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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을 말이라 하진 않겠지?
박제수 | 승인 2012.10.31 14:16

[박제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그가 본 것은 ‘빈모려황(牝牡驪黃), 즉 껍데기가 아닌 핵심’ 입니다. 말(馬)의 정수만을 파악하고 대강의 외형은 잊어버리지요. 살펴봐야 할 것은 살피고 살피지 않아도 될 것은 빠뜨려 버립니다.”

백락(伯樂)의 말대로 그 말(馬)은 과연 천하의 명마였다.

춘추 전국시대 진나라 목공(穆公)이 백락에게 말(馬)을 볼 줄 아는 사람을 소개 받았다. 자기 집에 땔감과 채소를 대주고 있다는 ‘구방고(九方皐)’라는 인물로 하여금 처음 구해온 말이 ‘황색 암말(牝而黃)’이라고 하여 보았더니, ‘검은 수말(牡而驪)’이 아닌가. 목공이 화가 잔뜩 나서 백락에게 따졌다. 천리마를 구하려는 자가 암수, 색깔도 구분 못하는가? 백락이 구방고를 두둔하면서 한 말이 ‘빈모려황(牝牡驪黃)’이라는 고사성어다.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는 10월 23일 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국제기구로서 활동을 시작했지만 정작 설립에 관한 협정안이 국회비준 동의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납득이 안 간다.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녹색성장의 삼각편대가 떴다는 언론의 대서특필과는 동떨어진 얘기에 어리둥절하다.

지난 10월 5일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예산사용의 불투명성, 설립과정의 절차상 문제점, 국제기구 직원의 특권·면책 범위 등 야당의원의 질타가 쏟아졌다. 이보다 이틀 전, 3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정부지원 예산의 회계집행 업무에 관한 감사요구안이 통과돼 현재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감사원은 다음 달 중순 쯤 감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민주당 원내대표인 박지원 의원은 GCF(녹색기후기금) 송도유치 전, 국회 지지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GGGI 비준지연은 방만하고 불투명한 회계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감사결과에 따라 긍정적으로 비준을 검토할 것임을 밝혔지만 정략적 속셈은 숨길 수 없다. 민주당인 송영길 인천시장이 추진하는 사업은 일방적 지원을 하고, 그 모태가 되는 국제적 사업은 반대함으로써 MB와 정부, 인천시가 삼박자를 맞추어 일구어낸 합작품이 결과적으로 MB와 정부를 배제한 민주당만의 전리품으로 가로채기 하려는 편법 아닌가? 송시장이 놀랐다. 그는 민주당내에서도 유일하게 한·미 FTA를 찬성하였다. 노무현 정권 때 밀어 붙인 정책이기도 하려니와 일관성을 지킨 개인적 소신으로서 정파적 계산을 멀리한 정치인다운 행동이다..

방만하고 불투명한 회계란 무엇인가? 먼저 방만하다는 부분에 대한 반론이다. 연간 500 만 달러의 약정금을 출연하기로 한 덴마크, 아랍에미리트, 호주, 영국 등 7개 나라가 약속과 달리 실제 기여금은 이에 미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2010년에는 한국만 1,000만 달러, 2011년에는 덴마크만 500만 달러, 아랍에미리트는 140만 달러, 2012년에는 영국이 150만 달러 등 약속보다 적은 기부금을 출연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이는 창립과정 중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식적 부분이다. MB의 구상에 호응해준 국가도 자국 내 절차가 있다. 그 와중에 주도적으로 리드하던 MB가 솔선해서 성의를 보였기에 선진국들이 그의 구상에 동참하였고 세계은행과 비교되는 GCF를 유치하는데 동의한 것 아닌가? 만약, MB가 눈앞의 이익만 보려고 했다면 국제기구 설립은 지지부진한 결과, 유럽GCF가 상주하고 임시GCF사무실이 있었던 독일에 모든 혜택을 뺏겼을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불투명한 회계란? GGGI 예산문제도 같은 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는 문제다. 왜 사전 계획을 안세우고 국제 협력단 예비비 53억을 썼느냐, 졸속으로 4대강 하듯이 하다 보니 2011년 예산 집행률이 37.2%에 불과하지 않았느냐, 주먹구구식 예산집행은 국제기구 설립이 아니라 구멍가게 수준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옛말에 제잠(蹄涔)이라는 말이 있다. 소나 말발굽 자국에 조금 괴어 있는 물을 일컫는다. 아주 미세한 걸 시시콜콜 따질 때의 그 사소함, 하찮음 을 이르는 말이다. 여기서 또 본질을 놓치고 있다. 되로 주고 말로 받을 일을.

한국에서 국제기구 만든다면 누가 코웃음 안치겠는가. MB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사업은 치밀한 계획을 세울만한 여유가 없었다. 여유부리고 앉았다면 국물(?)도 없었을 것이다. 처음 시도하는 국제기구 창설이 예상과 같지 않아 예산 집행이 어려웠을 것이다. 언 손에 오줌 싸듯 엄동설한에 멀쩡한 길 깨부수고 보도블럭 깐다면 100% 집행 못 할 예산이 어디 있겠나? 만약, GCF를 유치하지 못하였더라면 비난받았을 부분이기도 하다.

맨 처음 사람의 얼굴을 조각할 때 코는 크게, 눈은 작게 다듬기 시작한다(刻削之道 鼻莫如大目莫如小). 실수를 감안한 작업순서이기 때문이다. 일의 시작은 개략계획이 불가피하다. 송도 국제도시가 세밀한 계획 하에 수립된 계획도시라지만 아직은 짓다만 구멍가게(?)처럼 엉성하다. GCF 유치한 지금부터는 확 달라질 것이다. 옥돌을 다듬는 큰일에 손이 서툰 목수는 멀리하고 도와줄 가까운 벗이 있어야 한다.

감사원 감사의결 과정에서 소관 상임위 만장일치, 9월3일 본회의에서도 재석 196인 중 찬성 183 ...등 압도적으로 의결 되었으니, 정파적 이해관계로 발목을 잡은 것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거요? 사람들 하곤...

언제, 표심 얻기 경쟁에서 여, 야가 따로 있었던가? 대선 2달 남긴 마당에 내곡동 특검 한다고 대통령 야유하는 집단에게 특검을 받게 하는 야당이, 표 앞에 의리도 정의도 팽개친 여당과 오랜만에 손발 한 번 맞춘 것이 그리 칭찬받을 일인가? 새로운 형태의 선거부정에 속하는 ‘매표(買票)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보다도 GGGI 협정안의 특권·면책범위를 둘러싼 의혹에 더 논란이 되고 있다. 야당이 시비를 거는 ‘협정문 제 15조 특권·면제 조항의 범위’를 놓고 마치 MB가 퇴임 후 이사장으로 갈 것이라는 의심에서 출발하였기에 불거진 문제라고 본다.

국회비준 대상인 ‘본부 협정안’은 유엔, 국제형사재판소, 국제원자력기구 등 여타 국제기구의 관례를 따르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롱 속으로 들여다 본 세상은 다 좁아 보이고 편협할 수 밖에 없는 법이다. 자칫 정략적 셈법으로 비준이 늦춰진다면 다 잡은 국익을 해치고 국제적 망신이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MB는 이 기구의 산파역을 맡았다. 덴마크 전 총리와 뜻을 같이 하여 출범한 기구가 설립취지를 뿌리내리게 하는 동안은 아이디어를 낸 설립자의 중추적 역할은 당연하다. 라스무센 전 총리가 현 이사장을 맡은 것도 그런 이유라면 MB가 퇴임 후 이사장을 맡는 것 또한 당연하고 국가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국제기구의 수장자리다.

GCF가 송도에 본부를 두게 됨으로 해서 앞으로 한국인 지도자들이 연이어 수장자리를 역임할 수 있는 기회의 자리이기도 하다. 가능하다면 말이다. 거기다가 재를 뿌린다고? 국제기구인 유엔사무총장 같은 자리가 당리당략으로 지지하고, 말 자리인가? 역으로, 민주당 송영길 도지사가 퇴임 후 GCF수장으로 출마하는 순간에 새누리당이 훼방을 놓겠다고? ‘제잠’ 같은 용렬(庸劣)함이 넘친다.

일본이 국제적 입지를 굳건히 지키고 외교관의 국제기구 진출에 전 방위 지원을 하는 것은 국익에 직접적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번복이 좀체 생기지 않는 올림픽에서의 판정 번복을 일본은 가능케 하였다. 독도문제만 하여도 뻔한 억지주장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만하면 승산이 있다고 믿을 만큼 외교무대에서의 일본의 힘은 막강하다.

국제기구의 운영기금 지원이나 각종 원조 활동 등 일본 경제력의 위력이기도 하지만 일본 개항 이후 여야를 불문하고 국제 인재를 키우는 일본의 정치 풍토에 기인한다고 본다.

한국은 외교 무대에서의 활동이 일본에 비하여 좁다. 유엔 사무총장은 개발도상국 몫이기 때문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큰 일이 생길 때면 아쉬운 대로 외국의 지도자들에게 부탁한다. 다음은 재계 인사들이 큰 역할을 한다. 정치 지도자들이 수명이 짧은 반면, 재계나 체육계는 수명이 길다.

우리는 큰 재목들을 국내문제, 개인사로 인하여 잃었다. 김운용 만한 인물이 앞으로 나올까? 이건희 회장의 위치는 확고하지만 개인사로 위축 되었고 박용성 대한 체육회장의 입지도 마찬가지로 축소되었다.

그러나, 재계와 정치계를 두루 역임한 인물은 MB가 처음이고 국제 외교무대에서 국익을 위한 역할은 앞으로가 더 지대하다 할 것이다. 우리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 장관 등 정치거물만을 부러워할 일이 아니다. 한국을 위한 한국인 로비스트는 누구인가?

우리는 열매를 한창 딸 과수나무를 너무 일찍 베어 버린다. 늙은 말은 매어 놓으면 할 일이 없지만, 풀어 놓으면 알아서 혹한 속에 길을 찾고 물이 나는 곳을 찾아내는 영리함이 있다. 그는 천리마다.

협정문 비준은 감사원 감사결과를 보고 결정이 나겠지만, 혹여 되지 않는 정파적 시선으로 흘쩍거리다가 때를 놓쳐 모처럼 찾은 국운비상의 기회를 잃지 않을까 염려하는 심정뿐이다. 새 둥지가 엎어지면 그 알들이 성할 리 없다. 조속히, 현명한 국회의 비준을 촉구한다.

백락이 죽고 나면 천리마도 짐마차를 끄는 신세가 된다. 백락이 없다 해서 설마, 국회나 감사원이 사슴을 말이라고 우기진 않겠지만, 맹인들이 애꾸눈 말을 타고 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왜 저들이 갑자기 맹인이 되었을까?

사물을 자꾸 부정적으로만 보다보니 국회의원들이 ‘돌림 눈병’이 생겼다. 부리나케 여의도 ‘의원안과’를 찾아 갔다. 거기는 의원들이 무료다.

“눈이 아픈데, 어떡하면 좋지요?”

그 의사는 의원들을 상대하다보디 말도 안 되는 소리에 귀가 멀어 버렸다. 설상가상, 못 볼 것을 보다보니 그도 돌림병에 전염되어 안대로 눈을 가리고 있었다.

“의사인 나도 이빨이 2개 아파서 괴로워 하다가 전부 뽑아 버렸더니 시원하게 낫더라고요”

의원들이 안대를 하고 서둘러 찾다보니 층수가 헷갈려 올라간 그곳은 ‘의원치과’였다.

그 치과의사는 아프지 않게 신속하게 처리할 줄 아는 ‘뽑기 명수’였다. 그 이후 여의도에는 제대로 앞을 볼 수 있는 국회의원은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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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수  harubang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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