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선거는 이기기 위한 것"이라며 "유시민 대표의 제안은 감사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 지역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하면 전략적으로 사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의 이같은 언급은 분당을 지역이 한나라당 텃밭에다 중산층이 몰려 있어 민주당도 그동안 요란한 선거운동을 자제하고 조용한 행보를 해온 마당에 유 대표의 지원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 사진편집@푸른한국닷컴

4.27 재보선에서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를 한나라당에 내줄 수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하지만 바라보는 셈법은 다르다.

지난 15일 김해에서 열리는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의 공동선대위 발대식에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한명숙 전 총리, 영화배우 문성근씨 등 친노계 인사들만 대거 참여 했다.

국민참여당은 민주당이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 경상도 지역에서 민주당이 설쳐대면 ‘민주당은 싫지만 국참당을 좋아하는 유권자’를 한나라당에 뺏기게 되는 우려 때문이다.

또한 민주당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선거운동을 치러 승리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만 야권의 선명성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계산도 염두 해 두고 있다.

마찬가지로 민주당도 겉으로는 야권후보의 승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봉수 후보가 당선되어 국민참여당이 원내에 진입하는 것을 탐탐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

만약 국민참여당 후보가 승리하면 유시민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단단해지고 내년 대선야권단일후보를 내 줄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당장 급한 불은 내년 초 총선이다. 야권단일후보 선출이라는 이벤트에 재미를 본 유시민 대표는 김해을의 성공여세를 몰아 민주당에게 지분을 요구할 것이다.

그 대상지역은 한나라당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수도권 지역이다.

수도권 지역에서 야권단일후보을 요구하며 민주당으로부터 10여개 지역을 받아내면 국민참여당은 비례대표를 포함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다.

국민참여당은 민주당보다 소수정당이지만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민주당을 지역정당으로 전락시켜 야권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이번 김해을 선거는 누가 당선되느냐도 중요하지만 향후 펼쳐질 야권의 주도권 다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적통 싸움에서 새우가 고래를 잡아먹을 수 있을 지도 흥미진진하다.

분당을의 손학규, 김해을의 유시민. 의석 한 석에 목매는 것은 내년 야권대선후보의 적자로 등극하기 위한 철저한 싸움이다.

그래서 이번 재보선은 따로따로 갈 수 밖에 없는 구조적 결함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푸른한국닷컴 전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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