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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삶이 바뀐다
안호원 | 승인 2013.02.16 17:45

엊그제 신년 새해 인사를 하느라 분주했었던 것 같은데 벌써 2월이 반이나 훌쩍 넘어섰다.

   
▲ 안호원 칼럼위원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국민대 교수]새해 첫 달인 1월, 30여일의 긴 세월이 지나갔지만 무엇 하나 기억에 남는 것도 없이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모두 흘러가 버렸다.

올 계사년 역시 새해를 맞이하면서 그나마 몇 가지 새로운 목표를 구상했지만 ‘작심삼일’(作心三日)이 무색하리 만치 이미 흐지부지 되어버렸다.며칠 전 구정 설을 맞이하면서 새롭게 새해를 맞이한다는 기분에서 또 다른 계획을 세워보려고 했지만 이 또한 이미 게을러진 탓인지, 나이 탓인지 쉽게 용기를 낼 수가 없었다. 돌이켜보면 이런 생각을 가져보는 것이 비단 어제오늘뿐만이 아니라 지난 해 첫 날에도 그랬고 재작년, 나아가 몇 해 전에도 그랬지만 못 이룬 것이 수없이 많을 정도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꿈을 이루지는 못했어도 또 안된 것도 별로 없다는 생각에서 마음 한편으로는 자위를 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한다. 그럭저럭 한 세월 보내다보면 생각 외로 얻은 성과도 꽤 있기 때문이다. 어찌어찌 하다 보니 ‘이루어진 것’도 많았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어떤 것을 이루고 못이루고를 떠나 60대 중반이 넘는 무고(無苦)한 삶을 이제까지 살아왔다는 사실 자체가 커다란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힘을 빼세요, 힘을” 골프를 처음배우는 초보자들이 귀가 아프도록 제일 많이 듣는 잔소리다. 어깨에 힘을 안 주고 어떻게 공을 멀리 날려 보낼 수 있단 말인가. 클럽을 잡은 초보자의 경우 자연히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운전도 그렇다. 모든 건 경험이 말해준다. 특히 스윙의 원리를 모르니 당연할 수밖에 없다.

제대로 멋지게 날려보겠다고 온갖 폼으로 욕심을 부리다보면 영락없이 공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거나 헛스윙이다. 배를 내밀고 손목과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니 스윙을 하는 게 아니라 도끼로 온 힘을 다해 장작을 패는 모습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깨에 힘 빼는 데만 3년 걸린다”는 속설이 그냥 흘러나온 말은 아닌 것 같다. 골프채를 손에서 놓은 지도 어언 13년이 훨씬 넘었다.

얼마 전 지우가 오랜만에 부킹 한번 하자고 할 때 “요즘은 골프공 보다 더 큰 공(당구)을 친다”며 둘러대기는 했지만 솔직히 연습도 하지 않아 힘 빼고 칠 자신이 없어서다. 예전에 필드에 나갈 때면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만은 마음 비우고 가볍게 편한 마음으로 쳐야하겠다”고 다짐을 해보지만 정작 필드에서 공을 치려면 내 마음 나도 몰라가 된다.

누구 눈치를 보지 않을 정도인데도 불구하고 멋지게 장타를 날려보겠다는 마음에서 욕심이 먼저 앞서는 거다. 그러니 바닥에 있는 공이 제대로 맞을 리가 없다. 못 치는 것도 억울하고 심기가 불편한데 아무래도 운동신경이 둔하거나 머리가 나쁘거나 하는 소리를 듣게 되면 더욱 초조해져서 칠 수가 없다. 그런 와중에 기자 생활을 끝으로 골프도 역시 끊어졌다.

그 대신 “‘스리 쿠 숀’의 쾌감을 느낄 수 있는 당구를 치면서 절약한 돈과 시간이 얼만데” 하면서도 다소 아쉬움은 남아 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얼마 전 흥사단에서 수도권 초ㆍ중ㆍ고등학교 학생 6000명을 대상으로 ‘10억 원이 생기는 대신 1년간 감옥을 가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설문 조사를 한 바 있다. 이 때 초등학생이 12%, 중학생 28%, 고교생이 44%로 ‘10억 원이 생긴다면 1년 감옥 생활도 불사하겠다’는 답변이 나왔다.

또 비슷한 시기에 전국 청소년 1031명에게 ‘부자 되는 것’과 ‘정직하게 사는 것’ 중 어느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느냐? 라는 질문에 41%가 부자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아이들의 정신상태도 문제지만 이 모든 게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못 받아서 일어난 현상이다. 청순해야 할 젊은이들이 벌써 돈 맞을 알아 큰돈이 생겨 부자가 될 수만 있다면 감옥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란 사고를 보면 앞으로 이 나라의 운명이 어찌 될지 심히 염려된다.

헌법소장이 무엇이 그리 대단하다고 고집을 부리던 이동흡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자가 급기야 그 고집을 꺾고 사표를 냈다. 나서지 않고 자중만 했어도 망신당하지 않을 걸 공연히 후보로 나와 아무도 모르고 지나갔을 공금 씀씀이가 만천하에 드러나 시끄럽기도 했고 자신은 가족이나 친우들에게 개망신에 만신창이가 되었고 마지막 인사를 처리하려던 이명박 정권을 우습게 만들었다.

인사청문회가 꽤 오래 되었고 관록이 있는 곳이건만 아직도 청문회에 나오기만 하면 벌거벗겨져 망신을 당하고 세인의 지탄거리가 된다. 아무리 좋은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해도 지나친 욕심은 화(禍)를 부르기도 한다. 글을 쓰는 것조차도 마찬가지라 생각 든다.

남을 의식하며 작심하고 요모조모 따지며 좋은 글을 쓰려고 하다보면 어떻게 틀을 잡을 지가 망설여지고 글이 잘 안 써진다. 마음만 급하다. 마음먹고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 쓴 글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그저 펜 가는 대로 편하게 대충 쓴다는 기분으로 글을 쓴 것이 오히려 독자들로부터 더 호평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하다.

펜을 잡기 전에 글 쓸 생각은 많이 하되 일단 펜을 잡으면 일필휘지(一筆揮之)하는 게 경험 상 좋을 듯싶다. 오랜 경험을 통해 얻어진 교훈이다. 결국 지나친 욕심은 좋은 글을 쓰기보다는 더 망치는 경향이 많다. 요즘 싸이의 ‘강남 말춤’의 성공도 그런 것 아닐까 한다. 처음부터 세계 1위를 겨냥하고 죽기 살기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그냥 즐긴다는 가벼운 마음에서 어깨에 힘을 빼고 춤을 춘 것이 그런 ‘수퍼 대박’을 터뜨린 건 아닐까.

이제 대통령 취임식이 가까워지면서 공(公)을 따지며 어깨에 힘이 들어간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뭔가 한 자리를 할 것처럼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덤비는 사람들 말이다. 설령 공이 있다 해도 지나치게 어깨에 힘을 주고 있어서는 안 된다. 자칫 될 일도 안될 수 있다.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어깨에서 힘을 완전히 뺀다면 이외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시간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라는 느낌과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과 대안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일을 현명하게 포기 할 줄도 알아야 할 것 같다. 이는 부정속의 긍정이요, 체념 속의 의지다. 그런 경지에 이르지 못한 내게도 그래서 아직도 희망이 듬뿍하다.

올해가 아직도 10개월이나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삶이기에 이제까지 살아오고 있는 자체가 감사하고 그 시간들이 행복하고 즐겁다. 언제든지 내가 바꿀 수 있는 시간들이 많은 건 희망도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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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  egis01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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