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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은 역시나 장사꾼이다.
김성춘 | 승인 2009.06.22 16:44

사람이 살다보면 봉변을 당하는 것처럼 사회도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그것은 사회적으로 가치의 전도현상일수도 있고 가치의 도착증일수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오늘날 재벌들의 위세일 것이다. 재벌은 1960년대부터의 수출드라이브 정책과 불균형성장정책으로 득세하여 오늘날은 유수의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여 기업국가주의의 공급기지이면서 그 수혜집단이 되었다.

효용과 능률이라는 경제논리는 이 시대 모든 가치의 상위논리로 군림하게 되는데 그것은 「이익만이 만물의 척도」라는 명제아래 이익만 있다면 악마와도 거래하며 지옥이라도 피하지 않음을 성립시키면서 재벌을 이루게 된다. 그래서 재벌논리는 쌀 99가마 가진 부자가 1가마 가진 가난한 자의 것을 빼앗는 자기증식적 팽창과 확대의 논리이지 균형과 절제. 정화와 승화라는 공동체의 논리는 아닌 것이며, 말이 기업마인드이지 사실은 포식자의 논리인 것이다.

아무리 「곳간에서 인심이 나고」「세금을 많이 내고 ,고용을 많이 창출하는 사람이 애국자」이며 「민주주의는 경제력에서 발아됨」을 믿지만, 개꼬리 3년 묵혀도 황모 못된다고 그들은 여전히 이익집단인 것이다. 저 경영의 신이라는 마쓰시다 고노스께나 빌 게이츠. 워렌 버핏까지도 그들은 철인이나 시인이 아니라 장사꾼이라는 것이다. 그들도 기부 등의 자선사업이나 상품으로 보국한다는 마음이 없었다면 한낱 경제적 동물에 지나지 않을 뻔 했던 것이다. 그래서 재벌은 바다에서 바다가 아닌 파도일 뿐이며, 체(體)가 아니라 용(用)이자 기(器,技)인 것이다.

재벌은 위성 타이탄이 토성 주위를 돌듯 손오공이 현장법사를 모시듯 정신과 영혼의 주재자에게 충성하고 수호하는데 의의가 있고 가치가 있다. 재벌은 왕조시대의 숱한 반란들에서 양민이나 중소지주들이 어느 때는 「의병」어느 때는 「민병」으로 불리면서 반란군이 강하면 반란군편에 서고 관군이 강하면 관군에 서는 그런 처지이고 운명인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고. 어느 것에 능하면 다른 것에는 서투를 수밖에 없는 자연적 법칙에서 볼 때 이익추구에만 전념케 하는 것이야말로 재벌에 자유를 주면서 경제논리에 충실케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 문사의 곤궁은 그 개인에게는 고통이나 사회에는 복이 되고. 곤고함 속에서 생명의 소리 하늘의 소리가 나오는 저간의 사정을 볼 때 재벌은 이와 반대되며, 조지훈이 그의 지조론에서 밝힌 것처럼 기대가능성이 없으면 비난이란 처음부터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조선시대 3사로 사헌부 사간원 홍문관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홍문관을 옥당으로 부르고 대제학을 많이 배출한 집안을 명문중의 명문으로 인정해 준 것은 우리 조상들이 선험적으로 물질은 정신의 지배를 받는 것임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재벌은 아무리 덧칠하고 미화해도 장사꾼이지 경세가는 아닌 것이다.

「다른 사람의 불행을 이용하지 않는다.」다며 귀양 간 사람의 토지와 소출물을 거부한 고려의 문인 권수평(權守平)이나 제주목사시절 제주도 백성들이 전복을 딸 때 그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백성의 피땀이 묻어있는 것은 먹을 수 없다.」며 3년 동안 전복먹기를 거부한 조선시대의 문신 기건(奇虔)은 재벌들이 흉내 내거나 모방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오로지 지식인만 할 수 있는 것이고. 지성인만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돈과 권력. 명예는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분산되는 것이라는 「분수(分數)의 법칙」에 충실한 것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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