 못할 정도로 많은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우리는 적당한 곳에 짐을 풀며 준비해 간 음식으로 과천방향 풍광을 보며 식사를 했다.

1시간 정도의 식사를 마치고 오후 3시정도 하산을 시작했다. 등산할 때와는 반대로 연주대 코스로 방향을 잡았다.

삼성산 방향과 연주대 방향의 갈림길에서 하산을 준비하는 중 눈을 휘뚝거리게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등이 구부러진 아주 작은 할머니가 등에 가방을 하나 메고 젊은 사람들보다도 더 힘차게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그 할머니는 나이가 들어 보이는 며느리인지 딸인지 알 수 없지만 한 여성과 같이 걷는 중이었다.

그 여성에게 할머니가 연세가 얼마나 되냐고 물으니 여든하나(81세)라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그 여성에게 나이 이야기 했다고 핀잔을 주었다. 정말 놀라움 따름이다.

우리는 그 할머니와 같이 내려간 거리는 한 100m 정도로 할머니의 걸음속도가 너무빨라 속도를 맞출 수 없어 포기했다. 할머니는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그 할머니의 산행을 보니 도대체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의문점이 생겼다.

그 정도 나이의 여성들이면 무릎관절 손상으로 평탄한 길도 지팡이 짚고 걸어야 하든 가 아니면 두러 누워 자식들의 수발을 받아야 하는 데 정말 이해가 안 갔다.

더구나 할머니에게는 동네 근처 산에 등산하는 데도 온갖 맵시 부리는 요즘 등산객들과는 전혀 다른 평범한 옷차림에 일반적인 가방하나만 이었다.

그 할머니는 멘 가방을 보니 무엇인가 담아 연주암 절에 시주하고 공양드리고 오는 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할머니의 걷는 모양새나 속도를 보면 하루아침이 아니 수십 년 간 반복된 삶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 나왔다.

할머니는 오랫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관악산 꼭대기에 있는 연주암에 다녔을 것으로 보인다.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 아니 그 윗 선대부터 이어온 발길이 오늘의 할머니를 만들었다고 본다.

다니기 편한 절을 마다하고 관악산 꼭대기에 있는 절을 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힘든 예불을 드려야 원하는 것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신실한 신자들의 고집스러움 때문에 고행을 감내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그 할머니가 그 관악산 정상에 올라가 부처님께 지극정성으로 예불을 드리는 것은, 대한민국 여인네들 모두의 바램 인 식구들이 건강해 성공하고 국가가 잘 살기를 바라는 그 평범한 마음일 것이다.

관악산 연주암, 설악산 봉정암에 다니는 그런 마음이 윗 선조 때부터 지금까지 또한 며느리 딸에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정을 위하고 자식을 사랑한다면서 이혼하는 가정이 급증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빚 졌다고, 남편이 바람나고 아내가 바람났다고 자살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부끄러움의 발로인지 비자금 수사에 대한 분노에서 비롯된 것인지 한 가정과 국가를 책임졌던 전 직 대통령이 자살했다.

그 몇 년 전에는 기업의 수장이, 한 지역을 책임졌던 시장이, 육사 생도의 교육을 책임졌던 교장 등 고위층 인사들이 자살한 전 직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못 이겨 자살했다.

몇 년 전 에는 우리 아들.딸 잘 키워야겠다고 부르짖었던 유명 여자 배우가 악플에 시달리다 소주 몇 병 마시고 자살했다. 전 남편도 동생도 뒤를 따랐다.

모든 분노와 한을 용서와 사랑으로 마음에 담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관악산 연주암에 오르는 할머니처럼 살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잘못했으면 질타와 처벌을 받고 잘못한 것이 없으면 떳떳하게 항변하고 사는 것이 그 할머니의 지극정성에 보답하는 길이 아닐까.

할머니의 산행을 보면서 대한민국이 공산집단의 침략과 끊임없는 위협 속에 자유민주국가를 만들어내고 그 바탕위에 세게10대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던 이유는 결국은 위정자들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행주치마에 돌을 담아 던지며 외침을 막아낸 아낙네들의 애국심.

관악산,설악산 등 산꼭대기에 있는 사찰에 한 평생을 다니며 가정과 국가를 위해 기도하는 할머니 아낙네들의 지극정성.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에 교회예배당에 나가 남편 잘되고 자식 잘되고 국가 잘되라고 기도하는 여인네들의 기도.
보리고개 시절 몸 팔아 웃음 팔아 동생 교육시키고 부모에게 생활비 보내주었던 어린 여성들의 희생.

관악산 꼭대기 사찰에 예불을 드리려고 다니는 그 할머니와 할머니와 같은 우리 여인네들의 지극정성이 오늘의 우리를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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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준  dugs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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