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수 시민 논설위원]

산비탈 축대가 무너질까 걱정하던 태풍이 지나가더니 무더위가 기승이다. 걱정인 것은 세계 경제가 수출한국의 기세를 보기 좋게 꺾어 놓더니 기업은 물론 가계가 그야말로 아우성이다.

이래저래 일상의 고단함을 떨치려 떠난 올레길이 황천길이 되고, 옆집 아저씨는 인사성 밝은 우리의 딸을 무참히 떠나보냈다. 모든 상황이 암울한 요즈음 주가를 올리는 게 있으니 개그와 드라마, 한국 정치판이다. 조금 있으면 올림픽이 한 몫 할 테지만...

여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인기 위주다. 현실과 거리가 멀다.
가장 인기 있는 당은 여당도 야당도 아닌 ‘넝쿨당’이다. 고~뢔?
‘이석기와 김재연 쇼’로 비롯된 한국 정치판의 인기는 ‘ 철수야,노올자 ’로 절정이다.

공부하는 애 꼬드겨서 땡땡이 친 옛날 추억에 사로잡혀서 수영장 수심 1 m 수영 실력이면 바다 수영이 가능하다는 철부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그를 앞장세우려는 선거꾼들이야말로 김정은을 꼭두각시로 삼고 있는 북조선의 고모부, 그 일당들과 무엇이 다르랴?

미국의 스티브잡스가 기업의 파워를 믿고 생전에 대선출마를 꿈꾸었을까?

선거꾼에게 정치는 리모콘 게임이다. 정치인들은 웃음, 말투, 넥타이까지 당선을 담보로 광대짓을 하고 있다.

때에 따라 신출내기도 잘하면 성공한다. 변호사 오세훈, 아름다운 가게주인 박원순도 그랬다. 박찬종, 문국현, 이회창은 억울한 편에 속한다.

정치권은 이들의 출현을 반대하는가? 아니다. 페이스 메이커로서 분위기를 한껏 뛰어 주기만을 바란다. 이번엔 영 다른가 보네. 여당의 정치 9단이 허둥대는걸 보면 겉으론 ‘철수쯤이야’하고 얕잡아 보지만 내심 어느 때보다 파괴력이 크다고 여기는 것 같다.

야당도 겁먹기는 매한가지다. 불쏘시게 정도면 괜찮겠지만 판세를 뒤집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 것 같다.상황이 이렇다보니 의사당 문턱만 밟으면 평생 연금을 받도록 쥐도 새도 모르게 여야담합을 이룬 그들이 가만있을 리 만무하다.

앞으로 대선 출마자는 적어도 국회의원 3선 이상으로 당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덜컥 법을 제정할 지도 모른다.

왜? 때만 되면 우리는 휴거를 기다리듯 새로운 얼굴을 기대하는 걸까? 작위든 부작위든 정치에 환멸을 느끼기 때문이다. 아니, 지금 총리를 불러놓고 한가로이 5.16이 쿠데타냐 혁명이냐를 따질 때인가?

불안한 치안,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 복지예산 걱정, 기업 지원방안, 북한의 정세변화 등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추궁하고 머리를 맞대야 하는 본연의 임무는 제켜 놓고 정권창출에 혈안이 되어 있으니, 세간에 종말론이 대두되고 새로운 지도자의 출현을 갈망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한편으로 정치권이 스스로 정쟁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 세간에서 정치를 혐오 할수록 자기들의 입지가 견고해진다고 믿는다. 경쟁이 없어야 조직관리비도 최소화 할 수 있고 몇 대를 내리 독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세대교체는 있을 수 없고 썩을 대로 썩어 구속으로 정치적 사형을 선고받기 전까지는 그 밥에 그 나물이다. 먹었나 안 먹었나 뱃속 좀 들여다 보자는 데 지가 배 째겠다고 난리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실패한 정치인이 의사당 주변을 배회하지 않는다. 국회의원도 중임을 제한해야 한다.

어떤 새 지도자가 나와도 현재의 정치세력과는 소통할 수 없다. 취임 며칠 안 되어 누구처럼 대통령 못해 먹겠다는 소리가 나올 게 뻔하다.

자살률 낮추고 출산율 높이려는 철수의 생각은 참으로 순진무구하다. 선거 흥행에만 관심 있는 이 석기 같은 선거꾼들은 학자, 교수, 총장, 재벌, 기업인, 종북주의 여인네들을 그만 들먹거렸으면 좋겠다.

오가는 길이 막히더라도 어쨌건 떠나자. 피서지의 시원한 바람을 기대하였지만 막상 쓰레기더미 속에 파리 떼와 바가지요금 뒤집어쓰고 나면 휴가의 기쁨은 날아간다. 차라리 집에서 샤워하고 비스듬히 누어 선풍기 틀고 수박 한 통 깨는 맛이 더 나을걸?

참, 국민의 오락담당 허경영 씨 생각은 어때요?
“아, 나요? 8.15 경축 특사로 풀리면 대통령에 출마하고, 당선되면 국회의원 전부 옷 벗기고 무소속으로 만들어 버릴 걸요.”

이 더위에는 허 씨 생각이 차라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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