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는 작년 9월22일 안철수 원장의 아버지인 안영모씨가 살아온 이력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한 적이 있다.

당시 보도기사를 요약해보면 안철수 원장의 베푸는 삶이 아버지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안영모씨는 안철수 원장과 마찬가지로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개원의다. 그는 1963년 번화가 서면보다는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인근 범천동에 병원을 열었다.

지금도 범천의원이 있는 산 중턱 범천동 일대는 사람 한 명 누우면 꽉 찰 만큼 작은 집들이 모여 있으며 벽마다 오래된 금이 전깃줄처럼 흘러내려 빈민촌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근 쇠락한 공장보다, 쓸어 질 것 같은 집보다, 더 낡은 생긴 지 48년 된 안영모 원장이 운영하는 범천의원이 범천동 사거리에 위치해 있다.

범천의원은 한때 산부인과, 외과, 내과, 소아과를 두루 진료하던 범천4동의 ‘종합병원’이었다. 지금은 환자가 하루 10∼20명에 불과한 원장실이 따로 없을 만큼 조그만 병원이다.

안영모 원장은 제대로 된 의료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다른 병원 진료비의 절반만 받았다고 알려졌다. 안 원장이 약 40년 전 교통사고를 당한 신문배달 소년을 무료로 진료한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안영모 원장은 “어린 학생이 무슨 돈이 있겠느냐”며 병원 앞에서 사고 당한 소년을 치료 후 그냥 돌려보낸 것이다.

안철수 원장은 2년전 TV에 출연하여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아버지와 대화를 하거나 직접 가르침을 받은 적은 없지만, 아버지의 생활을 보면서 자연스레 터득했다.” 고 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당시 <국민일보> 기자가 범천의원에 세 차례 찾아가 인터뷰를 요청하자 “아이,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무슨 기사가 된다고. 아프리카에 의료 봉사하러 가는 의사도 얼마나 많은데.” 라며 겸손함을 나타냈다.

안영모 원장은 가정의학과 전문의다. 군의관 제대 후 개업해 40세에 의학 박사 학위를 따고, 50세에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증을 땄다.

전문의 자격증이 있으면 간판에 전문과목을 적는 데 병원 간판은 여전히 ‘범천의원’이다.

안영모 원장은 “아이고, 종합병원 아니면 다 의원이죠. 간판이 중요한 것도 아니고, 나도 늙었고, 그냥 뭐 그대로 두는 거죠. 사실 ‘범천 가정의학과 의원’이라고 쓰는 게 맞긴 하죠. 공부를 계속한 이유는 갖출 건 갖춰야 하니까요. 의학 공부를 해 보면 정말 끝이 없거든요. 다양한 환자 분들을 치료해야 하니까 가정의학과를 택했고요.”라며 솔직하게 대답했다.

안 원장은 자신을 미화하는 법이 없다며 “병원이 없어서”, 간판 안 바꾼 이유는 “그게 별로 안 중요해서”, 점심 때 환자 받는 이유는 “배가 고프지 않아서.” 늘 이런 식이다라고 보도했다.

범천의원의 10년 이상 된 박모(42·여) 간호사는 환자의 얼굴을 알아보곤 묻지도 않고 알아서 종이 차트를 가지고 온다고 한다. 범천의원 사무장 이모(72)씨도 30년 이상 이곳에서 일했다.

안 원장은 지난해 2월 범천의원을 닫으려 했다. 함께 일하던 박 간호사가 육아 문제 등으로 잠시 퇴직을 고민하자 “환자 얘기만 들어도 처방전을 알 만큼 똑똑한 박 간호사 같은 사람 구하기 쉽지 않다. 신입을 데려오면 의료 서비스 질 저하도 우려되고, 3년을 가르쳐야 하는데 그러기엔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게 이유였다.

20년 넘게 이곳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박정옥씨는 건물 내놓겠다는 말에 화들짝 놀라 물었다. “원장님, 진짜 (건물) 내놓으려고예?”

그러나 박 간호사가 범천의원에서 일하기로 결심을 바꾸면서 병원은 다시 운영됐다. 간호사가 출근하지 않는 토요일, 81세 의사는 요즘도 환자들에게 직접 주사를 놓는다.

<국민일보>는 안영모 원장을 ‘안철수의 아버지이자, 범천4동 주민들의 48년 지기 이웃이다. 그리고 의사다.’라고 묘사했다. [푸른한국닷컴 유성남 기자]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유성남 기자  webmater@bluekoreadot.com

<저작권자 © 푸른한국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