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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의 운수 좋은 날
최성환 | 승인 2021.03.04 16:21
나경원 후보는 지난 2월 18일 매일경제 의뢰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와 토론평가에서 모두 1등을 기록했다며 경선 당시 카드뉴스로 홍보했다. 사진@나경원 전 의원 페이스북 페이지
국민의힘 책임당원들이 밀어줬는데 왜 이기질 못해?

[최성환 빅픽처 대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오세훈 후보의 선출로 끝이 났다. 누군가에게는 이변이고, 누군가에게는 이변 없는 결과라고 보도되었다. 물론 전자가 다수였다.

1차에서 전체 집계로 1위를 차지했던 나경원이 최종 경선에서는 떨어졌으니 이변이라 할 수 있겠고, 1차 당시 전체 집계에서는 졌지만 1차나 오늘 최종 결과 모두 여론조사는 줄곧 1등한 오세훈 후보가 그대로 여론조사는 이겼으니 이변 없이 이겼다는 기사도 간간히 보인다. 물론 필자도 다수의 의견을 존중해 이유 있는 이변으로 평가한다.

우선 나경원 후보는 오세훈 전 시장보다 재보궐선거 출마를 나흘 먼저인 1월 13일에 선언했다. 반면 오세훈 후보는 안철수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해 입당을 권하는 등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시작했다.

미래통합당의 지난 총선 패배와 관련 여부를 떠나서 나경원은 4선에 원내대표 출신이고 오세훈은 서울시장을 했지만 의원 선 수로는 초선이었다. 그 초선도 보수 정당의 텃밭이라는 강남이었고 이후 종로와 광진을에 출마했지만 모두 패배했다. 서울시장 재선에 비해서 오세훈은 사실 총선 고자였다.

지난 1월 24일 <동아일보>의 ‘여야 서울시장 캠프 윤곽…후보 특색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는 각 후보 선거 캠프에서 각 후보자들을 지원하는 인물들이 나와 있다.

나경원 캠프에는 원내대표 시절 같이 호흡을 맞춘 전직 국회의원들이 포진해있었고, 오세훈 캠프에는 서울시장 시절 같이 호흡을 맞춘 전직 시의원들이 포진해있었다.

얼핏 보면 나경원캠프는 화려한데 오세훈 캠프는 초라해보였을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TV에 많이 나오고 시의원들은 TV에 거의 나오지 않는 그 동네에서만 조금 알려진 수준이기에 말이다.

여론조사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12월 7일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 조사부터 두 후보가 맞붙기 시작했을 때부터 100% 시민여론조사 경선 하루 전인 지난 3월 1일까지 나경원 후보는 늘 당내 1위였다. 다만 차이가 좁혀지는 수준이었다. 하루 전까지 나경원 후보에게 유리해보였다.

지난 2월 24일에는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이었던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정책 자문 명목으로 나경원 캠프에 합류한다. 경선이 진행 중인데 경선 룰을 조율하는데 관련되었던 사람이 특정 후보 캠프에 합류한 것이다.

심지어 이수정 교수는 작년 11월 10일 당시 KBS 뉴스에 직접 출연하여 진행된 인터뷰에서 직장이 수원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당사에서 진행되는 회의에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며 자신의 열성적인 모습을 강조했다. 명함만 내놓은 것이 아니라 경선 방식을 정하는 데에 적극적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진대제 전 장관도 그렇고 전직 구청장들도 지지선언을 하는 등 이름 있는 사람들도 나경원을 지지했다. 반면 오세훈은 이름 있는 사람들의 지지선언을 볼 수 없었다. 기껏해야 구의원 100명 이상이 지지선언 했다거나 이름도 없는 시민들로 지지선언을 한 시민후원회 등 무명들이었고 초라해보였다. 조은희, 오신환도 마찬가지였다.

결정적으로 나경원은 책임당원들의 힘으로 자신의 부족했던 토론실력을 보완한다. 각 당협위원장들이 50명씩 추천한 사람들 중에 1000명을 가려내서 만든 토론평가단은 3차에 걸친 맞수토론과 채널A를 통해 방영된 한번의 모두토론을 평가했다. 나경원은 매 회마다 투표로 4전 전승 1위를 기록한다.

당직 자체를 가진 당협위원장들이 각각 50명씩 서울시당에 추천한 사람들 중 당원의 비율은 현실적으로 매우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며 1차 경선 때 책임당원들이 압도적으로 이겼던 나경원의 토론평가 승리는 당연했다. 상대 정당 유시민에게 100분토론에서 고전한 이미지는 책임당원들이 덮어줬다.

나경원의 토론 실력이 늘었다거나 약점을 보완했다거나 토론을 잘했다는 수 천 개의 기사들 중 평가 하나를 찾을 수 없었지만 어쨌든 나경원 후보 토론평가 1등이라는 기사가 도배되어 최대 경쟁자였던 오세훈의 장점이라는 토론이 상쇄되는 듯 보였다.

나경원 후보는 당일 날에도 카드가 남아있었다. 여성가산점으로 설령 양자구도를 가더라도 45.5%를 얻으면 무적이었는데 4자구도였던 이번 경선에서는 40%만 넘으면 가산점으로 44% 이상을 받아 이기는 경선이었다. 반면 오세훈은 최소 45%를 먹어야하며 다른 후보인 조은희, 오신환 후보의 표도 신경써야했다.

나경원은 그래서 3위, 4위를 다툴 두 후보가 가장 유력한 경쟁자였던 오세훈의 표를 잠식해줄 경우의 수도 갖고 있었다. 실제로 나경원 후보가 40% 이상을 득표했을 시 최소 45% 이상은 확보하고 추이를 지켜봐야 했던 오세훈 후보는 막상 41%에 그쳤다.

그런데 정작 나경원 후보는 40%는커녕 한참 밑인 33%를 득표해 가산점 포함 36%대로 패배했다. 당내 모든 여론조사도 이겼고, 당원들의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고, 지지선언한 사람들이나 캠프에 합류한 사람들도 인지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약점인 토론도 토론평가라는 제도의 룰을 잘 활용하여 1위를 했고, 여자라는 이유로 여성가산점 10%라는 최후의 카드까지 썼던 나경원의 결말은 1위와의 5% 차이 패배로 탈락하고 말있다.

설렁탕을 줘도 못 먹은 김 첨지의 아내처럼 책임당원들이 열렬히 도와줘도 못 이긴 나경원은 괴상하게 어쩐지 그동안 운수가 좋더니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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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환  gogodun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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