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숙 민주통합당 전 대표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4.11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나꼼수’ 때문에 흥하고 ‘나꼼수’ 때문에 망한 것이다.

[푸른한국닷컴 전영준 편집인]4·11 총선 직전인 지난 5일 까지만 해도 야권연대는 ‘민간인 사찰’건으로 이슈의 선점을 통해 선거의 주도권을 잡고 승세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지난 6일 서울 노원갑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과거 막말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투표가 끝날 때까지 김용민 후보의 ‘막말’만이 온통 화제가 되었다.

이런 김용민 후보의 막말이 야권연대 의석 수 증가에 걸림 돌이 된 것은 사실이다.

민주통합당의 한 최고위원은 “야권의 총선 실패는 ‘막말 파문’으로 여론의 융단폭격을 맞던 ‘나꼼수’ 김용민 후보(서울 노원갑) 때문이었다. 충청·강원도가 다 넘어가 최소 7-8석은 잃었다”며 아쉬워 했다.
　
막말 논란이 치솟고 오를 때 이해찬 고문 등이 이를 공론화하면서 당 내외에서 김용민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 대표는 김용민 후보의 사퇴권유에 “‘미권스’(정봉주 전 의원 팬카페) 회원이 전국에 얼마나 되는 줄 아느냐. 무려 20만 명이다. 나꼼수 방송을 듣는 사람들도 수백만 명이다. 김 후보를 사퇴시키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기세등등 사퇴 권고를 거부한 김 후보는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을 심판하겠다”며 한층 기세를 올리면서 민심은 더욱 요동쳤다.

한 대표도 더 이상 외면만 할 순 없어 나온 해법이 “김 후보에게 사퇴를 권고했으나 그는 ‘유권자들에게 심판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거듭 사과 드린다”는 ‘꼼수형’ 사퇴 권고 성명 발표였다.

‘나꼼수’의 사퇴거부에 한명숙 대표의 ‘나꼼식’ 대응이었다. 결국여권성향의 지지자들은 물론 야권성향의 4-50대 중년층 및 기독교인들이 무더기로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수도권에 출마했다 낙선한 민주당의 한 후보는 13일 “김 후보 막말로 교회, 중·장년층이 싹 돌아서면서 추격세가 완전히 꺾였다”며 “접전 끝에 패한 다른 후보들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했다.
 

지난 1월26일 나와라 정봉주 국민운동본부 홈페이지에 수감중인 정봉주 전 민주통합당 의원 석방을 촉구하는 여성들의 1인 시위가 비키니, 속옷 시위가 이어지면서 네티즌들의 논란이 가열된 적이 있다.

홈피에 젖가슴을 다 드러내놓고서 그 위에 '가슴 터지도록 나와라 정봉주!' 라는 문귀를 적은 사진이 게재돼 논란이 일어 난 것.

당시 나꼼수 지지자 소설가 공지영씨도 1월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나꼼수의 비키니 가슴 시위 사건 매우 불쾌하며, 당연히 사과를 기다립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정도의 문제가 있는 팬클럽에 비난은커녕 되레 팬클럽의 일원인 사람을 공당의 국회의원으로 공천했으니 망쪼가 드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면 왜 한명숙 대표는 김용민 후보를 내치지 못하고 정봉주 팬클럽 ‘미권스’의 눈치를 봤을까.

한명숙 대표가 '나와라 정봉주 국민본부'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작년 12월23일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되며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은 정봉주 전 의원 출감을 촉구하는 '나와라 정봉주' 측은 1월 6일 낮 12시 서울 광화문 앞에서 출범했다.

이 자리에 안민석 의원과 공지영 작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주진우 기자 그리고 이번에 출마한 김용민 후보도 함께 했다.

한명숙 대표는 지난 5일 트위터에 "'나와라 정봉주 국민행동본부' 본부장 자격으로 정봉주 의원 면회하고 왔습니다"며 사실을 인정했다.

이어 "정봉주 의원이 '(민주통합당)대표되서 꼭 꺼내주세요'라고 웃으며 말하더군요. 그 약속 꼭 지키겠습니다"고 밝혀 나꼼수 측과의 무언의 무엇인가의 약속이 있었음을 드러냈다.

한명숙 전 총리가 민주통합당 대표로 선출되는 데는 나꼼수 멤버들과 정봉주 전 의원 팬클럽인 ‘미권스’의 역할이 컸다는 설이 당시 민주통합당 전당대회가 끝난 후 돌았다.

전당대회가 끝난 후 한명숙 대표를 비롯한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지난 1월 26일 충남 홍성군 홍성교도소에 수감 중인 정봉주 전 의원을 특별면회했다.

특별면회에는 나꼼수를 진행했던 김어준 김용민 주진우 씨 등 3명과 같이 동행해 상당히 절친한 관계임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홍성교도소 측이 이날 특별면회에 동행키로 했던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 진행자들의 면회를 불허했다,

민주통합당 고위 관계자는 “공당 대표가 정치인 팬클럽 반발을 의식해 중요한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는 건 그야말로 비극”이라며 “한 대표의 우유부단한 리더십이 당에는 총선 패배를 안겼고, 자신의 대표직 사퇴까지 불러왔다”고 말했다.

자기들의 존재감 부각을 위하여 무책임한 대중선동이 얼마나 비극을 낳는지를 보여주며, 그런 책임은 없고 영광만 누리려는 집단과 유착되면 망한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옛말에 사랑할수록 자식들에게 회초리를 들라했다. 한명숙 대표가 사랑하는 동지 김용민 후보에게 회초리를 들었다면 모두가 사는 길을 갔을 것이다.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전영준  dugs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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