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준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26일 당명을 변경키로 결정했다.

이로서 '한나라당'이라는 이름이 1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며 철저하게 박근혜 당으로 환골탈태할 예정이다.

박 비대위원장 입장에서 보면 한나라당이름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2002년 미래연합을 창당하고 탈당했다가 다시 한나라당으로 복당한 뼈 아픈 경험이 있으며 지난 2007년 대선에서는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에게 패배한 아픔이 있다.

박근혜 위원장 측 입장에서 볼 때는 당의 쇄신보다는 간판의 쇄신이 더욱 절실했을 것이다.

4·11총선을 2개월 반 앞두고 `벼랑끝 위기'에 놓이면서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에 이어 또 한번 새 옷으로 갈아입는 변신을 시도하는 것이다.

집권 여당에 대한 국민의 깊은 불신과 외면을 한나라당이라는 간판으로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선택한 전략적 카드인 셈이다.

'총선 완패'의 위기감이 깊어진 쇄신파 의원들은 당명 변경은 물론 재창당을 통해 한나라당의 이미지를 통째로 바꾸자고 요구하고 나섰다.

결정타는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 사건과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파문이었다.

당명변경에 유보적 입장을 보였던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새해 들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는 여론을 지켜보며 당명 변경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황영철 대변인은 "당협위원장 전원을 여론조사한 결과 당명 변경에 찬성하는 의견이 50%, 반대가 38%였고, 분석결과 수도권 지역과 원외 위원장의 찬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달 3일 상임전국위와 전국위에서 반대가 분출하면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박 비대위원장은 앞서 "여러분이 원하면 바꿀 것이며, 원하지 않으면 안하는 것"이라며 당원들의 의견수렴에 따르겠다는 뜻을 보였다.

한나라당보다 오랜 기간 같은 이름을 유지했던 정당은 과거 박정희 정권 시절 민주공화당(17년6개월) 뿐이었다.

한나라당의 전신격인 민자당은 1995년 자민련이 분열해 나가고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으로 위기에 처하자 이듬해 신한국당으로 개명했다.

신한국당은 대선 국면인 1997년 11월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지금의 당명인 한나라당을 채택했다. 조순 초대 총재가 지은 이름으로 '하나'란 뜻과 '크다'는 뜻이 담겼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성형수술 한다고 천성이 변하느냐”, “화장한다고 못 생긴 얼굴 예뻐지느냐”, “당명 변경이 아니라 체질 개선이 우선이다”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총선에서 참패하면 다시 “한나라당”으로 바꿀 것이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이 작년 8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연패하자 당명 변경 요구가 거세졌다.

조갑제닷컴의 조갑제 대표는 지난 24일 한나라당의 당명개정에 대해 “한나라당 改名은 소멸의 길을 예약하는 일이 될 것이다, 黨名을 바꿔 집권한 예가 있나? 위장폐업 신장개업에 유권자들이 속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 천박한 마음이 저주를 부른다.”며 당명개정에 대해 비판을 했다.

이어“ 그래도 한나라당은 가장 오랜 정당 아닌가? 보수는 전통을 소중하게 여긴다. 이름을 파는 건 몸을 파는 것보다 더 더럽다. 이름은 正體性의 집약적 표현이다.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姓을 가는 짓이다.”라며 “ 正體性에 담긴 가치관 포기를 의미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집단은 살 자격이 없다.”며 되레p 한나라당의 정체성 수호의지 강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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