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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건 같은 우리의 만남
안호원 | 승인 2013.09.29 01:03

고향의 가족들을 보고 싶어 하는 이산가족들의 손수건 같은 만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는 말아야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독일의 문학자 한스 카롯사가 ‘인생은 너와 나의 만남’이라고 말했듯이 우리 인생에 있어서 만남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 순간의 만남이 한 인생의 운명을 바꾸어 놓기 때문이다. 정채봉 시인은 ‘처음으로 돌아가라’는 자신의 글에서 5종류의 만남을 언급했다. ‘생선과 같은 만남’ ‘꽃송이와 같은 만남’ ‘건전지와 같은 만남’ ‘지우개 같은 만남’ ‘손수건 같은 만남’ 으로 구분했다. 

그 중에서 가장 아주 나쁜 만남으로 ‘생선과 같은 만남’을 꼽았다. 이유는 만날수록, 시간이 갈수록 비린내가 묻어나고 악취를 풍긴다는 것이다. 또 그는 가장 조심할 만남으로 ‘꽃송이와 같은 만남’을 들었는데 꽃이 활짝 피어있을 때는 모두 관심을 갖고 좋아하다가도 시들면 버린다는 것이기 때문이란다.

가장 비천한 만남으로는 ‘건전지 같은 만남’을 말한다. 힘이 있고 좋을 때는 갖고 있다가 힘이 다해 아무 쓸모가 없다고 했을 때는 꽃과 마찬가지로 버리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그리고 가장 아깝고 아쉬운 만남은 ‘지우개 같은 만남’이라고 했다. 이유인즉 금방 만나고도 그 만남을 순식간에 지워버리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 같은 만남’이라고 했다. 손수건은 슬플 때 흘리는 눈물이나 또 땀이 날 때도 닦아주기 때문이라 했다.

과연 이를 보면서 나는 어떤 형태의 만남의 사람인가 한 번 쯤 되돌아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 보았으면 한다. 좋은 만남을 통한 인생의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결정 된다.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첫 만남은 어머니며 가족이다. 가족과의 만남을 늘 소중히 여기고 더 아껴주고 사랑하는 가족관계가 형성된다면 그 만남은 ‘손수건 같은 만남’이 되는 것이다.

흔히들 현대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가정의 위기’라고 하지만 ‘손수건 같은 아름다운 만남’으로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위해서는 회복되어야 할 꼭 필요한 관계가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고 존경하는 부부관계다. 부부는 영원히 남남이면서도 영원히 남남이 될 수 없는 무촌의 관계다. 서로가 인격을 존중하고 섬겨야 할 대상이자 관계다.

둘째는 사랑과 순종이 있는 부모와 자녀간의 관계다. 자녀들이 부모에게 순종하고 공경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부모 역시 자녀들의 인격을 존중하고 성나게 하지 말며 오직 교훈과 훈계로 양육해야 한다. 인격의 관계가 되어야 한다.

셋째는 아름답고 화목한 형제, 자매들과의 관계다. 이 세 가지 관계가 잘 이루어지면 그 만남은 ‘손수건 같은 만남’이 되는 것이며 나아가서는 이 사회가 아름답고 밝은 사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가정이 바로 작은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 작은 사회가 모여 큰 사회를 이루면서 소중한 만남이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이다. 

인심 좋은 우리 민족은 추석이 되면 아무리 어려워도 햇쌀로 빚은 떡과 나물과 고기를 이웃과 나누며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풍요한 시간을 보내며 즐겼다.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는 이 시점에서도 그 말이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아무리 선진 대열에 올라갔다 해도 상대적 빈곤을 따지다보면 그런 말이 여전히 나올 수밖에는 없는 것 같다.

추석 명절이면 축제에 들뜨기보다 더욱 서러워하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 적지 않게 있는 것을 쉽게 볼 수가 있다. 그러기에 민족 대명절인 추석 때만 되면 소외된 이웃들의 가슴에는 찬바람만 가득 분다. 고향에 있는 그리운 가족들을 생각하면서도 갈 수 없는 괴로움의 마음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 또 생계 때문에 낯선 이국땅에서 가족을 그리워하며 외로움에 빠진 이주 노동자들, 60여년의 긴 세월, 기다림에 지쳐가는 이산가족들…. 

여기에 격심해진 양극화 탓에 ‘그들만의 풍요’와 ‘비천한 내 자신’으로 비교되는 현실에서 확산되는 심리적 불안감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조금 더 넉넉한 이들이 그렇지 못한 이들을 생각하며 나눔의 아름다운 마음으로 포근한 추석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60여년의 긴 세월을 오직 기다림으로 그리워했던 이산가족들이 금강산에서 상봉 3일을 앞두고 연기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산가족은 혈육의 관계다. 그 만남을 누구라도 막을 수는 없다. 이산가족 13만 명 중 6만 명이 신청했고 이제까지 2만 명에 불과한 이산가족들이 만났다. 대부분의 이산가족 1세대는 노령이다. 삶의 시간도 짧다. 그래서 혈육관계의 맥이 끊어져 앞으로는 찾을 수가 없게 된다. 이미 95세 된 어르신이 상봉을 목전에 두고 운명을 달리했고 또 3명은 여러 이유로 상봉을 포기 했다.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 이번이 세 번째이지만 앞서 두 번은 우리에게 양해를 구한 연기였지만 이번은 그렇지 않았다.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몰라도 ‘애국통일인사 탄압’을 좌시 않겠다며 연기의 변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고향의 가족들을 보고 싶어 하는 이산가족들의 손수건 같은 만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는 말아야 한다. 인도적으로 만남이 이뤄져야 한다. 긴 기다림, 짧은 만남, 무정한 세월은 또 다시 이산가족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잡은 손을 놓게 하고 있다.

추석연휴가 되면 경제적 고통은 말 할 것도 없지만 교통대란에 시달린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내년에 올 추석을 또 기다린다.

길이 막히고 돈이 없더라도 이처럼 고향을 찾는 것은 그리운 가족, 부모 형제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이산가족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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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  egis01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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