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결말이 났다. 결정이 내려진 직후 노무현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소속의 국회의원들은 수용보다는 반발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노무현대통령은 “관습헌법이라는 말을 처음 듣는 이론이라고 하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하자며 언급했고 열린우리당 소속의원들은 “헌법재판관들도 탄핵”하자는 극단적인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초강력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의 혜택을 받은 사람은 바로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다. 그런 그들이 이제와서 헌법재판관을 탄핵해야 하느니라며 성토하는 것은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쓴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바로 그런 그들의 초헌법적 위상과 오만방자함(?)으로 인해 다시 대통령 권좌에 복귀한 자들이 왜 그때와 지금의 상황에 있어서는 표리부동한 행동을 하는 것일까?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난 봄 노무현대통령의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시 당시 김근태 원내대표의 승복을 거부하겠다는 공언과는 반대로 한나라당과 보수단체는 헌법재판소의 심판결과에 깨끗이 승복했었다. 그러나 노무현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승복을 거부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위헌 결정이 나자 처음듣는 논리니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를 하겠다니 하면서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 관습헌법은 불문율과 같다. 헌법학 원론에도 나오는 원리이다. 법을 공부하고 판사를 역임한 사람이 관습헌법을 처음듣는 논리라고 우기는 것이 모양새가 안 좋다. 우리가 통상 계약서를 쓸 때도 법에 명시되지 않은 것은 일반 관례에 따른 다고 말미에 적는다. 그런데 관습헌법 운운하는 것이 참 웃기고 가소로운 것이다.

법치주의라는 것은 그 어떤 사람도 불평불만이 없을 만큼 법이 완벽하기 때문에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그 법의 지배를 받는 모든 구성원들이 철저한 준법정신을 갖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간과하고 있다. 자신들이 앞장서서 법치주의를 깨부수고, 국가권력기관의 권위를 무너뜨렸는데 자신들에게 유익이 되는 일에 있어서는 법치주의와 국가권력기관의 재량이 엄중히 존중되어야 한다고? 그러한 발상 자체가 바로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도전임을 깨달아야 한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 결정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인용되었어야 맞는 것이며, 이번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헌법재판소에 의해 각하되었어야 맞는 것이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내려진 직후 열린우리당 소속 정치인들의 반응을 보니 하나같이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성문헌법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관습헌법이 성문헌법을 대치할 수 있나?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입법권과 의회민주주의를 훼손시켰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들의 반응이 일견 그럴듯해보이긴 하다. 아니, 사실대로 이야기하자면 이들의 생각이 모두 맞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 탄핵정국 때 국회의 입법권과 의회민주주의의 원칙을 부정한 당사자들이며 국민들이 뽑은 국회의원 3분2의 의사를 의회쿠테타니 하면서 국회의 정치적 행위를 부정하였으며 김근태 당시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가 인용 결정을 하면 승복을 거부하겠다고까지 확언하기도 하였다. 이런 예를 봐서 이미 그들은 그러한 이야기를 할 자격을 상실해버렸고, 대다수의 국민들이 그 사실을 지금까지 잊지않고 기억하고 있다. 정상적인 법리로 따지자면 지난번 열린우리당의 논리에 따르자면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근간이 성문헌법주의와 대의민주제이니 성문헌법에서 규정한 절차에 따라 대의민주제의 실행기관인 국회가 재적의원 2/3로 대통령을 탄핵한 것은 지극히 정당한 것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국회의 탄핵 결정이 국회에 부여된 재량권의 과잉 행사라며 기각시켰다. 즉,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는 법률적 요건은 충족시켰으나, 이를 위한 상당한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것이다. 이미 이때 당시에 헌법재판소는 성문헌법주의와 대의민주제의 정당성과 적절성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상당성''이라는 잣대를 들고나옴으로써 성문헌법과 대의민주제의 원칙에 의해 당연히 국가권력기관에게 부여된 재량권에 대해 제동을 걸어버렸다.

최상위 법률인 헌법을 다루는 곳이기에 그 결정은 매우 보수적으로 내려질 수 밖에 없다.

국가최고의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는 보수적인 판결을 할 수 밖에 없다. 왜 국가의 안녕질서를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의원들은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을 보수 노인네로 매도하고 있다. 재판관과 판사가 무슨 보수,진보의 구별이 대상이 된다 말인가! 성매매가 용인되어도 좋다고 여론이 대다수 지지한다 할지라도 금지를 합헌이라고 판결 했을 때 그 행위가 과연 보수적인 행위인가 묻고 싶다. 특히, 국가권력기관의 권한과 적법성에 대해 심판하는 만큼 그러한 보수성과 소극성은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기 마련이다.

바로 이 점으로 인해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논리는 그 정당성을 잃게 되는 것이다. 즉, 나를 위해 본분을 망각한 것은 칭찬할 일이고, 나에게 괴로움을 주기 위해 본분을 망각한 것은 오만방자한 것이다(?)라는 매우 해괴한 결론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노무현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사부 김대중 전대통령은 아무리 좋은 국가정책도 국민 위에 설 수 없다고 언급했다. 국민이 원하지 않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 통치자의 자세 인 것이다. 79년말 박정희가 왜 시해를 당했는가 국민들이 원치 않는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여 그런 사태를 발생시키지 않았는가 탱크를 동원해서라고 몇십만명 죽여 체제를 수호하겠다는 차지철의 감언이설에 박정희는 명을 단축햇던 것이다.

대통령 취임 이후 노대통령은 계속해서 국가권력기관의 권위를 부정해왔다.

자신의 정적들을 지나치게 의식하다보니 그 정적들의 본산인 국회 전체의 권위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하였으며, 이것이 결국 탄핵 파동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런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과연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될까? 그 논리적 종착역은 당연히 "모근 국가권력기관에 대한 부정과 냉소적 사고의 확산"이다. 그리고 청와대와 집권여당 역시 그 화살을 피하기는 어렵게 되어있다.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앞장서서 "나의 의사에 반하는 국가권력기관의 결정은 부정되어도 당연하다"는 사고를 갖고 있는데 과연 그것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권위를 인정할 수 있을까?

역시 이 경우에도 "나의 의사에 반하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결정은 부정되어도 당연하다"는 의식이 조금씩 침투되기 시작하고 확산되어갈 것임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법치주의가 지켜지는 원리와 마찬가지로 본래 국가권력기관의 권위라는 것은 "그들이 너무도 완벽하고 정의로운 존재이기 때문에 부여받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국가권력기관으로서의 권위를 헌법과 법률에 의해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그 출발선을 앞장서서 어긴 자들이 자신들에게 있어서만은 그 출발선을 반드시 지켜야한다고 강변한다면 그 누가 그 말에 귀를 기울이겠는가?

이번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통해 탄핵파동으로 인한 부메랑이 헌법재판소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향해 날아가고 있음을 우리는 보고 잇는 것이다.

2004-10-22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전영준  dugs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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