誓掃匈奴不顧身(오랑캐를 소탕하는데 일신의 안위쯤이야)
三千貂錦喪邊塵(수많은 병사가 변방에서 목숨을 잃었네.)
可憐無定河邊骨(무정하 강변에 흩어진 뼈들이 가련하구나!)
猶是深閨夢裏人(그들은 아직도 규방 여인의 꿈속의 사람일 텐데)

이 시는 중국 당나라 사람 진도(陳陶)의 농서행(隴西行)이라는 시다. 나는 이 시를 읽을 때마다 저절로 숙연하며 스스롤 돌아본다.

사람들은 이 시를 단순하게 반전시(反戰詩)나 염전시(厭戰詩)로 평가하나 나는 이 시가 그 표현의 뛰어남 못지않게 「생명을 찬양하며, 모든 사람-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음」을 드러낸 인류 최고의 시라고 평가한다.

이 시는 이스라엘 왕 다윗이 시편에서 「내 심장이 찔렸나이다.」라고 토로한 것 같은 이상의 감동을 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작년 이맘때에 천안함 피침으로 많은 아까운 생명들을 잃었으며, 그전에는 용산참사로 애꿎은 목숨들이 희생당하는 것을 보았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딴소리를 했다.

세상에는 진리가 하나 있는데 생명만이 그것이다. 그 외에는 상대적인 것이고 가짜이며 위선이고 레토릭이며 참칭이라 봐도 된다.

그만치 어떠한 명분이라도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용인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것을 누가 용인한다면 분명 인류의 공적(公敵)이리라.

나는 용산참사나 천안함 침몰을 획책한 사람들은 아마 인성이 파괴된 사람일 것이라 추측한다. 그들은 호전주의자일 것이고 모험주의자일 것이며 공명심에 들뜬 사림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아마 「공공의 안녕」이나 「자위권」이라는 이름으로는 자기의 아내, 자기의 자식들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전태일이나 박종철의 죽음도 별거 아니었으며, 장자연이나 카이스트 학생들의 죽음도 대수롭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생활고나 신병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갖가지 안전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 원혼이 되고 있다. 누가 죽음을 초개(草芥,지푸라기)같이 여기라 했던가?

전장에서도 그 말은 쓰는 것이 아니다. 이 사람들은 알렉산더나 징기스칸. 또는 나폴레옹과 히틀러를 구별 못하고 오직 성공이냐 실패냐는 이분법으로 역사를 다시 쓰려할 것이다.

우리는 이제 살수대첩(을지문덕이 수나라 군대를 수장시키고)이나 비수대전(淝水大戰 사현이 부견의 백만대군을 깨드리고)이 꼭 자랑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이제 명량해전(이순신이 12척으로 왜선 130척을 격파한 것)이나 쓰시마 해전(도고 헤이하치로의 일본함대가 러시아 발틱함대를 무찌른 것)이 꼭 들뜨고 기려야할 것인지도 의심해 봐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는 누구에게나 이 삶이 너무나 짧고, 너무나 아름다우며 ,너무나 할 일이 많다. 오늘 우리가 천대하는 사람은 한 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금이냐 옥이야」하는 사람이었고, 오늘 우리가 사지(死地)로 몰고 가는 사람은 지금 집에서는 「든든한 딸이고. 어여쁜 남편」인 것이다. 남과 북의 지도자들이 「생명존중」에 투철하며, 모든 사람들이 뒤돌아보아야 할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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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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