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태 리얼콘 칼럼니스트]

"지역에 뼈를 묻겠다고 지역민들과 약속했는데 지역민들과 같이 존중하고 정치를 마쳐야지 왜 다른 데로 (지역구를) 옮기느냐. 저는 정치를 안 하면 안했지 그런 식으로는 안한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오는 19대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 대답이다.

그는 또 "당시 여당이 너무 세서 한나라당이 가능성이 없다고 판명이 난 대구 달성에 (여당 엄삼탁 후보와) 매우 어렵게 선거를 치뤄 당선됐다"며 "선거때 마다 지역구를 바꾸니, 어쩌니 할 때 제가 지역민들에게 '아니다. 끝까지 지킨다'고 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총선 불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지역민들에 한 약속은 소중하다"며 "지역민에 대한 도리가 있고 예의가 있는데 아직 얘기를 나눠보지 않았고 단독으로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은 안된다"고 설명했다.

요지는 총선 출마를 하지 않을 지라도 지역구를 옮기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을 뽑아주고 지지해 준 지역 주민들에 대한 예의고 의지를 지키는 것이라는 뜻이다. 또 지역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주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뜻으로도 풀이 된다.

평소 자신을 원칙적인 사람이라고, 원칙을 지키고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라고 주장한 그로서는 당연한 처사 인지도 모른다.

사실 박근혜 위원장의 총선출마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았다. 일부에서는 불출마를 선언 해야 한다고 했고, 다른 쪽에서는 수도권이나 서울에서 출마해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도 했다. 비례대표 마지막 번을 배정 받아 백척간두의 승부수를 띠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모두 기득권을 버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고 제안 했을 것이다. 박 위원장은 한나라당의 쇄신을 맡은 비대위를 이끄는 수장이고 변화를 위해서는 기득권 세력을 과감하게 타파하고, 그것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박 위원장이 먼저 솔선수범해서 기득권을 버리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랬던 것이다.

속내야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으나 겉으로 드러난 것은 이런 논리일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위원장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밀고 나갈 뜻을 분명히 했다.

지금 비대위는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 친이계 기득권 포기 주장, 보수 표현 삭제 등을 둘러싸고 당내에서는 물론 범 여권의 공격을 받고 있다.

특히 친이계를 중심으로 그동안 쌓여왔던 비대위에 대한 반발이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을 둘러싸고 본격화 되고 있는 시점이다. 분당도 불사하면서 비대위와 박근혜 위원장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박근혜 위원장이 자신의 기득권을 과감하게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기득권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다른 정치인들의 귀감이 될 것이다.

모쪼록 본인의 장점인 원칙과 약속을 지키기에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는 정치인이니만큼, 지역 주민들과 허심탄회한 논의를 통해 의기투합을 해서 좋은 결정이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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