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수 리얼콘 칼럼니스트]

우리 인간들은 세상을 살면서 수많은 고비를 맞이하고 넘기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문턱에서 좌절의 쓴 맛을 보기도 한다.

개인뿐 아니라 국가 간에도, 그 첨예한 대립과 반목 속에 강자와 약자가 벌이는 극명한 적자생존의 운명은 인류 역사의 아픔이자 백미라 할 만하다.

하지만, 그 적자생존의 운명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먼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명제에, 우리는 고개를 끄떡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2012년 1월 1일 아침, 60년 만에 한번 찾아온다는 흑룡을 상징하는 임진년이 밝았다.

임진년하니, 1592년에 발발했던 민족의 대표적 수난史인 임진왜란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당쟁의 극치를 보이던 선조시대에 임진왜란은 어쩌면 당연했는지 모른다.

국가의 안위보단 당파의 당리당략이 우선이던 그때..... 오늘날 당리당략과 비슷하지 않겠는가? 10만 양병설을 주장하던 이이의 주장은 뒷간에다 버려지고, 결국 선조는 장마비가 내리는 칠흙같은 밤에 만 백성을 뒤로하고 의주로 파천하는 설움을 맛봐야 했다. 人災가 부른 국가의 위기 시대였다.

더구나, 조선 말에 이르러서도 당쟁의 찌꺼기는 잔존했고, 쇄국적 통치와 맞물리면서 지혜롭게 제국시대를 넘기지 못함으로써, 우리와 달리 자기개혁에 성공한 일본에 나라를 내주는 비운을 맛보게 되었다.

그 후 일제강점기가 남긴 지금의 남북한시대는 지구상에 남겨진 이데올로기의 마지막 찌꺼기 처리장이 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냉전시대라는 고전물을 잘 보존하고 있는 곳이 한반도인 것이다.

그 남은 더러운 찌꺼기를 제대로 승화시켜 날려버리기 위해선, 쇄국적 모습에서 벗어나 북한의 독재주의 대신 북한의 민주화를 도울 주체자로 우리가 우뚝서야 할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도 420년 전 임진년에 버금가는 민족 운명의 (업그레이드) 기로에 서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작년 중순까지 수면 밑에서만 잠복해 오던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의 민의는 급기야 오 서울시장의 주민투표 강행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뜨거운 감자를 캔 것이다.

미래를 담보하지 못하는 삶의 고단함과 염증이 안철수 박원순 현상을 낳았으며, 특히, 나꼼수류 좌파들의 사회기저와 이데올로기와의 교묘하고 절묘한 조화로 그 반감은 수직상승하게 되었던 것이다.

누구를 탓하랴?

이제, 한나라당은 완전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위기와, 다시 묵은 떼를 지우고 새로운 100년 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기회의 두 분기점에 서 있다.

박근혜 체제 출범으로 위기의 수습을 노리는 한나라당은, 당헌에 비상대책위원회 비상규정을 신설하고, 각계각층의 여론을 아우르는 비상대책위원을 임명해 지난해 12월 19일부터 활동에 들어간 상태다.

인적쇄신과 공천개혁의 공감성과 현 정권과의 차별화의 뇌관을 터뜨리고 있는 비대위의 상황을 볼때, 결국 외부와의 투쟁보단 내부개혁이 총선과 대선을 준비하는데 절대적인 변수임을 짐작케 한다.

현재 한나라당의 위기는 수치로도 얼마 전에 나왔다.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은 32.7%의 지지를 얻어 2.2% 앞선 민주통합당에 7년 6개월 만에 뒤로 주저앉는 결과를 보인 것이다. 이제 쫓는 자와 쫓기는 자가 뒤바뀐 것이다. 다시말해 누구든 안심할 수 없게 되었다.

한나라당의 비대위는 그 개혁의 폭과 속도, 강도에 있어 지혜로운 발상이 요구되고 있다.

물갈이가 대세는 대세다. 국민의 60%가 새로운 후보에게 찍겠다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당의 건전한 뿌리까지 뽑는 어리석음은 안된다.

집을 지킬 건전한 중심은 절대 이어가야 간다. 또한 자신의 양심을 걸고 투쟁하는 열성적인 진정한 정치인을 대거 영입해야 함도 물론이다.

속도는 빨라도 늦어도 안된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빨라서 잘 된 곳 없고, 느려서 잘 된 곳 없기 때문이다. 중용의 지혜가 필요한 박 전 대표의 비대위다.

강도는 비대위의 힘을 반영한다. 한번 하겠다면, 그대로 밀고가는 고집과 힘의 균일성이 요구된다 하겠다.

앞서 언급했듯이, 민주통합당의 우세가 시작된 동시에 쫓기는 자의 고난과 쫓는 자의 다짐이 어울려지게 되었다. 실제 상황에서도, 민주통합당은 벌써 한나라당 견제하기에 바쁘다.

내년 예산안을 처리함에 있어 박근혜 복지를 두고 그동안 복지 포퓰리즘 논란의 중심에 있던 민주통합당이 되레 실현 가능성과 부작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본격 견제에 나선 것이다.

한미FTA를 두고 생각이 바뀌었다며 천당과 지옥을 오가던 때처럼, 복지에 대해서도 내가 하면 복지, 남이 하면 포퓰리즘이란 인식을 통해 카멜레온처럼 얼굴 색을 바꾸고 있는 민주통합당이다.

하지만, 그 포퓰리즘 유무 판정은, 스스로 대세를 만든 민주통합당이 아니라, 이제는 투표를 할 국민 몫으로 와 있음을 알기 바란다. 그 복지의 민얼굴을 국민들도 차츰 인식하고 있음이다.

2012년 임진년의 격변기와 420여년 전 임진년에 발발했던 임진왜란의 고난과 아픔!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은 임진왜란의 혼란기 상황과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임진왜란 발발 전인 1590년 일본에 통신사로 갔던 정사 황윤길과 부사인 김성일의 보고가 완전 달랐던 점과 동일한 사안에 대해 입장차가 큰 여야의 현 상황은 재미있고도 참담한 비교 대상이기에 족하다.

그 핏줄! 어찌 할 수 없는 것인가? 말바꾸기하고 선동하고 당리당략에 찌든 정치인을 가리는 현명함이 국민들에게 무엇보다 절실한 요즘이다.

일단 퍼뜨리고 당선만 되면 그만인 상황을 국민들은 혐호해 오지 않았나?

그 진위와 상관없이 노이즈 네거티브(noise negative)에 우선시하는 자들을 국민들은 결국 처단해 오지 않았나?

조선 정치인의 양심을 버린 김성일의 보고가 임진왜란의 고난을 증폭시켰듯이, 말바꾸기와 선동을 오히려 자랑하고 다니는 더럽고 추접은 정치인이 결국 우리의 미래를 갉아먹고 있음을 명심하자.

이제는 진정성과 열성이 정치인의 덕목이 되어야 하고, 북한의 개혁개방과 민주화가 실현되도록 국력을 모을 때다. 임진왜란의 이율배반적 상황을 만들기 전에 국민들의 합리적 선택이 요구되는 것이다.

임진왜란이 닥치고, 일제강점기가 시작되고, 6.25가 일어나서야 깨닫는 우를 언제까지 계속 할 것인가? 그 이전에 잘못된 가지는 쳐서 국력을 한 곳에 모으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수출 증대를 해 경제적 기반을 확실히 다져 나가고, 그 배분의 적절성을 확보하며 북한의 합리적 변화를 유도해 통일을 우리 손으로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을 보는 국민이 바라는 과제는 이것이다.

통일의 지향점 그리고 국력,,,이런 다양한 사안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한나라당 이지만, 국민의 아픔을 만져주며 삶의 행복을 이끄는 정치의 서민화가 절실하게 더해져야함을 알아야 한다. 지금 상황은 그동안 '가오'나 잡으며 허세와 방관으로 일관하던 부작용이 표출된 결과다.

정치의 서민화를 위해선 먼저, 당의 쇄신(인적쇄신, 정치개혁을 통한 부패척결)을 통해 국민적 호응을 회복해야 한다. 자기와의 싸움에서 먼저 이겨야 한다는 소리다.

그리고 비생산적 사회 기풍 제거 그리고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납세의무 건실화와 합리적 복지 실현에 몰두해야 한다.

선거란, 국민들이 믿고 맡길 곳을 고르는 Agent selection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당의 쇄신 여부가 그 직접적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이제, 저는 한나라당뿐 아니라 각 당이 새해 반드시 새겨야 할 사자성어로 "擇善固執"을 말하고 싶다.

善(당 쇄신 등)을 고심해서 택했으면, 그 선택에 대해선 굳게 믿고 두려워 하지 않으며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야 한다는 논리다. 여기엔 개방적 태도와 진정성 그리고 명쾌한 설명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善(10만 양병설,당쟁혁파)을 제대로 택하지도 못하고 고집도 없었던 420년 전 아픈 선례를 더 이상 밟지 말았으면 한다.

1592년 임진년이 탄생시킨 영웅 이순신장군! 2012년 임진년에는 어떤 모습으로 환생할까!

선택과 운명 사이에서 우리는 기대에 부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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