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

요즘 글다운 글이 없다고 한다. 또 문인은 많으나「참글」은 없다고 한다. 베스트셀러나 인기가 있다는 글을 봐도 귀족문인의 글이거나 함량미달의 글이고, 상업주의가 밀어주거나 자가발전적 성격의 글들뿐이다. 글은 시대를 반영 한다고도 하고. 시대의 산물이라고도 하니 글이 가볍다면 부박(浮薄)한 시대의 영향일 것이고, 글이 핍진하지 못하면 퇴폐(頹廢)적인 시대가 그 책임일 것이다.

시대가 진취적이고 활달하면 글도 웅건하고 역동적이나 시대가 퇴행하고 말기증상을 보이면 글도 퇴영적이고 음풍농월을 일삼게 된다. 우리는 그 글이 스펙터클한가 그렇지 않은가에서 그 시대의 성쇠 정도를 알 수 있고 우리는 그 글의 스펙트럼을 보고 그 시대의 관용 정도를 알 수 있는데 지금은 오직「아녀자의 인(仁)」과 「필부의 용(勇)」만 칭송하니 글의 퇴보시대라고 해도 될 것이다.

1970년 대, 어렵게 공부하던 나는 당시 매일 조간과 석간으로 나오는 중앙지 다섯 부를 사서 칼럼과 사설은 빠뜨리지 않고 꼬박꼬박 읽었다. 그 글들에는 지금은 고인이 된 선우휘나 최석채. 김성식 선생의 글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전통이라면 전통일 수도 있는 그 짓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그때처럼 감동을 느끼거나 감흥을 일으키거나 감명을 받는 글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왜 요즘 글들이 지리멸렬해 졌는가? 마지막까지 글의 옹호자로 남아야 할 내가 왜 글을 천대하게 되었는가? 나는 그 원인을 크게 다음 2가지로 보고자 한다. 하나는 글 쓰는 사람의 자질부족이다. 세상은 자기의 정신적 깊이가 눈높이가 되는데 이 정신에 결함이 생기고 부실해졌기 때문이다. 나의 정신적 고향중의 하나인 사기(史記)에서 사마천은 이렇게 말한다.

「수양(공부)이 부족한 사람의 글은 대개 신변잡기적인데 자신의 체험에만 생각이 묶여있기 때문이다. 수양(공부)이란 한계를 깨닫고 분별할 줄 아는 능력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넘어서고 이겨낼 때 획득된다.」고 하였는데 역시 시대를 뛰어넘는 통찰력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애지((愛知)하는 마음. 호학정신(好精神). 그리고 춘추. 맹자를 천 번씩이나 읽는 등의 내공이 뒷받침되어야 수작(秀作). 가작(佳作)이 나옴도 분명해 졌다.

다른 하나는 정약용이나 백거이처럼 시대와 불화하면서 글의「시대정화(淨化)」 「시대구원(救援)」역할을 주장하느냐 하는 것이다. 다석 유염모의 제자인 박용호는 「뼈아픈 고독에서 하느님을 만나게 된다.」고 하였다. 일찍이 맹자는 「사람은 근심 걱정에 진리정신이 살아나고. 평안하고 즐거운데서 진리정신이 죽는다 (生於憂患 死於安樂也).」라고 한데서 알 수 있듯이

글은 백척간두에 선 심정으로 써야하고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써야 생명력이 있고 호소력이 있는 것이다. 등 따뜻하고 배부르면 곤란한 사람들이 있으니 전장의 장군과 문인이니 특히 문인은 본질의 입구에서 헤매다가 기교나 기술의 차원에서 머무르게 된다. 내가 성공한 작가라 하는 사람들을 흘겨보고 대가나 중진을 부인하는 것은 문인은 언제나 상대화가 되어있어야만 영혼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기도야와 절실함은 글의 근간이요 글의 방향(芳香)이기 때문에 그렇지 못하면 아무리 경력이 오래되고 아무리 명성이 자자해도 글의 훼절 더 나아가서는 글의 타락이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아울러 좋은 글은 단체(신문사 ·기업), 기관(정부·당), 이념(국가· 민족 ·체제)에 얽매이거나 휘둘리지 않는 객관성과 철저성을 기반으로 하는 보편성을 띠어야 함은 물론이다.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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