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준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

북한은 지난달 31일 통일전선부 산하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북한 민주화 운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김영환 씨 등 총 4명을 겨냥하여 “‘김일성동상 파괴 미수사건’과 관련 "우리 최고존엄을 겨냥한 특대형 국가정치테러 범죄에 대해 공식사죄하고 책임 있는 주모자들을 엄중히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정당한 요구가 실현되지 않으면 유린, 납치행위에 가담한 범죄자들에 대한 처단을 비롯한 상응한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북한 민주화운동을 벌이다 중국 공안에 체포돼 고문까지 당한 주사파 출신인 김영환씨는 다음과 같이 인터뷰에서 당당하게 외쳤다.

“북한 민주화! 자신 있습니다. 수령세습독재는 반드시 무너집니다. 인민혁명 가능성요? 그것보다 북한에 돌발사태가 발생했을 때 그 상황을 장악, 민주화로 환골탈태시킬 핵심 세력이 중요하죠. 나는 낙관적으로 봅니다.”

▲ 사진@kbs뉴스화면

김영환씨는 98년에 '수령론은 완전한 허구, 거대한 사기극'이라며 아예 김일성-김정일을 대놓고 비판했다.

북한이 보낸 잠수정을 타고 월북까지 하여 김일성과 면담까지 했던 골수 친북주의자였던 그가 중국에 드나들다 붙잡혀 모진 전기고문까지 당하면서까지 북한민주화운동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젓가락처럼 앙상해진 팔다리를 힘없이 늘어뜨리고 죽기만을 기다리는 북한 어린이들, 사소한 잘못에도 몽둥이로 사정없이 얻어맞는 북한 주민들을 보면서 김일성-김정일 집단의 왕조국가를 만드는 데 큰 죄의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런 북한 인권운동가 김영환 씨가 중국 구금 당시 고문을 당한 것과 관련 대중 저자세 외교에 대해 친북종김세력들은 물 만난 듯 정부 비판에 혈안이 되고 있다.

그들은 “김영환씨가 구금 초기 고문과 가혹행위가 집중되는 기간에 안일하게 영사 대응을 했다”는 것이며, “2차 영사면담 때 `전기고문과 구타 등이 있었다'는 김씨의 진술을 듣고도 중국 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을 뿐 공론화하지 않았다”고 천사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사실이 왜곡된 부분도 있고 외교적으로 신중하게 대처해야 할 부분이 있기에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

첫째 당시 김영환은 중국의 실정법에 위반되어 구금되어 조사를 받는 중이다.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 정부에 어설프게 대응했다가는 내정간섭으로 역공을 당해 외교적으로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둘째 우리 정부가 중국의 주권에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인상을 주었을 때 북한과 혈맹관계에 있는 중국이 북한의 입장을 존중하여 김영환씨를 북에 넘겨주는 최악의 상태까지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양국 간 외교 마찰이 예견되는 예민한 상황은 조용하게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셋째 정부가 김영환씨 구금문제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받고 있다. 그러나 외교부는 김영환씨와 2차 영사면담 이후 10여 차례에 걸쳐 중국 측에 엄중히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환씨 조속 석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정부는 어려운 여건 하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넷째 우리 영사의 김영환씨 접견이 늦어진 이유는 '한중 영사보호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이유도 있다.

미국은 1979년에, 일본은 2008년에 중국과 '영사보호협정'을 맺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만 우리와 중국은 아직 '한중 영사보호협정'이 맺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김영환와 같은 사건과 마약밀매로 체포된 형사사건이 발생했을 때 바로 접견이 되지 않고 있다.

원래 우리 정부는 중국과 수교 이듬해(1993년)부터 영사협정을 체결 추진 중이었지만 주한 대만화교 문제나 탈북자 문제 등이 걸림돌이 되어 타결이 지연됐다.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한번 전율을 느끼는 것은 남한 내 극렬 친북종김단체들의 이중적인 행태다.

김영환씨의 중국 구금사태를 마치 김영환씨의 인권을 방치한 것 처럼 현 정부의 책임으로만 돌리며 맹공격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 단체들은 김영환씨의 인권을 위해 중국 정부에게 항의 성명내지는 집회한번 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중국정부에 대해 ‘저자세 외교’였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사실은 현 정부의 무능을 부각시켜 국민들의 불신을 일으키게 하려는 술책이다.

친북종김단체들이 정작 비난해야 할 대상은 김영환씨 석방에 최선을 다한 정부가 아니라 중국측의 반인권적인 고문행위이다.

이들 단체들이 북한의 인권에 대해서는 애써 무시하며 미국의 사소한 실수로 생긴 사건에 대해서는 극렬하게 비난 선동을 하는 것과 볼 때 결국은 김영환 사건도 대한민국을 흔들려는 불순한 생각이라 본다.

지금 중국에는 북한의 탈북자를 뒷바라지 하고 북한의 민주화를 위하여 활동하는 민간단체 회원들이 많이 있다.

말로만 인권을 외치는 남한의 친북종김 세력들보다 그들은 목숨을 내놓고 조용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만약 이번 김영환 사태가 지나치게 부각되어 외교문제로 비약된다면 자유를 찾아 나서는 북한 주민들을 돕는 중국내 조력자들의 설 땅이 없어진다.

중국내에 머물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인권보호를 위해서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강력한 영사 협정을 체결해 자국민 보호 수준의 인권을 약속 받아야 한다.

그러나 단지 김영환 사태만을 갖고 영사협정을 맺으려고 한다면 중국은 결코 응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간 조용한 외교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김영환씨가 중국에서 구금 중 고문을 받은 것은 맞다. 하지만 잘못하다가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하는 일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음은 막아야 한다.

우리는 활기찬 미래 창조를 위해 통일을 꿈꾸어야 한다.
북한의 김씨왕조의 무자비한 탄압 속에 고통받는 주민들을 해방시켜야 한다.
대한민국의 체제 파괴를 위해 부단히 힘쓰는 남한 내 친북종김세력들의 준동을 막아내야 한다.

김영환씨가 받은 114일간의 전기고문은 많은 공포와 고통이 수반된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겼지만 그의 헌신적인 희생은 이런 우리의 소망과 그가 꿈꾸는 북한민주화 운동에 크게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전영준  dugs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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