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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에 야당은 양념·진보에 보수는 양념
안호원 | 승인 2022.12.05 14:45
부산 야경. 대한민국 발전의 상징
자유주의를 어렵게 얻어낸 대한민국을 이렇게 쉽게 몰락하도록 방치할 것인가
 
안호원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시인. 칼럼니스트.
 
한해가 서서히 저물어가는 12월 겨울밤. 어둠이 짙게 깔린 회색의 공간에는 추위 속 가로등만 외롭게 서있다. 공원의 나무들도 깊은 잠속으로 빠져들었는지 조용하기만 하다. 차갑고 외로운 밤. 오늘 따라 달은 이토록 유난히도 밝을까.
 
어둠의 하늘은 침묵을 지키고 필자 역시 말없이 창밖을 바라본다. 산다는 게 뭔지? 갑자기 추위를 느끼며 옷깃을 여민다. 한 해가 저무는 12월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와 시위가 이어지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까지 ‘종북좌파세력의 홍위병’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야당의 이태원 압사사고 책임자 파면, 나아가 전국민주노동조합연맹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 등 집회 몸살에 많은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더구나 윤 정권 타도 시위에 나선 10대 청소년의 말은 필자의 귀를 의심케 했다. “윤 정권이 하는 행동은 박정희, 전두환 때도 없었던 그런 행동을 하고 있어서 화가 나서 나왔다.”고 했다.
 
YTN 인터뷰가 너무 신이 났는지 해맑은 표정으로 대답한 10대 청소년. 2003년생이라고 했다. 19세다. 그 나이라면 결코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태어나지도 않았을 나이다. 이 학생은 ‘측근 뇌물 수수 등의 문제로 자살 같은 타살(?)로 생을 마감한 노무현이 대통령으로 있던 시기에 태어난 아이다. 누가 이 아이에게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생각을 주입시켰을까.
 
부모들의 문제? 전교조의 문제? 문화계의 문제? 언론계의 문제? 이들 학생들을 이렇게 만든 가해자는 그들 모두라고 말하고 싶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어린 학생들까지 ‘종북좌파세력의 홍위병’으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불평과 불만으로 세뇌된 우리 청소년들, 21세기 세계 경제력 10위, 군사력 6위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믿지 못할 광경을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또 어처구니없는 일이 버렸다.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않은 MBC 기자
 
해외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대통령의 출근길. 용산 대통령실 도어 브리핑에서 MBC 기자가 대통령에게 무례한 행위를 하고 아를 통제하는 비서관과 설전을 벌렸다. 설전을 벌린 그 비서관은 전직 기자 출신으로 MBC 기자의 한 참 선배다. 설전은 이해하고 넘어가더라도 이 기자의 행태가 문제다.
 
이 기자는 당초 슬리퍼를 신고나와 팔짱을 낀 채로 대통령의 도어브리핑을 듣던 중 행패를 부렸다. ‘배려가 지나치면 권리로 안다’라는 말이 있다.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않는다면 이 사회는 유지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 이기자가 MBC창간 기념식에서 ‘우수상’을 타는 괴기한 일이 벌어졌다.
 
또 해외 순방 중 대통령 부인 김 여사의 봉사활동을 두고도 ‘빈곤 포르노’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쓰고도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고 억지소리만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그렇게 주장하는 민주당의 과거 기록 사진들을 보면 유사한 사진들이 더 많다. 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지금 윤 대통령의 임기 말인가. 이제 겨우 8개월째로 접어들었다. 그들에 의해 세뇌된 청년들이 연일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며 귀신 복장을 하고 거리로 나와 대통령과 부인을 데려갈 저승사자라면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민노총, 민변, 전교조 등 종북좌파 세력들이 원하는 대로 가고 있는데도, 종북좌파 세력을 척결해야 할 국민들의 무심함이 참으로 안타깝고 끔찍한 생각이 든다.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의 주도로 선진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 5000년 한민족 역사상 가장 부강할 뿐만 아니라 자유주의를 어렵게 얻어낸 대한민국을 이렇게 쉽게 몰락하도록 방치할 것인가. 현 정부가 반드시 종북세력을 척결해줄 것으로 믿는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왜 김장 배추를 닮아야
 
지난 주말 김장을 했다. 마트에서 사온 배추 박스를 열었다. 소금물에 절인 배추는 풀이 확 죽어있었다. “나는 배추다”라며 빳빳한 잎사귀를 고집하지도 않았다. 양념을 받아들이기 위해 배추는 자신의 몸에서 물기부터 뺐다. 물이 빠져 축 처진 배추를 함지에 옮기면서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왜 김장 배추를 닮지 못하는 걸까.’ 어찌 보면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는 배추와 양념의 관계가 아닌가. 빳빳했던 배추가 소금과 양념을 만나서 버무려지고, 발효되고, 숙성되면서 부드러우면서도 감칠맛 나는 김치가 된다. 소금과 양념이 없으면 배추는 결코 김치가 될 수 없다.
 
결국 ‘내가 김치가 되기 위해서는 저 양념과 소금이 반드시 필요 하구나’라는 것처럼 정치인들이 그런 생각을 갖는다면,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는 왜 상대를 싫어할까. 심지어는 적(敵)처럼 생각한다. 일제 식민지와 한국전쟁, 그리고 현대사를 거치며 좌우 진영은 서로 상처를 주고받았다.
 
그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상처와 분노를 잊지 못하고 싸운다. 오히려 그 상처가 아무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다. 딱지가 앉을 만하면 떼버리고, 또 떼버린다. 끊임없이 ‘상처’를 재생산하며 충동질을 한다. 그래서일까 정치권의 배추들은 양념을 아주 싫어하는 것 같다. 시퍼렇고 뻣뻣한 배추로 있으려고 한다. 왜 일까?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배추의 입장에서는 매운 마늘, 톡 쏘는 생강, 짠 새우젓, 미나리와 쪽파에다 고춧가루까지 하나같이 낯설고 불편한 재료들이다. 자칫하면 배추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잃을 까 겁을 내는 것 같다. 그래서 더욱 더 두려움을 느끼는지 모른다. 거실에 쪼그리고 앉아 저린 배추 사이로 양념을 넣었다.
 
잎사귀를 하나하나 들추며 뻘건 양념을 묻혔다. 필자의 손에 들린 겨울 배추는 반항도 하지 않고 조용하기만 하다. 또 생각이 난다. 겨울 배추는 이렇게 아무 말 없이 편안한 데, 어째서 정치판 배추는 무엇을 두려워하는 걸까. 어쩜, ‘시야(視野)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시야가 좁으면 당장의 시퍼런 배추만 보일 뿐이다. 그러나 시야가 넓으면 양념을 묻힌 배추가 맛있는 김치로 된다는 것을 안다.
 
따라서 좁은 시야로는 오직 나의 세력, 나의 진영, 나의 정당만 보일 뿐이다. 꽉 잡지 않으면 죽는 줄 안다. 그런 배추는 버무림과 숙성의 과정을 통해 감칠맛을 내는 김치를 모른다. 어쩌다 양념을 묻혀도 잎사귀에만 묻힐 뿐이다. 순간 겉절이가 생각난다.
 
여.야 불문하고 식탁에 바로 먹을 수 있는 겉절이만 올려 놓아
 
갖은 양념을 다 넣고 버무려 바로 먹는다. 맛은 있지만 김치로서의 역할은 하지 못하고, 김치의 맛을 낼 수도 없다. 물론 신 김치찌게도 할 수 없다. 대한민국 정치권이 여.야 불문하고 식탁에 바로 먹을 수 있는 겉절이만 올려놓는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겉절이가 정말 지겨운 생각이 든다. 왜 겉절이에만 머무는 것일까. 왜 김장김치의 미학은 없는 것일까.
 
결국 넓은 시야를 볼 수 있는 눈(眼)을 바꿔야 한다. 정치권의 배추가 양념을 대하는 눈. 그것부터 바꾸어야 한다. 여당에 야당은 양념이다. 진보에 보수는 양념이다. 양념이 없으면 버무림도 없고, 발효도 없고 숙성도 없다. 겨울 김장 김치가 될 수 없다.
 
자신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가장 중요한 재료, 그것이 상대방이란 양념이다.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한시적인 겉절이가 될 것인가. 아니면 겨울 내내 맛을 풍기는 겨울 김장김치가 될 것인가. 말로만 ‘국민의 뜻에 따라’ 라는 헛소리는 이제 제발 하지 말라. 이 말이야말로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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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  egis01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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