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수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

가을하늘이 애기 피부처럼 뽀샤시한 날, 입맛 당기는 오리탕 집을 찾아 가는데 글쎄, 대여섯 명이 오리걸음으로 뒤뚱거리며 간다고 해봐, 가관이겠지? 성성한 다리도 금방 절름발이가 될 것이다. 레임덕으로 지낸다면 참 정신적으로도 힘들 일이다.

자신들의 약점이나 열등감을 감추려고 상대방을 신체의 결함에 빗대어 욕하는 것도 실상, 자기들 정신상태가 불구인 까닭이다. 조지 부시는 퇴임 직전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 법안을 퇴짜 놓은 의원들에게서 ‘브로큰 덕(Broken duck)’(개박살)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다나. 레임덕(lame duck)이 무색하다.

MB는 해도 너~무 한다. 대선까지 60일이면 현 정부는 이미 갱년기에 접어들어, 남들이 다 겪는 레임덕에 빠진 게 맞다. 쉬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다. 그런데 , 눈 비비고 봐라. “아니 그게 아니구나”, 부정의 대답을 할 밖에. 웬걸, 왕성한 식욕으로 외교무대에서 독식을 계속 하다니 그게 말이 되냐구요?

이참엔 물어도 너~무 큰 걸 물었네? 삼킬 수 없을 만큼.

“미안마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나?” 지난 10월 8일 국빈 방문한 미얀마의 ‘테인 세인’ 대통령을 공항에서 영접할 책임자가 국장급이라니 못마땅히 생각하고 호통친 MB, 자원의 보고(寶庫)를 일본과 중국은 애지중지 공을 들이는데 비하여 우리 공무원들의 소홀한 자세를 나무란 것이다. 내부로부터의 권력이반을 목도하고 응급 처방을 내린 예다.

MB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죄 요구’ 발언을 놓고 기다렸다는 듯이 ‘3류 정치’라고 비난한 야당은 이전에는 독도를 방문하지 않는다고 침을 튀겼다. 외부로부터의 흠집 내기다. 레임덕 현상을 부채질 하는 정치적 행동, 즉 ‘오리털 뽑기’다. 권력이반이나 흠집 내기에서 오는 레임덕(lame duck)현상은 권력 이양기에 ‘권위가 서지 않는 분위기’를 말한다.

종전에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11월에 치르고 이듬해 3월 4일 이·취임식을 가졌다. 지금은 1월 20일로 당겨졌지만, 결국 4개월은 전·후임자가 대권을 인계·인수하는 기간이므로 권력공백기나 다름없다. 이 시기를 ‘절름발이 오리’라고 비유했으니 궁박한 이 표현은 장애 비하 발언이요 동물 학대니까 현 시점에서는 폐기처분이 마땅한 단어다. 실패작(dead duck)이다. .

절름발이 고양이 ‘톰’도 있고 투견 생활하던 절름발이 '스파이크', 피노키오의 금화를 뺏어간 절름발이 여우, 국산영화 <챔프>의 경주마 ‘루나’도 절름발이다. 왜 정치에서는 오리만 갖고 그러는 거야? 오리가 그렇게 만만해? 날지 못하고, 앉아 있는 오리(Sitting duck)는 어수룩해서 이용해먹기 좋은 사람, 놀림감이거나 만만한 표적을 말한다. 만만하게 안보이려면, 계속 움직이든가.

과거, 권력누수기에는 ‘개혁’이나 ‘쇄신’이라는 이름으로 온 나라가 난리가 난 후, 왕조가 바뀌거나 피바람이 불었다.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인적 쇄신 앞에 어느 누구도 예외가 아닌 칼바람이 불었다. 한편으론, 오리 아닌 개를 갖고 논 중국, 예로부터 개고기를 먹었다고 이실직고(以實直告)함이렸다.

중국은 공산당 일당 주도하에 10년 전에 후임 지도자가 정해지는 안정된 정치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만 교체기의 레임덕현상은 피할 수 없나 보다. 보이지 않는 권력 암투에 금년 전인대(全人代)에서도 ‘정부 보고’에 대한 불만이 작년의 두 배로 증가하고 예산안 반대비율도 15.3%로 5년 만에 최고치라 한다.

일본은 <the Diplomat>과 인터뷰에서 “한국의 대통령들은 집권 중후반까지는 우호적이다가 막판에 가면 갑자기 적대적으로 돌아 선다(lame duck and flying feather)”고 악의적으로 표현하였다. 또 ‘이코노미스트’ 지는 한 술 더 떠서 ‘태극오리’가 ‘일장기 오리’를 패주는 삽화를 실어 마치 레임덕과 ‘강공 드라이브’가 연관된 것처럼 포장, 문제의 발단이 한국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일본 광고주에 대한 유럽 언론의 깍듯한 예의임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레임덕이 임기 말에만 오는 것은 아니다. 초기에도, 중간에도 틈만 나면 나온다. 단임제 하에서는 필수코스다. 정치시스템이 불안하여 지역적 기반의 패거리 정치에 농락당하고, 정치 식객들은 시민들의 높지 않은 정치의식을 뒤흔들어 정치풍토를 오염시킨 결과다.

과반의 지지를 못 얻거나 표를 의식하여 압력단체에 꼬리가 잡히면 국정의 주도권을 놓친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7.28일 대연정(大聯政)을 제안하였다가 내부 반란으로 실패하자 레임덕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였다. 2년 6개월 꼭 절반을 넘긴 시점이었다. 정책에 실패해도 지지층이 빠져나가 국정이 농단된다.

MB는 한국 최초의 독도방문 대통령이다. 10월18일에는 연평도 방문 최초 대통령으로서 NLL수호의지를 분명히 하여 대선 주자들의 불필요한 논란에 쐐기를 박았다.

북한의 석도에서 불과3km 떨어진 적 포탄 공격의 현장에서 “NLL은 통일 될 때까지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자산”임을 역설한 것은 주적개념이 흔들리고 있는 장병들, 국민들에게 확고한 적개심을 심어준 쾌거다.

내곡동 특검으로 어수선 할 만도 하지만, 임기 말 레임덕에 주눅 들었다면 감히 용기를 낼 수 없는 과감한 행보다.

MB에게 레임덕은 사치다. 비판하는 자들은 퇴임 시까지 가만히 계셔 달라고 주문한다. 말은 요청이지만 암묵적 명령이다. 마치 자기들이 알아서 잘 할 것처럼. 외교는 이론적으로나 상식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흔한 뇌물도 통하지 않는 고귀한 인텔리들과의 국제적 교류는 깊은 신뢰가 바탕이다. 일, 이년의 짧은 기간으로 신뢰가 싹트는 정도의 허접한 싸구려 인맥으로는 어림없다. 국제적 감각을 가진 정치인?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유엔 산하의 신생 국제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 Green Climate Fund)'은 24개 회원국 이사회에서 그 사무국을 인천 송도에 유치하기로 결정하였다. 개도국의 온실가스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는 기구로서 모금 액수나 방법은 12월 카타르 회의에서 결정되겠지만 인천 송도에 유치한 데는 MB와 이사국 정상들과의 인적네트워크가 결정적 힘이 되었다.

그 상대가 최근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 하고, GCF 임시 사무국이 있었던 독일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가 동계올림픽에 이어 독일에 2연승을 하였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 소식에 아직도 흥분이 가라 안지 않았는데, 설마 ’환경 분야 세계은행’을 유치한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으로 칠 수 밖에 없었다. 그것도 저물어 가는 정권 말기 레임덕에 들어선 MB정부에서, 대통령이 가만히 쉬기를 바라는 안락사 시켜야 할 국내정치판에서.

지난 6월 멕시코에서 G20정상회의, 브라질의 ‘유엔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 9월의 러시아 APEC정상회의 등에서 치밀한 계획으로 참가국 정상들에게 협력을 요청하고 유치 필요성을 설득하였다. 특사로 친서를 보내고 개인적 전화로 확인하고 동영상에 직접 출연하여 지지를 호소하였고 참모 및 인천시와 역할분담으로 전 방위 활동을 전개하였다.

어쩌면 마지막에 역전을 시킨 4~5 표의 획득을 게을리 하였다면 연간 최소 3800억 원의 경제적 효과는 날라 가 버렸을 것이다. 조용히 레임덕이라는 의자에 앉아 쉬고 있었다면 말이다. 심장이 멎는 순간이었다. 월드컵, 올림픽은 재도전이나 가능하지 이건 패자 부활전 없는 사생결단이었다.

경제적 효과를 따지고 하는 말이다. 국제회의나 스포츠 행사 같은 일회성 이벤트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매년 국제회의만 100회 이상을 송도에서 개최한다니 상주 근무인원 외에도 어마어마한 인구유입이 일어날 것이다.

초대형 글로벌 기업을 유치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는 송도의 부동산 시장은 활기차게 돌아갈 것이다. 송도 외자 유치 계획이 속도를 낼 것이다. 독일 ‘본’ 시민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한국의 미래를 위해 천만다행이다.

다음 주 10월 23일 공식 출범하는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와 ‘녹색기술센터’는 이명박 대통령이 주도한 국내 유일의 국제기구 본부다. GCF 사무국 유치가 가능했던 결정적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들 기구가 함께 있음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것이라는 사실이 많은 개도국들의 지지는 물론 불편한 관계인 일본의 협력까지도 얻어낼 수 있었다.

MB가 2008년 ‘녹색성장’을 국가 아젠다로 제시하였을 때 국내는 물론 세계는 의아스런 눈으로 바라 보았다. 갈 길 먼 개도국 입장에서 녹색은 자칫 ‘그린 워시(Green Wash: 녹색 세탁)로 비쳐질 수 있었지만 진정성과 창의력을 가지고 문제를 풀어 나가는 그의 진지함을 세계가 인정해준 것이다. 녹색 전도사! MB에게 맞는 닉네임이다.

모름지기 한국은 앞으로 전 세계에 ‘녹색 전도사’의 역할을 충실하게 실천할 일만 남았다. MB는 그의 바람대로 새마을 모자에 자전거를 타고 4대강을 일주하면서 ‘푸르름’을 만끽할 것이다. 새로운 ‘MB 스따일’이 세계를 강타할 차례다. 일단 3명의 대선후보가 유례없이 유치결과를 환영한다고 했으니 후속조치를 이행하는 데 문제는 없을 것이지만 말을 자주 바꾸는 정치인의 심사는 종잡기 어려워 걱정이다.

민주당에서 선거일을 봐주는 윤여준은 MB를 ‘건설회사 스타일’이라고 낮추어 말하지만 뭐가 어때서? 대한민국이라는 건설 회사를 위해 삽질 좀 하쇼, 입방정만 떨지 말고. ‘철새’나 ‘떳다방’ 스타일 보다는 한결 낫구만. 머슴 같은 ‘싸이 스타일’도 잘만 뜨는 판에...

도도한 ‘브라우니’도 ‘레임덕(lame duck)’에 빠졌다고 걱정들이다. 원래 낡을 대로 낡은 소품이 손을 너무 타서 수명이 다 됐나보다. 대안을 모색하는 중 이라는데, 이 경우는 ‘레임 독(lame dog)’이 맞겠지만 그런 말은 이제 쓰지 말자구요.

대한민국은 신이주신 능력을 발휘할 마법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족제비와 싸워 이기고 발에 묶인 끈을 부리로 끊어 주는 희생과 배려의 '어미 오리'가 있어 미운 오리새끼들은 NLL 창공을 넘어 독도, 이어도 하늘을 한껏 날 것이다. 녹색 성장이 있는 한, 우리 역사 앞에 ‘레임 덕’은 없다.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박제수  harubang33@naver.com

<저작권자 © 푸른한국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