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사법부 그중에서도 헌법재판소는 마지막까지 지켜내야 할 최후의 성채"

[서범준 칼럼니스트]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 지표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여론이 박근혜 前 대통령 때와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마다 차이는 있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30~40%에 이르며 탄핵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여당은 반색하고 있지만 최근 헌법재판소의 행보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국가의 근간인 헌법을 수호하는 최후 보루로 법 적용과 해석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 그 논란을 바로잡고 시대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 할 책무를 가진 기관이다. 하지만 최근 헌법재판소의 행보를 보면 그렇지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얼마 전, 여당이 제기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과 관련한 권한쟁의심판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헌재는 “국회가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 한, 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는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리며 국회로 책임을 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관련해서는 내란죄 제외를 국회 소추단에 직접 제안하며 스스로 중심을 잃은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헌재의 행보에 대해 일부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엄격한 헌법 해석과 적용에 의한 재판이 아니라 여론재판으로 흐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 양측 모두 엄동설한 속에서도 장외집회를 지속하며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헌재가 법 질서를 바로 세우고 사회 통합을 이끌기보다는, 오히려 국가적 내전 상황을 부추키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법치주의의 위기라 할 것이다.
 
이미 국회의 입법 독주로 민주정치의 기본 틀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견제하고 균형을 맞춰야 할 사법부마저 법치주의의 원칙을 포기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을 비난하거나 심판할 명분마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새해가 시작된 지 겨우 6일이 지났다. 서로 덕담을 나누며 “열심히 살아보자”고 격려하기에도 버거운 때에 정치권은 언제까지 국민을 정치싸움의 대리전에 몰아넣을 것인가. 이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사법부다. 그중에서도 헌법재판소는 마지막까지 지켜내야 할 최후의 성채다.

헌재 재판관 8인은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지 깊이 숙고해야 한다. 진영과 이념을 떠나 오로지 헌법적 가치만을 기준으로 삼아,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판결을 내려주기를 간절히 요청한다.
 
헌법재판소의 가치와 정당성, 그리고 절차적 공정성이 무너진다면, 이 나라의 미래 역시 암담할 것이다. 헌재가 그 역할을 다해 국민들에게 신뢰를 심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