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가 11월15일 공직선거법 재판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했다.

‘사법의 정치화’ 행태는 사법부의 신뢰와 권위를 떨어뜨리는 자해 행위
 
[서범준 칼럼니스트=푸른한국닷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어제(25일) 있었던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 재판에서 “이 대표가 직접 개입한 증거가 없다”라며 실형 판결을 예상한 법조계 다수의 의견을 뒤엎고 무죄 판결을 받았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해서는 의원직 상실형인 징역형이 선고됐지만 두 번째 고비였던 위증교사 사건에서는 무죄가 선고돼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이 대표는 무죄 판결 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라고 언급하며 “(이재명을) 죽이는 정치보다 사람을 살리는 정치를 하자고 정부 여당에 말하고 싶다”라고 했다.

반면에 이날 판결에 대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위증한 사람만 유죄이고 위증교사한 사람은 무죄라는 위증교사 1심 무죄 판단을 수긍하기는 어렵다”라며 “그러나 11월15일 징역형 유죄판결을 존중했듯이 오늘 판결도 존중한다”라고 언급하며 판결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 대표가 언급했듯 위증범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김진성 씨는 그간 ‘이 대표 요청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위증할 일이 없었다’고 일관되게 재판 과정에서 증언해 왔다. 또한 김 씨의 이러한 증언이 아니더라도 텔레그램을 통해 변론 요지서를 보내며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의 방향성까지 제시한 이 대표의 행위는 위증교사 행위가 아니면 달리 설명할 말이 없다 할 것이다.
 
또한 이번 판결한 것은 이 대표가 김 씨에게 위증을 교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김 씨가 자신의 위증죄 처벌을 감수하며 스스로 위증했다는 상식 밖의 판결로 사법부가 거대 야당 민주당의 눈치를 본 것이라 할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우리 법원은 정치인 특히 야권 정치인이 관련된 정치 재판에 대해서는 정치권과 여론의 눈치를 보며 심리를 지연하던가 판결을 미뤄왔다. 혹여 판결을 선고한다 해도 법 논리에 맞지 않는 판결을 선고하며 국민들의 비난을 자초해왔다. 이는 사법부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사법의 정치화’ 행태로 사법부의 신뢰와 권위를 법원 스스로가 떨어뜨리는 자해 행위다.
 
오죽하면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0월 4일 있었던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국민이 법관에게 부여한 막중한 사명을 완수하는 길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하는 것”이라며 “권력이나 여론의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일방의 칭찬과 비방에 좌고우면하지 말라”라고 당부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의 보루는 사법부다. 어느 시대건 권력자는 사법부를 권력자의 입맛대로 구성해 마음껏 주무르려 했다. 하지만 앞서 법복을 입었던 대다수의 법관들은 민주국가에서 법원이 무너지면 독재가 횡 행하고 공동체가 무너진다는 것을 알았기에 정치권과 여론의 압력에서 시법부의 독립을 지켜내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 왔다.
 
기자는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한 김동현 부장판사의 판결에 대해 비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판결문을 쓰기 전에 ‘사법의 정치화’에 대해, 또한 자신의 판결이 피고인 이재명과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판결문인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했는지는 묻고 싶다.

이러한 고민이 있었다면 “이 대표에게 무죄를 주기로 작정한 판결로 보인다”, “위증은 있는데 위증을 시킨 사람은 없다는 판결”이라는 법조계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10월 17일 퇴임한 이종석 前 헌법재판소장은 퇴임사에서 “사법의 정치화 현상은 결국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해 헌법재판소의 권위가 추락할 것이며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 질서를 해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굳이 이 前 소장의 경고가 아니어도 사법부가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의 보루’라는 사명감을 잃지 않고 앞으로 계속될 이 대표의 5개의 재판을 권력과 여론의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판사의 양심에 따라 재판하고 판결한다면 김명수 前 대법원장 체제에서 무너진 사법부의 권위를 다시 세우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위대한 여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