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수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

북한 중앙통신이 묻지도 않은 사실을 밝힌 지 하루 만에 리설주 팬클럽이 생겨났다니 IT 강국다운 대단한 순발력이다. 북의 의도가 적중한 셈이다.

' 나이어린 놈' 소리 듣는 꼭두각시를 그나마 성숙하게 보이려고 짜낸 고육책이요, 잔혹한 은둔형 지도자인 김정일과 비교하여, 여지껏 극비 사항이던 사생활까지도 당당히 노출시킴으로써 북한 주민은 물론 세계인에게 신뢰와 확신을 심어 주려함이 아닐까?

아니다 다를까,호의적인 팬클럽 등장은 선전공작에 능한 그들의 손 끝만 쳐다 보다간 책략에 놀아 난다는 기우가 하루만에 입증된 셈이다. 젊은 유학파 지도자와 한국을 다녀간 미녀 응원단원...영화 속 주인공에 완전 다이에나비 환생이다.

언론이 연고 내세우기에 혈안이고 연예인 이상의 대접을 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출신 학교마저 금성중학이라는 귀족 학교요, 출세가 보장된 엘리트 집단이란다. 우리의 기억에는 미녀응원단 방한 세 번 중 2 번째 인 2003 년, 이동 중인 버스를 세우고 김정일 플래카드를 소홀히 취급 한다며 펄쩍 뛰던 기이한 행동을 태연하게 벌였던 그들 아닌가?

지금 생각해도 나이 어린 그녀들이 보여준 당돌함에 소름이 돋고 한편 측은함이 든다. 그래봐야 김정일 기쁨조인 것을!

갑자기 결혼식 올린 것도 아닌데, 난데없이 메스컴에 젊은 여인이 등장하더니 세삼스레 원수의 부인이라는 친절한 설명을 곁들인 저의는 무엇인가? 김 정은이 누구인가?

김정일이 살아 생전에는 그 애비 눈에 들기 위해 천안함을 폭침하였다.아웅산 테러, KAL기 폭파 등을 저지른 애비의 잔인한 유전자를 유감없이 보여 주어 낙점을 받고 난 후, 지금은 늙은 고모까지 동반하여 놀이기구 타는 천진난만한 '팬더곰 쑈'를 보여 주느라 애쓰고 있다.

국내용이 아니라 국외용으로 더 제격이다 .여자를 앞세운 점, 놀이터의 자유 분방함을 보여 주는 점 자체가 서방에는 개혁 개방에 적임자일 것 같은 인상을 심어 주려는 판단에서 나온 궁여지책이 아니겠는가?

할아버지 인민복을 헐렁하게 리폼하고 팔자 걸음질 하는 것으로는 국제무대에 부족하다고 생각했겠지. 급하긴 급했나 보다. 미국만 쳐다보는 북에게 클린턴 장관이 미리 간파하고 '그들에게 원하는 것을 주지마라' 했으니 이제 그들이 기댈 수 있는 곳은 한국 뿐이다.

리영호를 제거한 이유를 알만 하다. 7 순을 바라보는 고모가 청룡열차에 목숨을 걸고, 경제에 밝은 고모부는 동정심을 자극하여 한국에 리설주 팬클럽을 결성하게 하였으니 역시 배우 출신 집안답다. 이 얼마나 가증스러운 연출인가?

앞으로 팬클럽을 중심으로 리설주를 다이에나비처럼 성원할 지 모른다.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하여 전체주의 국가가 일사분란하게 마치 집단 아리랑 공연을 보여 주는 것같은 섬뜩한 전율을 느끼게 한다.

따지고 보면, 2009 년에는 도저히 결혼을 할 수있는 상황이 아니다. 2008 년 8 월에 김정일 병세가 악화되었고 2009 년에 서둘러 후계자가 지명되어 4 월부터 업적쌓기에 짬이 없었다.

고영희의 출신 성분이 예술 단원이었던 점이 후계 지명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을 터인데 , 김 정일이 자기의 전철을 밟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소한 자신의 기쁨조 출신을 며느리로? 더우기 결혼 이후에도 작년까지 가수 활동을 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안간다. 만약, 애비한테 인정받지 못한 애정관계를 법정 후견인인 고모가 지금에야 추인는 것이고 군 가정교사인 리영호는 결사반대 한 것이라면 씨나리오가 그럴 듯 하다.피는 못 속이니까 김정은이 가수를 사랑할 수 있다.

허나 이를 누가 예측하겠는가? 택일하려면 철학관에 가야지, 달마가 어디로 갔는지는 절에 가서 물어야 한다. 그게 뒤바뀌면 동문서답이 당연하다. CIA도 르윈스키 문제는 몰랐다. 문 걸어 잠그고 비밀 결혼식 올렸다면 노동당 기관마저 알아 챌 수 있나? 청첩장 안보낸 그들 불찰이지. 더우기 결혼식마저 없이 벌인 애정행각이라면 쥐새끼나 알지...언제 제 2,제 3의첩이 등장할 지도 모른다.

그녀를 아느냐 모르느냐 따지는 자체가 국가 정보기관을 흠집 내려는 북의 의도에 동조하는 격이다. 국정원은 사건 자체보다 그 속에 얽혀 있는 그들의 의도를 읽어내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 정보요구 역시 비공개적이어야 한다.

적에게 수를 읽히면 지는 것이다.적벽대전에서 10 만으로 100 만 대군의 조조군을 궤멸시킬 수 있었던 것은 제갈량과 주유가 조조에게 역정보를 흘려 해전에 강한 장수를 제거하고 연환계를 써서 화공으로 전함을 파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정원은 음지를 지향한다.

이번 북한의 행태가 우리에게 경제적 구걸을 하는 제스쳐라면 다행이다. 그러나 화전 양면전술에 이골이 난 저들로서는 무슨 꿍꿍이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우리는 소 떼 몰고 올라 가는 데 북한 잠수정은 무장 간첩들을 싣고 강릉 앞바다로 내려 오지 않았는가?

아직 김정은이는 제 몸에 맞는 옷을 입을 입장이 아니다 . 장성택의 입맛대로 역성혁명의 수순을 밟고 있지 않나 문외한들은 멋대로 상상할 수도 있다.

모르는 길을 물으려면 경찰청보다 파출소가 낫다.그래서 종북의원 김재연에게 물어 보았다. 북에 연줄이 많으니까 귀가 솔깃한 대답을 기대했다.

"김정은 사진 뒤의 여자가 누굴까 궁금해요? 그럼, 직접 만나 그에게 물어보세요." (7.15 월간 중앙 인터뷰)

뭐야? 얘는. 종북이라고 으시대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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