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9월26일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어 차기총리가 확실시 되는 아베 신조(安倍晉三)가 17일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에 참배했다.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다지기’ 행태는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2006년 9월 총리 재임시절 참배하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통한으로 남는다고 했으니 이번에는 총리가 되고서도 강행할 것이 분명하다.

그의 말대로 국가를 위해 숨진 영령에게 존 표하는 것을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그의 신조를 우려한다. 최연소총리, 전후 최초의 총리로서 기대를 업고 데뷔했지만 거칠고 서툰 솜씨로 1년 만에 지지를 잃고 정계를 떠났던 그가 난세의 영웅처럼 다시 등장하여 칼을 손보고 있다.

그가 다시 극우의 대표주자로 등장하게 된 배경은 한국, 중국과의 영토분쟁을 틈탄 매파 이미지 때문이다. 과거사 사죄담화는 전부 수정되어야 한다고, 전번 수상 때 미국 가서 인정했던 말도 바꾸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성노예)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부인한 것은 물론이다.

2007년 미 연방하원이 ‘잔학성과 규모면에서 전례 없는 20세기 최대 규모의 인신매매’라고 한 사건을, 1993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관방장관의 담화를 철회하려는 의도를 우려한다. 며칠 전 고노 전 장관은 일본 지식인들에 이어 반성하지 않는 일본을 질타한 유일한 고위 관료다. 역사에 눈감는 나라, 미래가 없다는 점을 깊이 새기라고 비판했다.

총재 재당선 후, 한다는 소리가 ‘강한 일본, 풍족한 일본을 만드는 것이 사명’이라는 아베. 우익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과 손잡고 집단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헌법을 개정하겠단다. 센카쿠에 1mm도 양보하지도 않겠다고 가쁜 숨을 쉬고 있다.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하필 쌈닭 아베인가? 일본 국민은 2차 대전의 악몽을 다시 꾸고 싶은 것인가?

극우 아베를 막을 자는 부인 아키에(昭惠) 뿐이라고 한다. 2010년 7월 고(故) 박용하 빈소에 죽음을 애도하는 부인을 위로하며 ‘일본국 전 내각 총리 아베신조. 아키에’ 라는 부부 명의 화환을 보낸 그들이다. 자신의 블로그에 <당신을 잊지 못 할 거야>라는 글을 실어 고(故)이수현군의 죽음을 29세에 죽은 메이지의 정신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처럼 안타까워했던 아키에, 총리 남편을 따라 방한하였을 때 유창하게 한글 교과서를 낭독한 그녀, 웬만한 한국 드라마를 놓치지 않던 그녀가 요즘 한국과의 연(緣)을 다 끊었다고 한다.

한국이 좋아 모두를 좋아 했다가 이제 다 놓은 걸 보면 한국이 싫어졌나보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 부인도 한류 팬이요, 현 노다 총리 부인도 한국 꽃미남 좋아한다더니 남편들 씩씩거리는 콧소리에 내색을 못하고 숨죽이고 있다. ‘욘사마’를 외치던 그 중년들 목소리도 잊혀 진 지 꽤 됐다. 밖으로 도는 마누라가 좋아 보이진 않았겠지. 이번이 일본남성들에게 라이벌들을 제압할 절호의 찬스인가?

전 세계에 전율을 가져온 ‘칭기스칸’의 말발굽 소리 이후, 다시 몽골계 한국인 ‘싸이’의 말발굽 소리에 세상이 화들짝 놀랐다.

“쟤가 정녕 환생한 칭기스칸이 아닌가?” 진앙지에 가장 가깝고 한류의 본산지인 일본만은 영 반응이 시원찮다. 애써 잠잠한 것이 너무 안타까웠는지 미국 ‘타임’지가 한방 거들었다.

“세계의 유행과 싸우는 일본”, “강남 스타일이 싫증나면 일본으로 가라”고 비꼬았다. 국가 간 강경일변도의 팽팽한 긴장을 이해와 포용으로 누그러뜨릴 분위기 반전은 ‘강남 스타일’만한 게 없을 터, ‘베갯머리송사’나 밥상머리 설득보다 효과가 월등할 것이다. ‘한중일 3자회담’은 물론이요 북한을 포함한 ‘6자회담’에도 각국의 지도자들이 말 춤 한 번 춘다면 금세 평화가 찾아들 것이다. 적극적인 성격의 ‘아키에’ 여사라면 뚱한 아베의 얼굴을 환하게 웃게 할 만한 ‘아베-아키에’스타일이 만들어질 텐데...

KNTV의 인터뷰는 의도적으로 일본의 네티즌을 겨냥하여 남편이 총재당선 다음날 승용차 안에 있는 그녀에게 차창 너머로 따지듯이 물었다.

“남편의 뻣뻣 자세가 한류 팬을 졸업한 원인이냐?”

“음, 곤란하게도 한국에 친한 친구도 있는 데 난처하게 됐네요.”

일본은 좋아 날뛰었다. 변심한 애인이 다시 돌아 온 것처럼.

“아키에짱 조차 한류를 끊었다.”

“한국인의 유일한 목숨 줄이 끊어졌다.”고. 거참, 모질다. 칼 문화답게 '앗사리(시원시원)'하다 해야 하나?

브레이크 없는 아베의 독주, 2006년의 상황과 똑같다. 주변에는 극우주의자와 한류 드라마를 보지 않기로 한 아키에까지 진실을 외면하는 군국주의 망령들과 그 후손들이 다시 야스쿠니를 맴돌고 있다. 아베신조 ,아소다로 , 이시하라, 하시모토 ....

1961년 예루살렘에서 행해진 살인마 ‘아이히만’의 재판 후, 맹목적 충성이 어떤 결과를 가져 왔는지를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주목해야 할 것은 ‘악(惡)의 시시함(Banality of evil)’이다. 그가 유럽의 유대인 말살계획, 아우슈비츠를 계획하다니 정신병자 아닌가? 천만에. 그는 일의 선악을 떠나 중간 관리자로서 열심히 계획을 짰을 뿐이다. 그는 유대인을 증오하지도 그렇다고 사악하지도 않은, 온순하고 가정적인 인간이었다. 악이라고 할 건덕지도 없는 인간이 그처럼 흉악한 짓을 저질렀다니!

나찌 A급 전범 24 명이 따지고 보면 괴물이 아닌 다 평범한 아버지요 남자였다. 지시하는 자의 등 뒤에 숨어 자기는 맹목적으로 시키는 일만 했다는 변명, 즉 반성적 사유(思惟)가 결여된 사람들이었다. 이런 자들은 언제라도 또 같은 죄악을 스스럼없이 저지를 수 있다. 잔혹성은 맹목성에서 나오고 바로 반성하지 않는데서 생긴다. 일본 대중은 소속이 없음을 두려워한다. 그것이 군국주의 재무장이라는 위험한 길이라 해도 남이 가면 나도 따라 가야지 속이 편하다고 본다. 맹목성이 강하다. 반성을 거부한다. 왕에게 책임을 돌리면 그 이하는 면책이다 보니 재발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래서 ‘죄값’을 꼭 따져야 하는 것이다.

아베는 쌈닭으로 성장했다. 아버지나 친 할아버지는 유화적이고 친근감이 있는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영향을 미친 이는 외할아버지다. 2번의 총리를 지냈다.( 작은 외할아버지 는 3 번의 총리를 지냈다.) 도조내각에서 장관을 지내다가 A급 전범 용의자였으나 사면되었다. 총리 시절 미일안보조약으로 일본의 자주국방을 추진하고 평화헌법을 재검토하려고 하다가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사임하였다. 이런 외할아버지를 존경하는 아베는 일본인 납치문제로 북한을 강경하게 몰아부처 일약 스타가 되고 ‘고이즈미’ 총리의 눈에 띄어 승승장구한다.

정치적 배경도 있었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총리에 오르게 된 이면에는 극우적, 배타적 성향이 그 배후 세력이다. 위안부 문제, 평화헌법, 자위대, 고노 담화계승, 교과서 문제 등 외교적 마찰을 즐기면서 우경화로 치달은 것은 맹목성과 반성적 사유(思惟)가 결여된 인자를 외할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아베의 고향은 야마구치(山口)현이다. 부관 페리호가 닿는 곳, '일본의 입'이다. 중국과 한반도의 문물을 받아 들여 일찌기 개화된 곳, 이토오 히로부미의 고향, 그의 스승이며 일본 군국주의 사상의 대부,요시다 쇼인(길전송음)의 고향, 그의 정한론, 대동아공영론의 산실, 바로 이곳에 임란에 붙잡혀 온 조선의 도공과 기술자들이 터를 잡았다.

붙잡혀 온 심수관 14대가 살고 있는 곳이다. 심수관 씨에 따르면 1974년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씨가 들렀는데 그는 1964년부터 1972년까지 최장수 일본 수상을 지낸 사람이요,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수상의 동생이요 전범국가에서 노벨 평화상 수상자다. 양자를 갔기 때문에 성(姓)이 달라졌다고 한다. 이 사람이 심수관 더러 자기 선조도 한반도에서 왔다고 하면서 <黙而識之(묵이지지)>라는 휘호를 써 주더란다. <뜻: 말 안 해도 알거야> 이게 무슨 의미심장한 말인가? 조선인임을 암시한 글 아닌가? 비록, 일본 총리라서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핏줄끼리는 알 수 있다는 말! <김 충식, 슬픈 열도-영원한 이방인 400년의 기록>

그는 아베가 존경해 마지않는 외할아버지의 동생, 종조부(從祖父) 아닌가? 아베에게 조선인의 피가? 아버지 아베 신타로(安倍晉太郞) 씨는 지한파로서 잘 알려졌다. 그런데 아들은 인정하기 싫겠지? 말 안 해도 알만해. 그러나 속까지 그러진 말자. 동네서 같이 자랐다는 친구 롯데 신동빈 회장은 이 사실을 알까? 그의 외증조부가 윤봉길 도시락 폭탄에 한 쪽다리 날아간 ‘시게미쓰 마모루’(重光葵) 당시 중국 공사였으니까(그 후 도조내각의 외무대신으로 A급 전범처벌). 알고 보니 친한 이유가 있었네. 말은 없었겠지만...아서라, 핏줄은 따져 뭘해? 김일성 가문이 한국계 아닌가? 여당도 야당도 다 한 편인걸!

그러고 보니 우리가 보지 못한 '아키에'의 눈물이 보인다. 박용우를 울며 보내고 이수현을 잊지 못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그녀, 떠나온 고국을 그리워하는 왕소군(王昭君)처럼, '오랑캐 땅에 풀,꽃이 없어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는 임란에 잡혀 온 조선의 화번공주(花蕃公主)가 아닐까?

어쨌거나 아베, 내년에 6자회담을 해야 하지 않겠소? 피할 순 없고, 시진핑도 벼르고 있다잖소? 얼굴들이 전부 바뀌었으니 먼저 6개국 수뇌회담을 하는 게 낫겠지요?

"Shall we dance?"

그래서 얘긴데, 아베,머리도 식힐 겸 6개국 정상들과 함께 춤 한번 출까요? 말 춤으로...

핵(核)이 별거요? 말 춤 한번 추면 해결될 일을. 오바마, 롬니는 벌써 연습 끝났습디다. ‘아키에’하고 미리 연습 좀 하세요. 총리선거 마치면 드라마 ‘착한 남자’도 보게 해주고요.

다 같은 편이잖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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