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지난 13일 자신의 인터넷 카페에 올린 ‘봉하마을 3재(三齋)에 다녀왔습니다”라는 글에서 “봉하 가는 길은 이미 성지순례길이 된 것 같다. 봉하는 민주주의 성지”라고 말했다.

조 교수의 말대로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 기간 동안 봉화마을로 가는 길은 ‘성지순례의 길’이었다. 그를 추종하는 지지자들은 그 길을 갔다 오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 ‘성지순례의 길“이 우리 사회의 분열을 가져오는 ’광기의 길‘이 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원망하지 마라‘는 유언은 증오와 분노로 승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봉화마을은 철저히 그들만의 나라가 되었다. 그들과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의 조문은 거절했다. 출입구에서 예스와 노로 방문자를 선별하며 입장시켰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자살행위를 대통령 때문에 그랬다고 선동했다.

대통령의 조화가 무참히 짓 밟혔고, 다시 보낸 조화도 구석에 내 동기 쳐 있었다. 대통령의 봉화마을 조문도 험악한 분위기 때문에 무산됐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박근혜 전 대표도, 김형오 국회의장도, 정몽준 의원도 되돌아가야 했다. 심지어는 노 전 대통령을 비판했던 이유로 정동영 의원도 수모를 당했다.

고 노 전 대통령은 살아생전 지역주의 타파를 외쳤고, 국민통합을 부르짖었다. 억울한 사람이 없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퇴임 후에도 시민단체를 만들어 자기의 꿈을 실현하고자 했다.

조문정국을 지켜보면서 느낀 것은 영, 호남의 지역주의 구도를 타파하고 통합을 이루겠다는 그와 지지자들의 생각이 결국은 영, 호남 사이에 또 다른 국가건설이었다는 것이다. 이놈도 싫고, 저놈도 싫은 자기들만의 세상 즉 한 사람만을 인정하는‘신앙촌’ 건설이었다.

역사의 시계를 이천년 전으로 돌리면 김해를 중심으로 한 가야국이 있었다. 기원 전후 시기부터 6세기 중반까지 경상도 서부지역에서 존재하던 세력집단이었다. 또한 마한, 진한, 변한 등 삼한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마한은 경기도·충청도·전라도 지역에, 진한과 변한은 경상도지역에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진한과 변한의 경우 대체로 낙동강 동쪽 지역을 진한, 서쪽 지역을 변한이라 하여 지역적으로 구분하였다. 변한은 옛 가야국 지역을 말한다.

남한을 중심으로 한 삼한시대는 삼국시대를 맞이하여 고구려, 백제, 신라로 나뉘어졌으며 고려가 삼국을 통일한 후 조선시대를 거쳐 천년이상 이어오다 남한과 북한으로 나뉘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영,호남 통합과 남, 북한 통일의 꿈을 가졌다.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가야, 변한 출신인 고 노 전 대통령은 마한도 진한도 경쟁과 타도의 대상이었다.

‘사람 사는 세상’은 그들의 코드만 맞는 가야, 변한 출신들끼리 만들려고 하는 세상이었으며 봉화마을은 고 노 전 대통령의 서로 다른 ‘가면의 실체와 현실의 실체’가 부딪지는 봉화국가다.

2009-6-24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전영준  dugs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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