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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문화'의 회복이 격조를 높이는 덕목이 된다.
안호원 | 승인 2013.02.09 12:31

완전히 망조다. 너무 어이가 없어 말할 힘도 없다.

   
▲ 안호원 칼럼위원
[안호원 칼럼위원,국민대 교수]몇 해 전 강남에서 외국 유학까지 하면서 석사 학위를 받고 귀국해 백수건달로 무절제한 생활을 하며 흥청망청 돈을 쓰던 아들을 심하게 꾸짖었다고 앙심을 품고 아버지를 살해하고도 모자라 이를 목격하고 달아나는 어머니마저 무참하게 살해한 사건 기사를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며칠 전 26억 원의 보험금과 30억 원대의 재산을 노린 전주 일가족 살해 사건기사를 접하면서 옛날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 어쩌다 가족 간에 이 같은 비극이 벌어지는지를 생각해보았다. 이번에 검거된 작은아들은 며칠 전 부모와 형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연탄가스를 피워 전 가족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가 끝난 후 전모가 밝혀지겠지만 작은 아들은 수 억 원대의 재산과 보험금을 노리고 범행 전 모의 실험까지 하고 범행 직전에는 아예 연탄과 화덕 등을 구입해 놓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아버지가 재산이 많았으나 가정불화가 심하고 또 부모와의 갈등이 심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화의 단절이었다.

우리나라는 오랜 옛적부터 예절규범 중에서도 식사문화를 아주 중시했다. 일명 밥상교육이라고 부를 정도로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뿌리를 내린 규범이었다. 50대 중반 나이든 사람들은 대부분이 기억하겠지만 옛날에는 온돌방에서 원탁의 밥상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식사를 했다. 그런 자리에서 부모는 자연스럽게 어른을 공경하고 형제자매를 위해 배려하고 나눔을 실천하며 더불어 이웃을 배려할 줄까지 아는 덕목을 쌓도록 교육을 했다.

그래서 식사 중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들어야 수저를 들고 반찬도 나누면서 작은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자연스럽게 공동생활이 몸에 배였다. 식사시간에 단지 식사만 하는 게 아니라 사회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예의범절을 체험하게 하고 아울러 절제와 공존, 숙려처럼 품격 있는 사회를 유지하는 키워드가 식사문화를 통해 계승되어 왔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대가족시대가 밀려나고 핵가족시대가 되면서 식사문화까지도 사라지고 말았다. 특히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자’ 라는 운동이 확산되면서 우리 식사문화는 낯부끄러운 수준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집집이 아들이든, 딸이든 하나가 되다보니 모두 귀하게 키워질 수밖에 없었고 자식의 기준에서 모든 게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버릇이 없어지고 이기적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다. 생활권도 바뀌어서 자식은 자식대로 식사를 하고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식사를 하고, 어머니는 또 혼자 남아서 따로 식사를 하게 되면서 대화까지도 단절되는 현상을 빚게 됐다. 대화가 단절되니 소통이 안 되고 소통이 안되니 서로를 이해할 수도 없게 됐다. 부모는 부모대로, 자식은 자식대로 한 지붕 한 가족으로 한솥밥을 먹고 있지만 남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하면서 가족의 소중함도 점차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

아버지가 무엇 때문에 늘 취해있어야만 하는지, 자식이 왜 짜증을 내고 부모를 피하는지, 어머니는 무엇 때문에 남편이나 자식에게 신경질적인 소리를 하는지 모른다. 왜 가족들이 방황을 하고 걱정을 하는지 알 길이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결국 부모도 형제도 자식도 이기적인 측면에서 내게 득(得) 과 실(失)이 무엇인지를 따지게 된다. 이번 두 사건의 경우도 그렇다. 득을 생각하다보니 아무리 부모 형제라도 살해까지 서슴지 않고 하는 끔직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아주 작은 일 같지만 식당에서도 그렇다. 귀하게 자란 젊은 부모들의 경우 아이들이 큰소릴 지르거나 어지럽게 주위를 뛰어다녀도 나무라는 부모를 쉽게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간혹 누군가 그 아이들을 나무라기라도 하면 눈살을 찌푸리며 못 마땅해 한다. 심지어는 대들기도 하면서 아이 편을 든다. ‘내 아이의 기를 죽이기는 싫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손님이 불안할 정도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난리를 피워도 ‘오냐 오냐’ 하면서 방치하고 종업원은 손님 떨어질까 전전긍긍하면서도 손님을 자극하면 매출이 줄을 까봐 못 본척한다. 그래서 미래세대는 더욱 더 무례해지고 거칠어져가고 있다.

경쟁적인 산업사회에 진입하면서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과 횟수가 적어지면서 식사를 함께 할 여유가 줄어든 것만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밥상문화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밥상머리 교육을 중시했던 대가족시대의 우리가 외국에 비해 아주 형편없는 식사문화를 갖게 된 것은 어찌 보면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기성세대의 책임이 크다 할 수 있다.

오죽하면 한국에 온 외국인들 입에서 조차 “저렇게 버릇이 없고 이기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아이를 그냥 내버려두는 한국의 부모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오래 전 원로, 선후배기자들이 간담회 형식으로 자리를 같이 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원탁이 아닌 식탁에서 자란 젊은 기자들이 식사가 들어오는 데 선배들을 제쳐놓고 자기들이 먼저 공기 밥을 받아 식사를 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식사 후 그들에게 잘못을 지적해 놓고 오히려 말 한 사람이 무안할 정도였다. 이유는 그 젊은 기자들이 버릇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젊은 부모에게서 가정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예의를 모른다는 말이다. 전문 지식 교육을 받을 곳은 부지기수지만 정작 한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인성교육을 시킬 곳은 전무하다시피 해졌다. 밥상문화가 사라지면서 더욱 그렇게 되었다. 아예 없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심각해진 현실이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부모 형제들과 공동 식사를 하며 정기적으로 예절교육을 받은 가정의 아이는 그렇지 못한 아이보다 성적이 우수할 뿐더러 폭력 성향이 적고 음주, 흡연 비율이 매우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예절교육이 아이들을 기죽이는 게 아니고 장래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핵가족이 되면서 부모와 형제들까지 실과 득을 따지며 살인까지 마다 않는 이 세상에 우리 밥상문화가 회복되어 조금씩 예절교육을 받을 수만 있다면 가정과 공동체, 그리고 사회의 건강성과 격조를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실천 덕목이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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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  egis01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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