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중 리얼콘 칼럼니스트]

(창작 무협소설:절치부심)

금화접은 화검성의 공격을 막기 위해 공중부양을 하다 기겁을 했다.쌍칼을 치켜세우고 신형을 날린 화검성과 이에질세라 흑룡도를 휘두르며 돌진중인 백호성 이외에도 상록성과 청림 또한 서로를 견제하며 접근중인 사실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허나 "살아남은 자가 승자(勝者)"라는 단순한 진리가 떠오르자 끓어 오르던 감정을 순식간에 냉동시켰다.

"쨍 쨍" 화검성의 쌍칼은 날카로웠다.비록 금화접의 선방(善防)에 막혔지만 가슴과 목덜미를 향했던 칼끝은 관람객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단상 정중앙에 자리를 잡고 지켜보던 백야검 또한 부쪅 성장한 화검성의 내공에 놀라는 눈치였다.

한편 금화접이 화검성의 예봉(銳鋒)을 피해 착지하자마자 이번엔 백호성의 흑룡도가 그녀의 등 뒤에서 폭포수처럼 수직낙하 중이였다."콰 쾅" 잽싸게 몸을 돌려 철퇴를 머리위로 올린 금화접은 경악했다.흑룡도의 무게감이 천 근(千斤)바위 같았기 때문이다.

화검성은 백호성의 공격이 무위로 끝나자 금화접의 위력을 실감했다.그는 "백호성과 한편이 되어 협공을 할 수 없을 바에야 그녀의 내공을 소진시키는 게 낫다"라는 생각이 들자 접근중이던 청림과 상록성에게 시선을 돌렸다.화검성은 판단이 서자 상록성에게 신형을 날리며 선제공격을 감행했다.

상록성은 금화접과의 대결을 뒤로하고 마치 "약자부터 정리하겠다"는 기세로 달려드는 화검성이 괘씸했다.상록성은 어느새 자신의 심장까지 다가온 칼끝을 주무기인 장도(長刀)로 제치자마자 화검성의 복부를 향해 회심의 일격을 가했다.

허나 화검성은 노련했다.봄이 물러나면 오유월 여름이 대신하고 이글거리던 햇볕이 수그러드는 순간 추수의 계절 가을이 오듯,자신의 칼끝을 막는다면 장도가 엄습해 온다는 걸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화검성은 몸을 살짝 틀어 장도를 아래에서 위로 걷어 올린 뒤 날의 본체가 길어 재반격이 더딘 틈을 타 오른손에 쥐고 있던 칼을 상록성의 왼쪽 옆구리로 집중했다.

"윽!" 단발의 비명 소리와 함께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는 상록성의 부상은 예상보다 심각했다.아무리 흐르는 피를 손으로 막으려해도 어림없었다.더 그의 자존심을 뭉게는 일은 화검성은 이미 청림과의 일전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허나 무림 왕중왕전은 투견(鬪犬)대회가 아님을 그도 잘 알고 있었고,또 백야검의 지시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형(師兄)둘이 다가온 이상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렇게 상록성은 차기를 기약하며 무대 뒤편으로 사라졌다.

한편 금화접은 백호성의 위력을 감탄하면서도 일전을 각오해야 하는 청림과 화검성을 쳐다보며 힘의 비축을 떠올렸다.지난 대회 당시 복수심에 불타 초반에 기력을 소진한 나머지 결승 격인 백야검과의 대결에서 무공의 5할도 펼쳐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허나 이를 알리 없는 백호성은 괴성을 지르며 흑룡도를 금화접의 상체를 향해 휘두르고 있었다.헌데 어찌된 일인지 금화접은 막는 건 고사하고 날다람쥐처럼 피하는 데만 급한 게 아닌가!그것도 간발의 차이로 백호성을 자극하며 말이다.

"슈수숭" 화검성은 마치 회오리바람처럼 쌍칼을 360도 회전시키며 청림의 혼을 빼고 있었다.아니 속아주길 바라고 있었다.이유인즉슨 청림의 내공이 예상과 달리 강할 뿐더러 순간이동 능력도 뛰어나 정석보다는 변칙이 효과적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청림의 주특기는 활쏘기지만 창술(槍術)에도 일가견이였다.허나 화검성의 쌍칼은 명성이 자자하다는 걸 청림 또한 알고 있었으므로 유인술에 말려들 그가 아니였다.

화검성은 조급했다.금화접이 백호성과 맞대결로 체력을 소진하는 사이 자신은 한 수 아래로 평가되던 상록성과 청림을 제압해 힘을 조절할 요량이였다.헌데 상록성과 달리 청림은 기교도 그렇지만 진중한 자세가 더 당혹스러웠다.그때 화검성은 한가지 묘책이 떠올랐다.그건 다름 아닌 공격 대상을 금화접으로 돌려 청림의 평정심을 흔드는 것이였다.

"샤샤샤" 청림은 자신과의 대결을 중단하고 금화접으로 향하는 화검성을 보자 의심은 갔으나 문득 화검성을 굴복시킨다면 혈투중인 금화접과 백호성의 승자와 해볼만하는 판단이 섰다.

"화검성을 잡아야 한다!"청림은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신형을 날려 화검성의 등을 향해 창을 날렸다.이때 뒤통수에 눈이 달린 사람처럼 화검성은 공중제비를 돌며 청림의 양어깨에 쌍칼을 내리꽂았다."쿵" 청림은 회심의 일격이 역습의 기회를 제공했으며 화검성의 간계였다는 걸 추락과 동시에 깨달았다.

허나 대세는 돌이킬 수 없는 법!밀려오는 고통보다 5년간의 각고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것이 더 슬프게 했다.더욱이 활을 쏘려면 튼실한 어깨가 기본이거늘 활은 고사하고 장애까지 얻게 된 청림은 그날부로 강호(江湖)를 떠나야만 했다.

클클클!화검성은 쾌재를 불렀다.절대강자로 평가되던 금화접이 백호성과 장기전에 돌입했기 때문이다.반면 백호성은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흑룡도의 무게도 무게지만 지금까지 어떤 상대도 자신의 일격을 나비처럼 피해다닌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금화접은 화검성의 예상과 달리 내공의 2할도 사용하지 않았다.그녀는 때만 기다리고 있었다.유유자적 자신을 노려보는 화검성이 접근해 오기만을 말이다.

숨을 고르던 백호성은 소낙비에 온몸이 젓은 것처럼 땀이 천지인 자신과 달리 송글송글이라는 표현을 빌릴 정도로 미미한 금화접의 얼굴을 보자 "아뿔싸!"를 연발했다.자신의 체력 소진을 위한 술수였다는 걸 뒤늦게나마 깨달은 백호성도 보통은 아니였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무릎까지 휘청이는 시늉을 했다.그때였다!백호성의 위기를 감지한 화검성이 쌍칼을 다부지게 쥐고 신형을 날린 게 아닌가!

순간 금화접은 화검성의 돌진에 놀라 본능적으로 철퇴를 들고 공중부양을 하며 반격을 준비했고 백호성 또한 기세좋게 화검성을 맞고자 솟구쳤으니 그야말로 물고 물리는 3인의 진검승부(眞劍勝負)가 시작된 것이다.

(大尾..)
추신:최후의 승자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둠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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