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0일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 간담회.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윤동주 시인의 ‘서시’에 첫 구절이다.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교수 겸 박사] 요즘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구(詩句)다. 과연 윤동주의 서시처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억지를 쓰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른다면, 감히 사람이라 칭 할 수 있을까.
 
윤동주 시인의 엄격함 정도는 아니라도 일상에서 최소한의 부끄러움을 느끼며, 조심은 할 줄 아는 정치인이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마음이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대한민국에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동물 같은 정치꾼들이 코로나19와 함께 날뛰며, 이 사회를 폐수(廢水)로 오염시키고 있다.
 
여권 국회의원들, 대통령을 왕으로 여겨
 
작금에 대한민국에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도무지 상식적이라고는 생각 할 수 없을 수준의 사람들이 국민의 대표라는 명찰을 달고 상식밖의 언행으로 국민들의 억장을 무너뜨리고 있다.
 
특히 180석의 다수당이 된 여권 의원들의 몰 꼴이 그렇다.(미덥지 않은 것은 야권 의원들도 마찬가지) 국민들의 대표가 아니라 대통령 하나를 지키기 위한 호위무사 같다. 대통령과 행정부의 권력남용을 견제해야 할 의원(입법기관)들이 대통령을 향한 사소한 비난에도 온몸을 던져 경쟁적으로 막아내며, 우쭐해한다.
 
대통령을 왕으로 여기니 대통령을 주인이라며 떠받들고,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법을 어기는 것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어느 정치학 박사 출신 의원은 “정책에 대해 수사하고 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공무원이 위축되는 등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진다.”는 궤변을 서슴없이 쏟아놓는다.
 
정부가 원전의 경제성 조작 의혹을 받고 새벽에 사무실에 들어가 서류를 없앴으며 신 내림을 받았다는 그야말로 김정은 말대로 소가 웃을 정도로 정신 나간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데도 대통령 공약이니 건드리면 안 된다며 쌍심지를 켠다.
 
백신 접종도 그렇다. 국민적 백신 불신에 대해 외국 정상들처럼 누가 뭐라 하기 전 대통령이 자원해서 1호 접종 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의원들이 먼저 나서 ‘국가 원수가 실험대상이냐’며 발끈했다. 그렇다면 하찮은 국민들은 실험대상이란 말인가? 애완견이 되어 혀를 함부로 놀린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초. 재선의원들이 대통령 대신 자기가 먼저 백신을 맞겠다는 ‘문 대신 챌린지’라니 그야말로 ‘이 몸은 죽을 지라도 대통령님은 옥체보존하소서’라는 거다. 이런 부류들이 지금 대한민국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여의도에 죽치고 앉아 혈세만 축내고 있다.
 
젊은 집단 광기에 등골이 더욱 소름 돋는다
 
더욱 가관인 것은 여권의 비례대표가 된 변호사 출신 초선의원이 ‘검사. 판사는 사직 후 1년간 선거출마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이 선거에 출마하려면, 90일 전까지 사직하면 가능하다. 그런데 유독 판. 검사만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야권의 강력한 대선주자로 부상한 윤석열총장 한 사람을 겨냥한 유치한 묘수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그만 둔 지 한 달 만에 총선에 출마, 비례대표로 당선 된 변호사 출신의 아이디어에 놀라울 따름이다. 특히 그 의원은 현재 피의자 신분이기도 하다. 무소불위의 나라가 된 시점에서 얼마 전 일을 떠올려보았다.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수상한 주식 투자를 한 게 인사청문회에서 문제가 되었지만 대통령이 임명장을 줬다. 법무부장관의 가족이 온갖 부정행위를 동원해 다른 젊은이의 몫을 자리(의학전문대학원)를 도둑질했어도, 그 가족은 법원 판결을 받고도 아직 대법원 최종판결이 안 났으니 죄가 없다고 한다.
 
임기동안 윤석열 검찰총장 죽이기에 혈안이 되었던 후임 장관은 그 가족을 향해 ‘장하다’고 칭찬했다. 반어법을 쓴 게 아니고, 진짜 칭찬을 했다. 위안부 피해자 성금을 횡령한 여자는 버젓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활개를 치고 다닌다.
 
또 대통령 부인 친구라는 정치인은 지방도시 부동산을 가족명의로 산 게 문제가 됐다. 법원에서 권력을 이용해 개발정보를 입수했다는 판단을 받고서도 뻔뻔하게 ‘남들도 다 아는 정보였다’ 며 무죄를 주장한다.
 
청와대가 투기근절을 외치던 때 관사에서 머물며, 재개발지역 건물을 사드려 물의를 빗고 물러난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며칠 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자신의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이 지켜졌는지도 모르겠다.
 
청문회에서 농지매수 사실이 드러남 장관 후보자는 의사인 부인이 15년간 농사를 지었다고 변명했지만 그 역시 임명장을 받았다. 또 법무부 장. 차관 후보가 폭력 등 피의자신분임에도 임명했다.
 
문 대통령이 퇴임 후 기거 할 사저 부지가 농지로 형질 변경(택지)이 진행(올 1월)된 것에도 ‘불법이 아니다’라는 말 만 번복하고 있다. 왜 불법이 아닌지 명확한 답변이 없어 의혹을 더욱 짓게 하고 있다. 더구나 남 탓만 하는 여권이 이번 LG투기 의혹 수사에서도 ‘과거 정부도 그랬다’는 식의 물 타기를 하고 있어 국민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부질없는 나라가 되었다
 
지도층이 법 또는 규칙을 어기고도 잘못이 아니라고 우기는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도 한도 없다. 그러니 정상이 비정상으로 비정상이 정상처럼 인식 된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부질 없는 나라가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명운을 걸고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3월에도 장자연. 김학의, 버닝썬 사건 관련 보고를 받으면서 “'검찰과 경찰의 현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 16일 국토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2·4대책을 중심으로 주택가격과 전월세를 조속히 안정시키는 데 부처의 ‘명운’을 걸라'고 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땠나. 명운을 걸라던 대통령도, 명운을 걸어야 할 공직자도 모두 적당히 시간만 때우다 책임을 회피하기 일쑤였고, 땜빵용 보여 주기 식 대책만 남발하다 용두사미 되기 바빴다. 대통령이 명운을 걸라고, 한 수사 결과는 우려한대로 빈 수레만 요란했다.
 
청와대 출신의 합동수사본부장 지시 하에 조사한 결과는 당장 ‘겉핥기 쇼’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을 정도의 수준이다. 조사 일주일 만에 전 직원 1만 4000명을 셀프 투기 수사한 결과, 투기 의심 자는 20명에 불과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사건 특검은 시간끌기
 
참여연대 등이 폭로한 13명에서 고작 7명이 늘어난 수준이다. 제대로 된 수사라고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정작 ‘뿌리 깊은 부패 구조’를 재대로 파헤칠 감사원 감사나, 노련한 수사의 노하우가 풍족한 검찰은 배제한 채 수사를 이번에 발족한 정부 합동조사단에 맡긴 결과다.
 
갖가지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여론이 나빠지자 검찰의 손발을 다 묶어 놓은 여당이 생뚱맞게도 특검을 하잖다, 일단 검찰에 수사를 맡겼다, 제대로 하지 않을 때 특검을 하는 거다.
 
특검을 주장하는 것은 4.7성추행보궐선거를 의식, 시간끌기로 볼 수밖에 없다. 정부 여당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또 국민을 기만하며 우롱하고 있다. 어이가 없는 것은 추미애 전 장관이 검찰을 탓하는 거다.
 
자기들 진영에 대한 공세를 참지 못하는 이들의 행태는 쉽게 시공(時空)을 넘나든다. 이들에게는 원리 원칙이 없다 공격하려는 대상자에게 상처를 입히려면 언제든지 친일파, 토착왜구로 만들어 여론몰이를 한다. 그런대도 과거 대통령 업무지시 형태로 감사. 수사 지시를 쏟아냈던 대통령이 또 그림자가 되어 침묵하고 있기에 더욱 의구심이 든다.
 
‘호미가 아닌 가래로도 못 막을 일’을 만들지는 말자. 문 대통령의 꿈이기도 한 ‘변창흠 표 정책’인 2.4 공공개발 부동산 정책은 LH직원들의 투기 파문이 터지면서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신뢰에 결정타를 입게 됐다.
 
더구나 LH직원들이 토지매입 한 시점이 변창흠 국토부장관이 LH사장으로 재직하던 때다. 공공개발의 핵심은 국민이 자신의 재산을 국가에 온전히 맡기는 것인데,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 됐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지만, 이 같은 투기파문을 막기 위해서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부처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직원들이 부동산을 구입 할 때, 증권사의 경우처럼 사전 신고를 의무화하도록 제도화 할 필요가 있다.
 
수사가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부동산 정책 전환은 불가피해 보인다. 강제로 부동산 시장을 옭아매는 정책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외국에도 없는 제도다. 심지어는 중국에도 강제가 없다.
 
여권 일각에서는 LH의 해체론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제는 대책-땜질-대책-땜질의 악순환은 더 이상 없어져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이런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대응이 아니다.
 
많은 국민들이 의혹의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다.
 
이제는 문 정부가 완패를 인정하고 과감한 정책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수사를 검찰과 감사원 감사에 맡겨야 한다. 빠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