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과 쓰나미가 덮친 일본 동북부 태평양 연안부. 지진과 쓰나미에 쓸려버린 도시와 마을들이 참상을 드러내고 있다. 사람과 재산 피해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조선일보와 자매관계인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 기자들이 태평양 연안부를 헬기를 타거나 걸어서 현장 취재했다.

쓰나미가 덮친 뒤 하룻밤이 지난 오전 6시부터 헬기를 타고 2시간30분 가량 돌았다.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南相馬)로부터 미야기현 시오가마(鹽釜)시까지 약 100㎞ 연안부는 참혹했다.

미야기현 이와누마(岩沼)시와 나토리(名取)시에는 해안부의 방풍림이 십수㎞에 걸쳐 내륙부로 밀려나 있었다. 흙탕물의 세계가 해안에서 약 3㎞ 이어진 곳도 있었다. 엄청난 쓰나미에 휩쓸려 기초 부분만 남은 집들이 무수했다.

얼마나 많은 생명을 빼앗아갔을까. 넘어진 건물이 둥둥 떠다니고 있다. 어선이 도로 위로 올라와 있고 가드레일이 사탕처럼 휘어져 있었다.

미야기현 다가죠(多賀城)시에는 신일본석유의 콤비나트가 검은 연기를 내뿜어, 그 열기가 헬기 안까지 전해져왔다. 거대한 원통형 탱크는 기우뚱 넘어져 있었다. 콤비나트의 기름이 흘러들었는지, 마쓰시마(松島·일본의 3대 절경 중 하나)의 바다에는 기름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센다이(仙台)시의 해안 근처에는 콘크리트 건물 지붕에 5~6명의 남녀가 손을 흔들며 구조를 요청하고 있었다. 주위는 모두 수물돼 있어 구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토리시에서도 건물의 옥상에 약 10명이 피난하고 있었다. 민가 2층에 오렌지색 천을 필사적으로 흔들어대는 사람도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아 있을까.

12일 오전 6시 헬기로 둘러본 후쿠시마 연안부는 그야말로 초토화된 모습이었다. 해안에 인접해 지은 주택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진흙탕으로 변해 있었다. 주택을 짓기 위해 기초 공사를 한 콘크리트만 진흙탕에서 간간히 드러날 뿐이었다.

바다쪽으로 헬기를 돌리자 시신들이 파도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헬기 방향을 바꿔 방사능 유출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원전 쪽으로 가자 주변에 있던 10여채의 주택은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곳에서 10분쯤 헬기로 이동, 미나미 소마(南相馬)시 상공으로 진입했다.

미나미 소마시의 화력발전소 주변에는 시커먼 기름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화력발전용 중유 저장 탱크가 무너지면서 쏟아진 기름이다. 대형 송전탑이 뒤집어져 있었다. 발전소 주변의 주택가를 보호하기 위한 방파제는 가운데가 붕괴돼 있었다.

붕괴된 제방을 통해 쓰나미가 순식간에 내륙 2㎞까지 밀려들어 전봇대 꼭대기만 보일 정도로 물이 들어차 있었다. 산쪽에는 쓰나미에 쓸려 내려간 주택들과 자동차가 진흙탕 속에 처박혀 있었다. 인근 히다치(日立)항에는 선적을 위해 대기하던 100여대의 자동차가 뒤엉켜 화염을 뿜어내고 있었다,

“힘내세요.”
쓰레기 더미에서 구조된 여성에게 자위대원들이 말을 걸면서, 입고 있던 상의를 몇겹이나 덮어줬다. 여성은 추위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쓰나미가 덮친 이후 200~300명의 시신이 발견된 센다이시 와카바야(若林)구. 하루가 지난 12일 아침, 도로는 쓰레기로 산더미. 1.5㎞를 걸어서 현장으로 향했다. 내려앉은 지붕더미, 도로 옆에는 휩쓸려온 수없이 많은 자동차. 지진 발생으로부터 약 14시간이 지났지만, 무릎까지 물이 차올라 있었다. 바로 어제까지 사람들이 살았던 곳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현장으로 향하는 도중, 크게 파손된 집에서 하룻밤을 지낸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마주쳤다. 지급된 모포로 몸을 감싸고 걷는 이재민들도 보였다. “전부 끝났어.” 한 남자가 말했다.<센다이 와카바야=수도 유이치기자>

처참하게 휩쓸려 나간 자동차와 건물들, 약해질줄 모르는 맹렬한 불길. 계속해서 일어나는 여진.

미증유의 거대 지진이 발생한지 하룻밤이 지난 12일 아침 동북지방의 태평양 연안 일대. 사망자와 행방불명자가 1500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실태가 드러나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집을 잃은 주민들의 절규, 가족의 무사를 비는 비통한 소리가 넘친다. 피해는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시가지로부터 동쪽으로 3~4㎞ 떨어진 곳. 바다에 접한 주택 밀집지는 피해가 특히 컸다. 해안에서 약 1㎞ 떨어진 내륙을 탁한 토사가 뒤덮고 있었다. 지붕, 철탑, 방풍림, 방파제의 잔해가 흩뿌려져 있었다.

피난했던 주민들과 그 안부를 묻는 친인척들이 아침 일찍부터 몰려들었다. “아~”, 한 남성은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저기 내 집이 있었는데….” “저 쪽에는 부모님 집이 있었는데….” 사이렌이 울리는 가운데 초로의 남성은 ‘전멸이다, 전멸“이라면서, 포기한 듯 피난소로 돌아갔다.

많은 사망자와 행방불명자가 나온 양로원 ’욧시랜드.‘ 주변에는 안쪽까지 진흙이 들어찬 자동차들. 시설 입구에는 밥그룻과 숫가락 등이 흩어져 있었다. 창문은 거의 깨져 있었고, 쓰러진 나무들은 시설을 가로로 베듯 하고 있었다. 내부에는 쓰나미에 휩쓸린 경승용차가 있었다. 장인이 입주해있었다는 한 남성(75)은 ”살아있기를 그렇게 바랬는데 아무래도…“라고 했다,<.조선일보>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인터넷뉴스팀  news@bluekoreadot.com

<저작권자 © 푸른한국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