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 10명중 6명은「가난은 사회구조 탓」으로 여긴다고 알려졌다. 지금까지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잘살고 못사는 것은 팔자」로만 알던 사람들로서 이는 놀라운 변화이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불교의 업장론이나 도교의 수양론, 동양철학의 사주팔자 등 개인에게 책임을 묻고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주술에 묶여있어 체념 속에 살며 수동적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 넓은 시야를 확보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잘살고 못사는 것은 일개인의 근면성이나 검약 등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국가의 분배구조가 어떠하냐가 그 핵심인 것이다.

여기에서 개인적인 노력이 전투라면 국가의 분배구조는 전략으로 파악할 수 있는데 전투에서는 용케도 운이 좋은 사람이 있을 수 있으나 전략에서는 우리 모두 쓰나미를 당할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작은 부자는 노력하면 되지만 큰 부자는 하늘이 낸다.」는 종래의 재물관은 현실에 눈을 감게 하는 반사회과학적 말의 유희임도 분명하다.

누가 국가의 목적이나 국가의 존립근거를 묻는다면 다양한 국가구성원의 적정한 가치배분기능이 그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사상의 모든 개혁들, 신돈이나 조광조. 홍경래나 전봉준의 개혁은 한 마디로 뭉뚱그리면 적정한 가치 배분을 하자는 것이었다.

이 가치배분에 이상이 생기고 왜곡될 때 사람들은 가난이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사회구조 탓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옛날사람이나 지금 사람이나 똑같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국가가 분배기능을 상실했거나 잘못하고 있다고 인식했다는 것이다.

사회의 양극화는 태생적으로 국가가 촉진하고 유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가의 권력은 약육강식과 시회도태설에 따라 획득되는데 권력이 패자나 소외층을 우선했다는 것은 역사에 없는 것이다. (민주국가든 공산국가든) 누구는 계속적으로 초과이익을 얻고 누구는 계속적으로 초과손해를 보게 돼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국가란 것이다.

국가는 원초적으로 비도덕적일 수밖에 없으며「시장이 옳다.」거나「완전경쟁」이라는 것은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자의 논리인 것이다. 명군이나 훌륭한 지도자는 가치배분를 뛰어나게 잘 한 것에 대한 존칭인 것이다.

나는 공자의「나라에 도가 있으면 가난하고 천한 것이 부끄럽고. 나라에 도가 없으면 부하고 귀한 것이 부끄럽다(邦有道, 貧且賤焉 恥也. 邦無道. 富且貴焉 恥也.)에서 그 도(道)를 「정직한 분배구조」로 이해한다.

공정하지 못해서 처하게 되는 가난과 천함. 공정하지 못해서 얻거나 누리는 부함과 귀함은 현대판 골품제도이다. 나 같은 사람은 정의에 기초하지 않은 부함과 귀함에 완적처럼 냉소를 띠고, 다섯 줌의 쌀에 만족하는 료칸선사가 되자고 다짐한다하지만 이 땅의 선남선녀(善男善女)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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