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 문대 통령이 습관처럼 얼마 전까지 국민들에게 하던 말이다. 과연 문 대통령의 말대로 이 나라가 평등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나라인가.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교수 겸 박사] 그동안 국민은 문 정권을 믿었다. 그래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힘이 들더라도,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일해 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그런 국민들에게 더 큰 배신감을 안겨주었다.
 
집권욕에 사로 잡혀 국민이라는 존재는 안중에도 없다. 국민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도덕과 양심, 상식이 모두 실종됐다. 위선과 독선으로 가득한 오염된 정의(?)를 실현하는 게 바로 문 대통령이다.
 
정치인이란 원래 믿을 수 없고, 더러운 것이라며, 대통령은 집권 초 국민과의 약속마저 헌신짝처럼 버렸다. 거짓과 위선의 가면을 쓴 것이 훤하게 보이는데도, 자기가 하는 그 거짓말을 스스로 믿으며, 그것을 국민에게 믿으라고 한다.
 
대통령의 가덕도 방문은 누가 보더라도 선거개입
 
문 대통령을 보면 동화책에 나오는 ‘벌거벗은 임금님’이 생각난다. 자신이 벌거벗은 임금처럼 벌거숭이인 줄 모르는 것 같다. 국민들 눈에는 벌거숭이로 보이는데, 대통령 자신은 아주 좋은 옷을 입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벌거숭이 대통령이 선거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 같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40여일 앞둔 시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을 찾았다. 말로는 부산 부전역과 가덕도, 부산 신항으로 이어진 이번(25일)방문은 선거와 무관한 미리 예정된 일정이라며 동남 권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이라고 청와대가 밝혔지만, 누가 보더라도 선거개입으로 비춰진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에 내려왔을 때도 야당(지금은 여당)은 선거개입이라며 탄핵까지 거론 한 바 있다. 3년 전 울산시장 선거 때와 '판박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방선거를 넉 달 앞두고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울산을 방문한 것을 두고, 30년 지기 친구인 송철호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를 돕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가덕도 인근바다에 머물면서 신공항 계획안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신공항 예정지를 눈으로 보고, 메가시티구상을 들으니 가슴이 뛴다. 계획에 그치지 말고 반드시 실현시키도록 하자.” 며 정부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도 있는데 굵직한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의 현장 방문은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다. 과거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시절,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이 ‘선거개입’ 운운하며 탄핵감이라고 난리치던 행보 그대로다.
 
누구보다 더 잘 알 만한 문 대통령이 논란을 자초하는 게 안타깝기만 하다. 벌거숭이 임에도 제왕적 대통령으로서의 위엄을 과시하는 것 같다. 게다가 그 현장이 가덕도 신공항이었다는 사실에 짜릿한 전율이 흐른다.
 
가덕도 신공항은 민주당이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사건으로 중도하차 한 후 치러지는 보궐 선거인데, 공약으로는 안 될 것 같으니까. 묘수를 쓴 것 같다. 결국은 민주당의 주도 아래 국회 본회의에서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되었다.
 
모처럼 여당, 제1야당이 한마음이 되어 짝짜꿍하며 합작품을 만들었다. 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4년짜리 금배지를 노리는 정치꾼들이 유권자들을 마구 농락하고 있다.
 
‘성추행 보궐선거’는 생뚱맞은 ‘가덕도 선거’가 되어버렸다.
 
가덕도 공항사업 타당성 조사를 없애는 특별법을 만들 정도라면 가덕도 공항은 애초 타당성이 없다는 걸 집권 여당과 국민의 힘은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야(민주당과 국민의 힘)가 허접한 욕망을 채우려고 번듯한 차림으로, 얼빠진 한 족속이 되어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다.
 
분명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부산 유권자들에게 던지는 미끼임을 누구나 쉽게 간파 할 수 있다. 이미 가덕도 신공항사업이 적절하지 않다는 건 정부 스스로 외국의 권위 있는 전문기관에 의뢰한 용역조사로 드러났다.
 
28조 원 이상의 국고낭비에 자연 훼손 예산 낭비가 불 보듯 뻔한데, 국회 의석 수 하나 더 챙기겠다고, 국민의 혈세는 생각하지 않고 집권 여당과 국민의 힘이 눈에 핏발을 세우고, 후세에 지탄 받을 짓을 하고 말았다. 기획재정부와 국토부는 모두 특별법에 비판적이다.
 
그럼에도 불구, 제왕적 대통령은 기획재정부 부총리와 국토부 장관을 두고 질책을 했다. 이 바람에 국토부 장관은 머리를 조아리고 송구하다는 말을 했다. 공직사회의 반발을 아예 봉쇄를 한 모양새다.
 
이러니 야당에서 “선거질서를 훼손하는 대통령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은 탄핵 사유에 해당된다.” 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닌가. 선거를 목전에 두고 정부와 여당이 계획도 없이 ‘표’를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이다.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는 신기루를 쫓아 정치꾼들이 여기까지 몰고 오면서 유권자들을 우롱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코로나19’로 비 대면이 일상이 됐고, 기후 위기시대에, 온실가스 줄이기가 국가적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대량배출 원이 되는 항공교통 증가를 부추기는 대형 신공항 사업이 과연 가당한가?
 
도대체 의석수 하나를 확보하기 위해 가덕도 바다에 국민의 혈세를 얼마를 들이붓겠다는 건가? 예비타당성조사까지 생략하면서 마련한 특별법이다. 설계를 포함하여 건설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또 비용은 얼마나 들 것인지?
 
이렇게 아무것도 확실하게 정해진 것이 없는데, 가덕도 신공항을 만든다는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정해진 것이 없으니 예산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른다. 그 예산이 타당한 것인지, 경제성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이에 앞서 국토교통부에서 만든 ‘부산시 가덕도 신공항 타당성 검토’ 보고서에는 안전성, 시공 성, 운영 성, 환경성, 접근성, 경제성 등의 항목을 들어 건설에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또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는 공항으로 건설하기 위해 총 사업비가 28조7천억 원이 소요된다고 추산했다.
 
부산시가 추산한 7조5천억 원보다 4배 가까이 높은 비용이다. 문 대통령은 보수 정권의 ‘토건’을 비판하곤 했다. 가덕도 신공항은 해상매립공사만 6년 이상이 걸리고 대규모 산악 절취까지 해야 하는 거대한 공사다. 태풍도 감안해야 하는 어려운 환경 속의 공사다.
 
김중권 공항, 한화갑 공항에 이어 김영춘 공항까지
 
가덕도의 두 중심 봉우리인 연대봉과 국수봉의 높이가 각각 459m와 265m이다. 이 산들을 해발 45m 높이로 깎아야 한다. 서울 남산의 높이가 265m인 것과 비교하면 가덕도가 얼마나 큰 산인가를 알 수 있다.
 
이 두 봉우리를 깎는데 얼마의 비용이 들 것이며, 시간은 얼마나 소요될 것인가? 고도제한 문제가 나오자, 수면으로부터 40미터의 높이로 활주로를 건설하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 경우 3.8Km의 활주로 길이로, 폭 수백미터, 높이 40미터를 흙을 부어 채워 넣으려면 몇 년의 기간이 걸린다. 또한 막대한 환경 훼손이 예상된다.
 
지금 정치꾼들은 선거에 미쳤다. 이 가덕도 신공항은 내년 대통령 선거 때도 우려먹을 것이다. 이들에게는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비용이 아무리 많이 들어도, 선거에서 표를 얻는데 도움이 된다면, 후손들의 미래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그래서 훗날 우리 세대는 후손들에게 그들의 미래를 말아먹은 ‘후안무치’한 세대로 남을 수 있다. 이미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 노릇한 김중권이 제 지역구에 세운 경북 울진공항을 보자. 이용자가 없어 놀려두다가 지금은 비행학교로 쓴다고 한다.
 
그래서 별명이 김중권 공항이다. 비슷한 게 또 하나 있다. 전남 무안의 '한화갑 공항'이다. 또 김해공항, 속초공항을 보자 예비타당성조사를 마치고 수 십 조원의 국고를 탕진하면서 만든 공항이지만, 경제적 도움도 되지 않고, 쓸모없는 유령 공항으로 되어버린 지 오래다.
 
이런 소란 가운데 성추행으로 인한 시장의 사퇴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서 ‘성추행’ 문제는 사라졌다. 오로지 가덕도 신공항 문제만 보인다. 또 여권에서는 2030 부산엑스포가 열리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어디서 열릴지 확정된 것도 아니다. 2023년 12월에 국제박람회기구 총회에서 투표로 결정된다. 그럼에도 여당은 쇼를 하면서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가덕도 신공항 지원 의지를 밝히면서 신공항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궐선거에서 누가 승리하든 선거가 끝나고, 국민들이 증오심과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가덕도 신공항 건설 문제를 다시 바라보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환경 기후까지 생각하며 절차를 밟아 정말로 필요한 것인지 차근차근 따져봐야 할 것 같다.
 
결국 국민이 낸 세금으로 쓰는 것이니만큼, 선거용으로 밀어붙일 사업이 아니다. 국민 역시 내가 낸 세금을 쓴다는 점에서 꼼꼼히 따져야 할 것 같다. 이번 선거에서는 한번은 속았지만 두 번 속는 어리석음을 보이는 국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존폐가 달린 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