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선거

무소불위의 무법천지가 된 나라, 제왕적 대통령이 주권자인 국민을 무시하고, 주인 행세를 하는 나라가 되다보니, 많은 국민들이 분(忿)을 삭기며, 우울 증세를 보이는 등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교수 겸 박사] 우려했던 대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전격사퇴 했다. 윤 총장은 이날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며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고 의미 있는 말을 했다.
 
이어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더라도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검찰총장” 이라고 한껏 치켜세웠던 문 대통령이 기다렸다는 듯이 1시간여 분만에 사표를 수리하고, 동시에 검찰 출신 신현수 민정 수석마저 궁지에 몰아넣어 불명예스럽게 청와대를 떠나게 하며 비 검사 출신, 내 편으로 교체 했다.
 
이에 한 술 더 떠 피의자 신분에 있는 여당 의원들은 ‘중대범죄수사청’을 밀어붙이면서 윤총장의 표현대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지경으로 내몰았다.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는 윤 총장의 사퇴의 변(辯)은 ‘그가 버티는 한 검찰에 대한 정권의 무차별 공격이 계속되리라’는 인식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과연 이런 나라를 민주국가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엄정하게 처리하라.”고 하명했다.
 
윤 총장이 죄가 있다면 대통령의 명령을 실천에 옮겼다는 것이다. 명령에 따라 문 정권의 실세들이 줄줄이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위기를 느낀 실세(피의자포함)들이, 윤 총장을 중도 하차시키려고 갖은 수단방법을 동원했고, 이에 동조한 청와대와 여당은 독재시대를 연상케 한다는 비난을 받아도 부인 할 수 없을 정도로 안하무인이었다.
 
이 과정에서 기인(棄人)소리를 듣는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끈질긴 방해공작을 받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 정권에서 정권의 심기를 건드린 수사를 이끌었던 검사들이 괘심 죄로 좌천이 되거나 검찰을 떠났다.
 
특히 검찰 인사를 하면서 검찰총장을 투명인간으로 만든 것도 문 정권이다. 오죽하면 윤 총장 스스로가 ‘식물총장’이라고 자조 섞인 말을 했을까. 권력비리에 대한 엄정한 수사는 검찰의 숙명이자 책무다. 그렇지 않으면 직무유기다.
 
노무현 정부시절 송광수 검찰총장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을 비리혐의로 줄줄이 구속 기소했어도 수사를 주도했던 검사들이 인사보복을 당하지 않았고, 상당수는 그 공(功)을 인정받아 오히려 ‘영전’하기도 했다.
 
또 김영삼, 김대중 두 대통령 재직 시 아들들이 비리에 연루되어 구속이 되었어도 검찰에 대해 특별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 독립성을 인정했다. 그러니 윤 총장이 퇴임 직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칙대로 길을 뚜벅뚜벅 걸었더니 아예 ‘포크 레인’을 끌고 와 길을 파내 없애려 한다.”고 분개하지 않았겠는가.
 
사냥개 같은 윤석열 검찰총장 하나를 자르기 위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으로 바꾸고, 합법을 빙자한 다수의 의석(180석)으로 검찰청을 아예 폐지하려고 한다. 자신들이 법망을 피해가기 위한 ‘검찰개혁’을 외치며,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왜 검찰개혁이 필요하고 공수처가 신설되어야 하는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 가면을 쓴 정치인들의 말이 손바닥 뒤집듯 어제와 오늘의 말이 다르고 ‘그때, 그때마다 달라요’ 라며 말을 쉽게 바꾸면서도 뻔뻔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토록 ‘말’이 수시로 바뀌는 데 어떻게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말에 국민들이 신뢰를 가질 수 있겠는가. 구린 게 많고, 악취가 풍기는 문 정권의 실세들이 정권 교체 후 보장을 받기위해, 검찰을 장악하려는 악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해 10월 당시 박순철 서울 남부지검장은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며 사표를 던졌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니 딱 맞는 말이다. 눈엣 가시처럼 보였던 두 사람을 제거(?)하니,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 여당은 마치 앓던 이 두 개가 빠진 기분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내 세상을 만난 듯 모든 것을 입맛에 맞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마음 같아서는 소리라도 지르며, 잔치라도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부터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는 것이 감지된다.
 
대한민국 현대사 중 가장 무섭고, 불안한 시기가 어쩜 현 문정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성추행사건으로 치러지는 서울. 부산시장 4.7보궐선거는 말 그대로 전임자의 남은 임기를 기준으로 끝난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1년짜리 시장이다. 특별하게 규정이 되어있지는 않지만,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아주 늦은 감이 있지만, 이 부분에서 대통령의 임기를 다시 거론하고자 한다.
 
보궐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의 임기규정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모든 단체도 보궐선거를 하는 경우, 관행적으로 전임자의 잔여임기까지로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현행 헌법(제10호)엔 보궐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의 임기규정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여. 야, 후보자나 정당들이 자기들이 당선 될 줄 알고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은 채, 묵시적으로 5년의 임기를 보장하고 치러진 선거가 아닌 가 추측된다.
 
관행대로라면 현행 대한민국의 헌법상 보궐선거(2017.5.9)로 당선(2017.5.10)된 대통령(문재인)의 임기는 탄핵으로 쫓겨 난(?)대통령(박근혜)의 잔여임기인 2018년 2월 24일까지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2021년 3월 7일 현재 1,107일째 대통령이 궐위(闕位)된 상태라고 보아야 맞다.
 
제19대 대통령 선거(2017.5.9, 06:00~20:00)는 헌법 제68조 제2항(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에 의거한 보궐선거였다.

보궐선거의 사전적 정의(daum.net)는 ‘선거로 당선된 자가 임기 도중에 사직, 사망 또는 실격한 사람이 있을 때 '남은 임기를 채우기 위하여' 후임자를 뽑는 임시 선거.’라 할 수 있다.
 
또 보궐선거의 법률적 정의(공직선거법 제35조 제4항)를 보면 이 법에서 "보궐선거 등"이라 함은 제1항(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 또는 재선거) 내지 제3항(선거의 일부 무효로 인한 재선거) 및 제36조(연기된 선거 등의 선거일)의 규정에 의한 선거를 지칭한다.
 
헌법상 보궐대통령의 임기규정이 없기 때문이란 주장은 헌법 부칙(제1조, 제2조)과 헌법이 위임한 법률 내지 "상위법 우월의 원칙" 과 관습법, 비교헌법 등에 대한 학문적 근거를 전혀 모르는 자의 소치요, 궤변이며, 억지주장이다. 당연히 보궐선거 때 집고 넘어가야 했다.
 
문제를 삼지 않는 야당도 의심스럽다. 4년이 지난 지금, 굳이 이 문제를 재론하는 이유는 문대통령은 이미 잔여임기를 끝낸 전직 대통령이라는 것과 법률적으로는 대통령이 궐위된 나라란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임기 논란이 있는 대통령이 임명권을 갖고 있다는 것이 두렵다.
 
우려되는 것은 윤 총장의 중도 사퇴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이 타격을 입게 됐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무소불위의 현 정권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고, 자신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후임 검찰총장을 임명하거나, 대행체제를 꾸려 ‘살아있는 권력수사’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해 오듯 인사청문회는 한 과정에 불과하다. 지난번처럼 또 대통령이 청문회보고서를 무시하고 임명하면 그만이다. 법 절차엔 하자가 없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차기 총장직에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후배인 이 지검장은 정권을 겨냥한 수사는 뭉개고, 정권이 원하는 수사는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는 평가를 받는, 대표적 ‘친(親)정권 검사’로 불린다. 이 지검장은 최근 들어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수사에 외압을 넣어 중단시켰다는 의혹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바뀐 상태다. 또한 검사들이 불신하는 인물이다.
 
만약 검찰총장으로 영전할 경우 “‘방탄 총장'을 앉혀 임기 말 들어 진행되는 정권 수사는 접고, 있을 수 있는 수사도 무력화 하겠다는 메시지로 비춰질 것”이란 말이 법원 가에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이 지검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대검 형사부장,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핵심 요직을 잇 따라 맡았다.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검장이 임명된 뒤론 두 차례 유임됐다. 윤 총장이 그의 교체를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만큼 정권의 신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신뢰의 바탕은 정권과 여권 인사들을 향한 수사를 앞장서서 뭉갰기 때문이라고 보는 법조인들이 많다. 영특한 ‘사냥개’를 만들기보다는 주인에게 순종하는 ‘애완견’으로 길들이려고 한다.
 
평등과 공정, 그리고 정의를 실천하지 않는 대통령과 법무부 장. 차관이 피의자 신분으로 있는데, 또 검찰총장마저 피의자 신분이 되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위태롭고 걱정된다.
 
‘도둑이 들려면 개도 안 짓는다.’는 옛말이 새삼 와 닿는다. 나라가 망하려면 무슨 짓인들 못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