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

서울에서 강남 3구(이하 강남으로 통칭)는 주지하다시피 부자동네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정치적 성향으로 인해 세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람들은 생활수준이 높으면 당연히 의식수준이 높다고 생각하고, 물질적으로 윤택하면 정신까지 고상할 것이라고 짐작하며, 명성에 걸맞게「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道)」도 개척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강남은 역시 현상(現象)이었다.

우리가 사물을 눈을 씻고 보아야 하고, 「보고 또 보고」 할 이유이다. 오늘날 강남의 모순이고, 서울의 기형(畸形)이며, 대한민국의 씁쓸함이다.

원래 부자들은「부자 몸조심 하듯」이라는 말에서 보듯 성숙단계에 들어선 부자 일수록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색채를 띨 수밖에 없고 정부 정책이 부자감세나 부동산 부양 같은 것이 나올수록 반색을 하게 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재선에 가까스로 당선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하였고, 10.26보선에서 박원순 후보를 철저하게 따돌린 것이 이의 반증이다.

그런데 정치적 의사결정은 자유라 하지만 그것이 「가진 자」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남미(南美)에서 보았듯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무산계급이 그들의 계급적 성향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에 비해 놀랍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가까운 두 번의 서울시장 선거에서 드러난 것처럼 도곡동의 타워팰리스를 비롯한 강남이 그들의 계급적 이익을 철저하게 추구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부자 곧 강남의 부자는 박정희 개발독재의 불균형 성장정책이래의 정경유착과 갖가지 특혜에 따른 것이라는 것이 학계의 의견이고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이다. 거기에다 오늘날의 신자유주의는「선점효과」와「승자독식」을 확대시켜 부의 초과이익을 보장하고 있다.

부의 블랙홀은 소외된 사람들의 반감(反感)과 저항을 애초부터 상정(想定)하고 있다. 이럴 때「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윤리의식도 없고,「즐거움 끝의 슬픔」도 생각할 줄 아는 교양도 없으며, 족한 줄 알면 그만두는 도가적 마음도 없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한 두 번은 아름다운 청년 전태열을 위해 울어도 보고. 서너 번은 강북의 서민들과 심정적 동조를 같이 하기도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강남의 금도(襟度)」란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유럽에는 상류층이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상위층만 있다는 말은 두고두고 강남의 한계이다.

대한민국이 강남에 기대하는 것은 유한계급으로서 고담준론(高談峻論)의 근거지 곧 르네상스j를 일으킨 메디치 가문이나 메이지유신을 가능케 한 사쓰마번(藩)과 조슈번(藩)같은 역할이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강남은 시대정신에 눈 감고, 낡은 유산과 빛바랜 기억에 기초한 도덕적·종교적·문화적·사상적 전체주의와 교조주의의 포로가 되어 있다.

이제 대표적 강남현상인「고소영」은 이미 국민의 지지를 잃어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한지 오래됐고, 곳곳에서 산견되는 강남징후는 중국 청나라 말기 태평천국의 난을 진압하는데 앞장 선 지주계급과 1930년 나치의 발흥을 가져온 독일 금융 산업자본가들을 연상시키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역대이래로 이민족과의 투쟁의 역사였다. 진나라와 한나라 때의 흉노와의 전쟁이 그렇고 남송시대의 악비나 문천상으로 대표되는 요나라· 금나라· 몽고에 대항한 역사가 그렇고, 유복통·한림아·이선장·유기·주원장의 원나라 타도가 그러하다.

사가법이나 고염무, 황종희의 청나라에 대한 눈물겨운 항쟁은 그야말로 중국의 전통이었는데 여기에서 벗어난 것이 증국번, 좌종당, 이홍장에 의한 태평천국군의 무자비한 진압이었다. 진압의 명분은 유교ː그리스도교 즉 전통사상인 공자와 맹자의 수호였다. 그러나 계급적 이익의 수호였음은 물론이다.

1932년 7월 6일의 독일 국회의원 선거에서 히틀러의 나치스(국가사회주의 독일노동당)는 200만 표를 얻었지만 독일 공산당은 600만 표를 얻어 독일의 독점금융과 독점기업들의 꿈자리를 사납게 한다. 히틀러를 수상에 앉히는 것만으로는 모자란 독일의 자본가들은 아예 세계제패의 야욕을 드러내고 제3제국의 후원자가 된다.

얼핏 이리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에는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이었다. 디아스포라와 홀로코스트는 이들이 사주한 것이었다.

나는 강남이 옛날 새가 한번 울자(一鳴驚人)) 일변(一變)한 초장왕(楚莊王))이 될 것이라 믿지만,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돌부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강남이 지금처럼 줄곧 이익집단으로서의 극성 면모에다 시대적 요청에 수수방관하는 관념적 교조주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지적 불구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세상은 선량과 강직. 온정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너무나 많다, 생각의 경계를 허물고, 보편성에 인색하지 않으며, 2분법적 사고로 자신을 제약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세상에 큰 기여를 하기도 한다.

강남이 그토록 열렬히 지지한 한나라당이 지금 뼈를 깎는 반성을 하고. 재창당보다 더한 몸부림을 보여주지만 강남은 일체의 어떤 정치적 반성의 기색도 없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도 더욱 그들의 계급적 특성을 날카롭게 드러낼 것이고 여전히「강제된 질서」를 아름답다할 것이다.

앞으로 대한민국은 강남을 조심해야 한다. 국은(國恩)에 상응한 「빚진 자의 의식」이 없을뿐더러 강남이 비록 선(善)이라 하나 여차하여 세(勢) 불리하면 언제라도 악마와도 손을 잡는 것은 오히려 강남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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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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