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2007년부터 준비해 온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 목표를 달성한 10월 19일은 16년 만의 재진출을 확정하는 순간이면서 한국 외교의 승리, 국격의 승리임을 만방에 알렸다. 최근 잇달아 G20정상회의, 핵 안보정상회의, GGGI(글로벌 녹색성장연구회) 등 글로벌 리더국가로서의 위상을 다진데 이어서 세계의 부러움을 사는 이면에 일본 등 이해국가의 견제도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2006년 세계의 대통령,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다 보니 일본 등이 의도적으로 제 3세계를 지지하는 분위기도 감지되었다. 그러나 , 여느 때와 달리 유엔 안보리의 진출은 극도의 긴장감이 감도는 한반도 주변 영토분쟁이나 북한의 호전적 도발과 관련하여 적시에 기회를 잡은 것이어서 국익을 지키는 절호의 찬스이며 대한민국의 가장 큰 우방세력을 품에 안은 결정적 계기로서 국운의 상승을 점칠 수 있게 된 대사건이다.

임기 2년의 비상임이사국은 10개국으로 매년 5개국씩 선출하되 지역별 안배원칙에 따라 아시아에서 2개국이 번갈아 배정된다. 다른 유엔 기구의 결정은 조언에 불과하지만 안보리의 결정은 국제사법재판소(ICJ)의 판결에 따라 회원국에 대하여 집행, 감독할 의무가 있다.

일본이 그간 10번 선출되었음은 일본의 외교력과 위상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독도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겠다는 엄포 역시 이와 같은 배경을 등에 업고 목에 힘을 줄 수 있는 원천이 되었던 것이다.

일본의 꿈은 경제력에 비하여, 아직도 유엔의 ‘적국(敵國)조항’에 포함되어 있는 패전국 입장에서 벗어나려는 ‘면피 선언(面皮宣言)’을 외교의 ‘종착역’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한 ‘스턴트 맨’으로 뽑힌 자는 ‘코피 아난(Kofi Annan)’ 유엔 사무총장. 그가 꺼낸 ‘안보리 상임이사국 확대 개편’이 ‘자팬 드림’을 실현시켜줄 것으로 확신하고 초기부터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2005년 3월21일 코피 총장은 “상임이사국이 확대되면 아시아 지역 두 자리 중 한자리는 당연히 일본”이라고 노골적으로 일본을 두둔했다가 특정국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지적을 받고 황급히 말을 돌렸다.

일본은 그가 9월까지를 개혁시한으로 명시하자 좋아 죽겠다하고 그가 현직에 머무는 동안 결론을 내려고 작정했다. 자문위원회 출범 시부터 ‘난민의 어머니’로 칭송받는 ‘오가타 사다코(緖方貞子)’ 전 유엔 난민 고등판무관을 진입시켰다. (그보다 10년 전, 코피 아난이 이 고등판무관 직책을 맡을 때 이혼하고 소속 여직원과 재혼한 묘한(?) 자리임)

2004년 7월 자문회의를 교토에서 개최하면서 100만 달러의 활동비도 지원하고 앞서 2월, 사전공작을 하기 위하여 코피 총장을 일본으로 초청, 자기들의 안보리 개편안을 전달하였다. 동시에 일본은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는 독일, 인도, 브라질과 연대해 대응키로 하고 득표활동 목적으로 아프리카, 카리브해 국가에 집중적으로 로비할 계획을 세웠다.

그해 4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아·아프리카회의(반둥회의)에 고이즈미 총리가 직접 참가하고 5월에는 일본·카리브해 국가 간 각료급 회의, 6월에는 상임이사국 확대를 위한 투표방법 등을 규정한 안(案)을 독일 등과 공동 제출하는 등 총력을 기울였다.

커피클럽(Coffee Club)은 ‘코피’ 총장의 확대 개편안을 반대하는 국가들의 모임이며 정식명칭은 ‘합의를 위한 단결(Uniting for Consensus, UFC)이다. 확대개편에 찬성하는 소위, G4국가들이 커피 한잔 안사고 거저 먹으려 하는 것을 저지 하려고 1998년, 커피 마시면서 비공식모임으로 결성하였는데, 이탈리아, 대한민국, 중국, 스페인, 멕시코,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터어키, 파키스탄, 그리고 캐나다 등 G4주변 당사국들이 주도하고 있다(미국, 북한도 같이 커피 마심). 경쟁관계에 있는 입장에서 ‘국제적 합의’도 없이, 자국의 이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할 수 없다는 논리로 치면 ‘커피클럽’은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최초 27개국으로 출발하였으나 현재 119개국과 국제기구가 참석하고 있다. 미국마저 일본과 코피 아난의 ’인위적 안보리 확대‘에 제동을 걸었으며, 참가국들은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사전합의‘라는 전제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전체 회원국의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현재의 규정으로는 G4의 상임 이사국 진입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상임이사국 확대가 물 건너간 마당에 비상임 이사국으로서 외교 역량의 확대에 걸맞게 대북제재 등에 국한되었던 제한적 활동에서 벗어나 국제 평화유지와 해외파병, 빈곤퇴치, 온난화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리더쉽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지난 16년 전 보다 경험만이 아니라 경제적 파워와 국가위상이 더 높아 진 지금, 더 큰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국가 위상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중재자'로서, 분쟁지역의 '조율자'로서 책임과 역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외교는 힘이다. 천암함 폭침에도, 연평도 포격에도 벙어리 냉가슴만 앓았지 유엔의 제재를 얻어내지는 못하였다. 이제는 북한, 나아가 일본, 중국에도 상당한 억지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힘의 근원은 외교 역량을 발휘에 있다.

과연 내년부터 펼쳐질 한국 외교를 일본과 북한은 어떻게 볼 것인가? 중국과 러시아는 어떤 전략으로 나올 것인가?

주유엔 김숙 대사는 비상임이사국 임명 소회와 각오를 발표했다.

“북한의 천암함 폭침 사건도 뒷전에서 우방국과 협의하는 수준이었다. 이제 우리가 결정한 장소에서 우리가 결정한 시간에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고.

MB정부의 또 하나의 쾌거다. 주도적 역할을 기대한다.

“일본의 태도가 궁금해요? 궁금해요? 궁금하면 공짜로 말 해 줄께.”

일본은 할 말 많지만 꾹 참고 있다. 왜냐하면, 후지산이 흔들거릴 경우 ‘서일본 지진대’가 위험하다. 결코 일본 땅에서 ‘말춤’은 막아야 한다.

“아베신조가 야스쿠니를 참배하였으니 가미카제(神風)를 기대하므니다.”

“싸이가 ‘유튜브’, ‘빌보드’를 조작하더니 유엔에서마저 전자투표 조작한 거 아니요?

솔직히, 우린 말 춤 한번 맘껏 못 추고 슬퍼도 너~무 슬퍼.”

“일본의 봄날은 캈스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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