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태 리얼콘 칼럼니스트]

세치 혀로 인해 사람의 운명이 바뀐다. 특히 정치인은 말로 인해서 운명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말을 잘해서 승승장구 하는 정치인도 있고 반대로 말을 잘못해서 정계를 은퇴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민주통합당 정동영의원은 '노인들은 투표하지 말라'는 발언을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노인정에 가서 무릎을 꿇고 빌고 사죄했지만 노인들 표를 바라기는 어렵게 됐다.

한나라당의 블루칩으로 각광받으며 잘 나가던 강용석 의원도 아나운서 비하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곤욕을 치렀다. 한나라당에서 제명된 것은 물론 국회의원직까지 잃을 뻔 했으나 가까스로 회생해서 지금은 자신의 입지를 위해 중구난방으로 날뛰고 있다.

과거 참여정부에서 법무부장관을 지내고도 범법자인 정봉주구명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민주통합당 천정배 의원도 '이명박 정권을 어떻게 해야 하나. 확 죽여버려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해 여권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한나라당 경선 후보 시절 '못생긴 여자가 서비스가 좋다'는 말로 여성비하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고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이렇게 말이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최근 말을 막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김종인 한나라당 비대위원이다. 그는 친이계 수장들은 사퇴해야 한다는 말로 포문을 열더니 이번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총선의 승리를 위해서 알아서 탈당하라고 말하고 있다.

당장 친이계의 공격을 받았다. 왕의남자 이재오 의원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허허허 탈당이라...한 번도 지역구 국회의원을 안 해봐서 당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눈 감고 생각하는 것과 눈 뜨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라고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는 또 "공식입장은 아니라고 부인하니 공식적으로 말할 것도 아니지만 짜고 치는 고스톱인 것 같다"며 "이런 일이 한 두 번도 아니고 두고 보면 알겠지만 갈수록 가관이다"고 배후론에 불을 지폈다.

한나라당은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면서 진화에 나섰고 청와대는 대응을 하지 않겠다며 신중한 모습이다.

하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을 것이다. 역대 정부의 사례에서 보듯이 대통령의 당적 정리는 레임덕을 가속화 시켜 통치력을 급격히 상실한다. 그것이 자의에서든지 타의에서든지를 막론하고 당적을 정리하는 순간 시베리아 고립무원의 입장이 된다.

집권 5년차를 맞은 이명박 정부는 서민경제 안정을 국정목표로 내걸고 매진하는 시점이다. 국정은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당적을 정리하면 국정수행을 위한 동력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과의 유대관계도 깨지는 것은 물론 정책의 공조도 어렵게 된다.

이런 점을 아는 청와대와 친이계는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을 막기 위해 심혈을 기울일 것이 자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비대위를 이끄는 사람이 곳곳에 돌아다니면서 대통령의 탈당을 종요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당내 분란을 도모하는 것은 물론 청와대와의 대결을 부추기는 행위일 수밖에 없다.

김종인 비대위원의 대통령 탈당발언은 한나라당 쇄신 작업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비대위가 전권을 휘두르며 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기존의 정치인들은 기회만 엿보고 있을 것이다. 비대위가 오버하거나 자신들을 공격한다고 하면 반격을 가할 것이 자명하다. 박근혜 비대위 체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중하고 개혁을 하려면 정당한 절차와 시스템에 의해서 해야 한다. 김종인 개인이 나서서 개인적인 사견임을 전제로 말하고 다니는 것은 모두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뜻으로 오인할 수도 있어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질수도 있다. 여권의 분란을 자초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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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태  speciala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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