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후보 중 한 명으로부터 300만원이 든 봉투가 온 적이 있어서 곧 돌려줬다”고 폭로했다.

고 의원은 “결국 그분이 당선됐는데 그 분과 돈 봉투를 전한 분이 같은 친이(친이명박)계에다 자신을 지지한 저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 싸늘했다”고 밝혔다.

그는 돈봉투를 줬던 친이계 전 대표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으나 홍준표 전 대표가 선출된 지난 7ㆍ4 전대 때의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고 의원이 지칭한 돈을 돌려 당선된 당 대표는 누구인가. 18대 총선 이후 한나라당은 세 번의 당 대표 전당대회에서 박희태,안상수,홍준표 세 사람을 선출했다.

또한 정몽준 전 대표는 박희태 대표의 사임으로 선출직이 아닌 계승직 대표를 역임했다.

고 의원은 홍준표 대표는 아니라고 밝혔다. 박희태 대표는 경선이 아닌 추대하는 분위기라 돈 봉투를 돌릴 입장도 아니었다. 결국 안상수 전 대표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본다.

2010년 7월 당 대표 선출을 위한 당 대표 경선은 안상수 의원과 홍준표 의원의 경쟁구도로 이전투구 현상까지 벌일 정도로 치열했다.

안상수 의원이 당선돼 임명직 최고위원과 당직 선출에도 홍준표 전 대표가 사사건건 딴지를 걸 정도로 그 후유증은 컸다.

고 의원은 “검찰 수사가 시작돼 나를 부를 경우 당당히 수사에 응하고 정치발전을 위해 내용을 소상히 밝히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왜 고 의원은 당내 치부를 드러낼 정도의 민감한 사안을 폭로한 것일까.

안상수 전 대표는 이재오 의원계로 알려진 친이계다. 박근혜 측은 한나라당 비대위가 순항을 못하고 있는 이유가 이재오 의원계의 반발에 따른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작년 5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상득계는 이재오계가 지원한 안경률 의원 대신 박근혜 측이 지원한 황우여 의원을 지지했다. 결국 황우여 의원이 원내대표에 선출되었다.

사실 이때 범친이계는 와해되고 한나라당엔 박근혜계와 이재오계로 양분되어 치열한 암투가 지속되어 왔다.

이상득 의원은 지금 보좌관의 불법자금 수수로 4월 총선에 불출마 선언을 했다. 사실상 정계은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상득 의원의 박근혜 사랑은 지난 대선경선에서부터 나타났다. 이 의원은 이명박 다음에는 박근혜라고 공공연히 이야기했다.

이상득 의원은 이재오 의원과 이명박 대통령을 매개로 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를 한 것 뿐이지 사실 정서적으로 같이 갈 수 없는 사이다.

이상득 의원은 코오롱 사장을 거져 민정당에서 정치입문하여 권위주의독재정권 세력들과 더 가깝다.

이상득 의원이 밀어 대통령실장을 역임한 임태희 전 실장의 장인인 권익현 전 민정당 대표와는 막역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오 의원은 그 반대편에서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 타도를 외쳤고 민정당을 박정희 정권의 아류로 생각하고 인정하지 않았다.

한국경제가 지난 2011년 1월 한나라당 계파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고승덕 의원은 이상득 라인으로 알려졌다. 또한 얼마전 별세한 박태준 전 포철회장의 전 사위이기도하다.

그렇다면 고승덕 의원이 2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뜬금 없이 돈 봉투 운운하며 아무 생각 없이 폭로 했다고 보지 않는다.

박근혜 당 만들기 위한 노력에 반발하는 이재오계를 몰살시키기 위해 박근혜계와 이상득 라인의 합작으로 칼을 빼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상돈 비대위원은 지난 4일 친이 이재오 의원, 홍준표·안상수·정몽준 전 대표에 대해선 "한나라당 대실패를 상징하는 분들로 용퇴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상돈 비대위원은 얼마 전까지 이상득 의원의 정계은퇴를 주장했다. 그렇지만 이번 회견에서는 이상득이 빠지고 안상수. 정몽준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결국 친박의 속내가 드러난 것이다. 이번 총선은 박근혜 위원장 중심으로 박근혜를 대통령 만들기 위한 공천으로 갈 것이며 그 길에 방해가 되는 사람은 어떤 누구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음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은 2007년 식의 치열한 경쟁이 아닌 2002년 식 추대로 가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내포되어 있다.

경선을 하게 되면 2007년 경우처럼 결국 여론에서 박근혜 후보가 불리하기 때문에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한나라당의 이재오 죽이기는 즉각 시작되었다. 고승덕 의원의 폭로가 나오자 한나라당은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키로 했다.

또한 한나라당 비대위는 5일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한 명으로부터 ‘돈 봉투’를 받았다는 사건에 대해 검찰수사를 전격 의뢰하기로 했다.

당 비대위는 검찰수사 의뢰는 물론 정당법과 공직선거법 등의 규정을 검토하는 등 이른바 쇄신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정면 대응할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은 문제점을 봉합하고 통합으로 가는 데 한나라당은 치부를 드러내며 분열로 가고 있다. 박근혜 위원장이 한나라당 후보가 된들 대선에서 패배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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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일 기자  news1@bluekoread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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