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준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

새누리당은 11일 실시된 제19대 총선에서 지역구 127석과 비례대표 25석을 합해 모두 152석으로 전체 의석 300석 가운데 과반수를 넘기는 기록을 남겼다.

▲ 사진@sbs뉴스화면

언론매체들은 이번 총선결과에 대해 새누리당의 승리 야권연대의 참패라고 분석하고 있다. 아래와 같은 보도제목이 우리나라 여론을 주도한다는 신문과 사람들의 시각이다.

“선거의 여왕 수렁속 새누리 살렸다.(동아)”,“박근혜 혼자서 만든 선거 실험이 성공했다. (조선)”, “새누리 각종 악재불구 원내1당 확보.(뉴시스)”,“새누리당 152석 과반수 차지! 한국정치사상 최대의 逆轉勝.(조갑제닷컴)” 등 기사제목을 보면 박근혜의 위업을 찬양하는 글이다.

결론적으로 19대 총선 결과 새누리당이 압승을 거두며 원내 1당의 지위를 다시 확보한 것은 '박근혜 효과'가 이번에도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근혜 위원장이 이번 총선을 진두지휘하며 “선관위 디도스 공격,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이명박 대통령 측근 비리와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 등 각종 악재로 바닥까지 추락한 새누리당 위상과 이미지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새누리당의 이번 총선결과에 대한 평가를 망원경과 현미경과 같은 정밀기기를 동원하여 평가한다면 ‘ 지난 총선과 마찬가지로 새누리당의 1등’이란 것 외는 어떤 평가도 내릴 수 없다.

▲ 사진@다음뉴스화면캡처

단순한 외면상 수치만 가지고 새누리당의 승리가 박근혜의 덕이라고 생각하기엔 낯 가지러 운 것들이 많다.

첫째, 새누리당이 보수의 결집을 위해 공천낙천자를 주저앉히면서까지 세몰이를 하며 총력전을 펼쳤는데 과반수 1석을 겨우 넘기는 152석 밖에서 얻지 못했다.

지난 18대 총선 공천 결과 친박세력들이 대거 탈락하자 박 위원장은 친이계를 향해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반발했다. 친박세력들은 보복이라 반발하며 탈당하여 여권분열의 중심적 역할을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당시 한나라당은 153석을 얻었고 수도권에서는 서울에서만 40석이 넘는 의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했다.

여기에 자유선진당 18석, 친박연대 14석, 보수성향의 무소속 당선자까지 합하며 201석이란 압도적인 보수의 승리였다.

둘째 친이계 공천탈락자들이 보수대단결를 위해 무소속 출마를 포기하며 보수 표의 결집을 위해 나섰다면 박 위원장이 주도한 이번 총선에서 최소한 170석이상은 얻어야 했다.

왜냐하면 지난 18대 총선 한나라당이 얻은 의석 수 153석에 친박연대의 14석, 친박성향의 무소속 7-8석 등 170석을 합하면 그 정도의 의석은 가능했기 때문이다.

19대 총선공천은 철저히 박근혜 위원장 중심으로 친박계열의 공천심사위원들에 의해  친박후보들로만 공천을 하여 의석 수를 추가할 수 있었음에도 실패했다.

결국 경쟁력이 있는 친이계 의원들이 공천탈락한 수도권 13개 지역이 모두 야권에 넘어갔다.

서울에서 진수희(성동갑)·권택기(광진갑)·신지호(도봉갑)·강승규(마포갑) 의원 지역구가, 경기에서는 안상수(의왕 과천)·박준선(용인을) 의원 지역구가 대표적이다. 서울 중랑갑(유정현)과 중랑을(진성호), 인천 남동갑(이윤성) 등은 공천 결과에 불복한 해당 의원의 무소속 출마까지 겹쳐 새누리당의 타격이 컸다.

지방에서는 새누리당의 텃밭이었던 27살 손수조 후보의 부산 사상, 여권성향의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경남 거제 등은 분명 공천실패의 결과다.

셋째 새누리당 강원과 충청권의 승리는 박근혜 위원장의 덕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과 김용민 후보 막말 덕택이다.

새누리당은 강원지역에서 9석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작년 4.27 재보궐선거에서 강원도지사와 영월평창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야당에게 참패한 지역이었다.

따라서 이번 강원도의 승리는 철저히 이명박 대통령의 덕택이었다. 작년 7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했기에 그동안 한나라당으로 소외받았다고 생각했던 강원도 유권자들이 새누리당을 지지한 것이다.

소위 김용민 막말은 중부권 특히 충청권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실제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민주통합당 박선숙 선대본부장은 최근 기자들에게 “김용민 막말 파문으로 충청과 강원 지역에서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김용만 막말 파문만 없었다면 오치범위 내 치열한 접전 끝에 승리한 강원충청권에서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에 의석을 뺏겼을 것이다.

넷째 새누리당의 수도권 참패와 정당득표율이 야권연대에 뒤진 것은 박근혜 위원장의 ‘대통령 대세론’의 허구를 드러낸 것이다.

4ㆍ11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새누리당이 민주통합당보다 116만표를 더 얻었지만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을 합한 야권연대 득표수 보다는 12만표 가량 적게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관위가 12일 집계한 지역구 국회의원 정당별 득표수 현황 자료를 보면 총유효투표수 2천154만5천326표 가운데 새누리당은 43.3%인 932만4천911표, 민주당은 37.9%인 815만6천45표를 각각 얻었다. 양당간 표차는 116만8천866표였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야권연대를 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6%ㆍ129만1천306표)의 득표수를 합하면 총 944만7천351표가 돼 새누리당보다 12만2천440표가 많았다.

서울ㆍ경기ㆍ인천 등 수도권 득표수를 합하면 새누리당(479만8천433)이 민주당(469만8천358표)보다 10만75표 많았다. 하지만 이 역시 통합진보당의 수도권 득표수(39만7천704표)를 계산하면 야권연대가 30만표 가량 더 많다.

이 수치는 97년 대선에서 이회창 총재가 DJP 연합의 김대중 후보에게 패배했던 39만표 차이와 거의 같은 수치다.

결론적으로 이번 총선을 통해 얻는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자격은, 의식 있는 수도권 유권자에 신망 받을 수 있는 박근혜의 새누리당이 아닌 새누리당의 OOO이어야 한다.

박근혜 위원장을 지지하는 아니 그를 대통령만들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들은 우리 '박근혜'만큼은 '이회창'과  다르다고 우기고 싶어 할 것이다.

필자가 박근혜 위원장에 대해 사감(私感)이 있어 그런 것이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통계가 말하고 있지 않은가.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박근혜 위원장의 은덕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람들은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정확히 8개월동안 '용비어천가'를 즐거이 부르다 5년동안 '아!옛날이여'를 슬피우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말이다.

물론 박근혜 위원장 위세에 기가 죽어 대권도전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한다면 어쩔 수 없다. 그것이 새누리당의 운명이 아니겠는가.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전영준  dugs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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