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일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지난 2일 노년유니온(위원장: 김선태)이 청년유니온(위원장: 한지혜)과 함께 서울지방고용청에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제출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지난달 24일 창립총회를 연 노년유니온은 노인을 대표하는 노조라는 상징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인의 날인 이날 조합원 150명 명의로 노조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이날 세대별 노조의 연대라는 상징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전국청년유니온 노조와 함께 설립신고서를 제출했으며, 설립신고서 제출 전후 두 차례에 걸친 기자회견을 가졌다.

제출 전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는 스스로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청년유니온과 노년유니온의 법적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한데 이어, 제출 후 기자회견에서 노년유니온은 "노년유니온은 노인들의 주체적인 노조활동을 통해 복지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청년유니온은 아르바이트생, 구직자, 비정규직 청년들의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 노조설립을 신고한다"고 밝혔다.

이날 양대 세대별 노조의 동반 설립신고서 제출에 대해 반노조적인 희화화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질 수 있다는 점을 굳이 감수하면서까지 ‘퍼포먼스’라는 어찌 생각하면 당사자로서는 상당히 기분 나쁠 표현을 한 이유는 양대 노조 스스로가 자신들의 노조로서의 법적 지위를 인정해야 된다고 촉구한 신고서 제출 전 기자회견 내용과 관련이 있다.

제출 후에 기자회견을 할 것이면서 굳이 제출 전 기자회견을 했던 이면에는 2010년 3월 창립한 전국청년유니온이 노동부로부터 단체교섭권을 가질 수 없는 구직자와 실업자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4번이나 설립신고서를 반려 당했던 사실을 대중에게 주지시키려는 고육지책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노동부는 "구직자와 실업자는 조합원 자격이 없다"며 청년유니온을 노조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1월 '구직자도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법원판결이 나온 것을 계기로 서울시에서 서울청년유니온의 법적지위를 인정한 데 이어 광주, 인천 등 지자체 4곳으로부터 유니온 노조 설립이 승인됐기 때문에 이들 4개 지역노조가 기반이 된 전국유니온 노조의 설립신고서가 반려될 특별한 이유가 없으며, 청년유니온과 유사한 정관 등을 가진 노년유니온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노동부의 한 관계자가 "제출된 서류를 검토해 이전의 반려 사유가 해소됐는지 살펴보고 승인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이미 4곳의 지자체로부터 법원 판결에 근거하여 노조 설립을 승인받았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노동부 관계자가 노동부답지 않은, 다시 말하면 이름 그대로 ‘고용부’같은 말을 한 것으로 생각되고, 이것이 이날 양대 노조가 퍼포먼스를 할 수밖에 없었던 뒷담화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유니온노조의 설립신고를 반려하면서 이들을 법외노조로 관리해온 노동부의 생각은 별반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이들 양대 세대별 노조에게는 노동부가 아니라 이름 그대로 ‘고용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을 만큼 고루하게 느껴질 것 같다. 그렇다면 과연 양대 세대별 노조의 설립신고서는 수리될 것인가, 아니면 반려될 것인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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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일  solbeey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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