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역사는「거울」이라고 말한 사람은 역시나 당태종 이세민이었다. 자신의 역사책 이름을 자치통감(資治通鑑)이라 하여 역사의 거울성(性)을 확인한 사람은 역시 사마광이었다.

그러나 나는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아니 생각해보니까 역사의 밑바닥을 들여다보았다고 여긴 이후로는 이 역사의 거울성(性)을 믿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였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은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였고. 역사는 왜곡되고 날조되었다는 결론 탓이었다.

먼저 신라사람 검군이다. 역사책에는 그가 대기근 때 동료 관리들이 나라 창고를 도적질하자, 밀고하지 않음으로서 그들을 안심시키고 죄 없이 도망치지 않아 의로움의 표시로 독배를 마셨다고 하는데 나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기회만 있으면 호시탐탐(虎視耽耽)하는 것이 오늘이나 그때의 세태(世態)이고 깨끗하면 절대로 스스로 죽지도 않거니와 죽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원효도 그렇다. 태종무열왕의 딸 요석공주와 관계하여 아들 설총을 낳은 후 다시 저자거리에서 허랑한 무애가(無碍歌)를 불렀다는 것은 원효를 영웅으로 만들기 위한 사관(史官)의 호의적인 가필(加筆)일 것이다. 부마(駙馬)라면 아무리 고승대덕이라고 해도 파계하여 호의호식하며 시종들을 거느리고 거드름을 피우고 싶은 것은 인정에 속하는 것이다.

 고려시대 최영장군은 선친으로부터「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유훈을 받았고, 김용의 반란 때 김용이 황금과 보석으로 최영을 매수하려했으나 이를 뿌리쳤다는 기록도 믿을 수 없다.

고려사 편찬자들이 깎을 대로 깎았는데도 이것이 사실이고 더구나 요동정벌이라는 대의가 있다면 광화문 사거리에 그의 동상이라도 세워 후대인의 사표로 삼아야 하건만 그렇지 않은데서 보듯 그의 연대기는 픽션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조선의 3청(淸)이라 불리는 황희, 맹사성. 유관이 떡고물이 생기는 재상직에서 청렴했다는 것은 어느 누구의 상상력일 것이며, 정몽주나 사육신. 3학사가 공허한 절의(節義) 때문에 목숨을 버렸다는 것은 신빙성이 떨어지고. 외척 윤원형(문정왕후의 동생)과 장희재(장희빈의 오빠),김귀주(영조비 정순왕후의 오빠) 등이 발호했다는 기록도 외척도 국가의 기둥이건만 이 대목 역시 어불성설이라고 짐작한다.

더군다나 시를 잘 지은 연산군이 채홍사(채(採紅使))를 두었다는 것은 악의 축들이 조작한 것이며, 세종의 형님 양녕대군. 광해군의 형님 임해군이 백성들에게 만행(蠻行)을 저지르고 그들의 종들이 호가호위(狐假虎威)했다는 것도 음해세력의 모함일 것이다.

양반도 돈을 젓가락으로 집고 얼어 죽어도 곁불을 쬐지 않는데 하물며 고귀한 신분의 왕족이 시전(市廛)에서 뒹구는 시정잡배와 같다니 당치도 않는 소리이다.

그러나 각종 사서에서 조직적으로 누락시키거나 첨가한 것이 내 눈에는 보이지만 모든 사람이 흔쾌히 동의하는 것이 필요했다. 심증(心證)과 논리성, 증거력만으로는 부족하고 무엇보다 성화대에 불을 붙이는 그런 극적인 것이 있어야 했다.

이른바 용의 눈동자를 찍는 것이었다. 그래서 기록들을 찾아보았다. 우리가 아는 삼국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조조가 관도대전에서 원소를 격파하고 원소의 둘째 아들 원희의 처 견씨를 데려와 아들 조비에게 주었다. 이 소식을 듣고 역시 공자의 자손인 공융이 조조에게 편지를 보내「옛적 주 문왕이 은나라 주왕을 죽이고 그의 애첩 달기를 주공에게 주었음이 틀림이 없다.」고 하였다.

그러자 조조가 무슨 근거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하고 묻자 공융은「오늘일로 미루어보니 그때에도 그랬을 것이다.」라고 대답하였다는 것이다.

※참고로 주공은 문왕의 동생으로 문왕이 죽자 조카 성왕을 잘 보필하여 유교에서 성인으로 추앙하는 인물이다. 고사성어 토포악발(吐哺握發, 밥알을 토하고 머리칼을 움켜잡다)의 주인공으로 선비를 극진하게 대한 것으로 유명하다. 참고로 주공은 달기를 취하지도 않았거니와 달기는 불타는 은의 수도 조가(朝家)에서 주왕과 함께 죽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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