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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
안호원 | 승인 2013.06.08 00:02

6月, 드디어 여름이 찾아왔다. 24절기 중 낮이 가장 긴 하지(夏至, 6월21일) 직전에 맞는 절기가 5일 망종(芒種)이다. 곡식(芒)의 종자(種)를 뿌리기에 가장 적당한 시기라는 것이다.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시인.칼럼니스트.국민대학교 교수]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보리를 수확하고 논에 모를 옮겨 심는 모내기를 하는 절기로 여겼다. 그래서 농가에선 보리 수확과 모내기가 동시에 시작되는 이맘때가 되면 일년 중 가장 바쁜 시기라고 한다.

망종은 매실 수확의 최적기이기도 하다. 사실 장미의 계절, 가정의 달인 5월부터 매실이 열리지만 망종 이후에 거둬야 품질이 가장 좋다. 현충일도 망종의 전통에서 유래했다. 이는 망종엔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는데 1956년 6.25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현충일을 제정할 당시 망종이 6월6일이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현충일이 6월6일로 정해진 것이다.

흔히 우리는 유월을 가리켜 호국영령의 달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그렇게 부르면 슬픈 마음이 된다. 이유는 형식에 그친, 박제화된 느낌을 갖기 때문이다. 굳이 서양을 들먹일 것까지는 없겠지만 유월은 가장 젊은 달로 친다. 까닭은 유월(June)이 ‘젊은이’를 뜻하는 라틴어 '이우니오레스(iuniores)'에서 연유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우리가 젊은이의 달, 가정의 달이라고 생각하는 5월은 정작 '노인'을 뜻하는 라틴어 '마이오레스(maiores)'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본래 이 나라를 지켜낸 호국영령들은 젊은이들이었다. 대나무 죽순 같았고 모란, 장미 꽃봉오리 같았다. 그러나 그들은 푸른 대나무로 다 자라기도 전, 붉고 흰 꽃잎, 한번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하고 시대속에서 산화했다. 그러나 그들은 값없이 목숨을 버리지는 않았다. 헛된 죽음이 아니란 것이다. 그들이 흘린 붉은 피의 대가로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행복한 삶을 이어 나갔다. 그들이 그 순간, 그 시대에 몸을 조국에 바친 까닭에 우리는 오늘을 가족들과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지금을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과거 10년 정권은 그 젊은이들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우리의 우방국인 미국을 배척하는 행사에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정작 호국영령들의 추도식장에는 얼굴을 비추는 사람들이 드물었다. 세상 눈치보기에 급급했을 뿐이다. 당연히 참석해야 할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식장에 참석치 않고 그 시간 다른 행사에 참여했던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달랐다. 그는 남북전쟁 중인 1863년 11월19일 펜실베이니어주 게티스버그에서 거행된 전몰장병묘지 개막식에 만사를 제치고 참석했다. 당시 긴 여행에 나설 상황이 아니었으나 링컨은 게티스버그로 간 것이다. 국가를 위해 적과 용감히 싸우다 생명을 바친 호국영령들을 위한 추도식 보다 더 소중한 일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링컨은 추도식 연설을 통해 “조국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던진 전쟁영웅들을 절대 잊어서는 안되고 살아 있는 자들이 전사자들을 위해 추모하는 일은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링컨 대통령은 조국을 위해 산화한 전사자들을 최고의 영웅으로 받들어 조국에 대한 애국심을 끓어오르게 했고 링컨 자신에 대한 존경심도 두텁게 했다. 반면 우리나라 일부 정권은 호국영령들을 외면하고 북한의 눈치를 보며 대통령으로서의 의무를 유기했고 자유민주국가인 대한민국 국민임을 스스로 포기한 것 같다.

몇 해 전 이맘때쯤 예비군 교관으로 재직할 때 서울 근교 부대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십여명의 사병들과 오찬을 나누며 ‘현충일’이 어떤 날이기에 휴무를 했는지를 물었다. 대부분의 사병들이 대학을 다니다 왔다. 그 질문에 모두가 당혹해 하는 모습이다. 그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말을 한다. “빨간 숫자라 쉬는 거 아닌가요?”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었다. ‘효순ㆍ미순’ 사건은 그리도 잘 알아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6월6일 현충일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고 쉬다니….

모두가 안보 부재에서 일어난 결과다. 누가 정권을 쟁취하고 또 어떤 교육을 시키느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다는 것이다. 다행이랄까. 그런 과거의 10년 정권이 무너지고 이제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다. 지금부터라도 조국을 지키기 위해 산화한 호국영령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기억을 해야 한다. 왜 이런 동족상쟁의 비극이 있어야 하고 남북이 갈라지고 이산가족이 생겨 눈물을 흘려야 하는지를 후세에 알려야 한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아야 할 것이 6.25 전쟁이다. 절대 잊지 말고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보에도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 6월만이라도 호국영령들의 명복을 빌며 감사하는 마음이 되라. 오늘을 살 수 있는 것이 그들이 흘린 피의 대가라는 것을, 젊고 찬란한 6월에 우리가 그들을 추모하고 기억해야 할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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