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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 좌익이던 내 선친의 변절을 우리 형제들은 존경.존중한다.
이종부 | 승인 2011.11.05 19:39

[이종부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

오래전 작고하신 내 선친은 대학시절 때 뛰어난 마르크스주의자였으며 지독한 반정부주의자였고 악랄한 통일꾼이었다. 지금으로 치자면 뛰어난 "학생 운동권의 수괴"였고 "진보"였다

6.25 전쟁.

내 선친께서는 고향인 충남 대천에서 예비검속을 당했다. 인민군이 홍성까지 내려오면 내 선친 및 몇몇 분을 처단하고 남쪽으로 후퇴한다는 계획을 경찰은 세워놓고 있었다.

경찰은 도망 못 치도록 아버지 다리 한쪽을 분질러 놓은 상태였다. 영락없이 죽은 목숨이었다.

그러나 돌아가신 큰어머님께서 "집안을 일으켜 세울 재목은 시동생 하나다"라고 하시며 집안의 금을 모두 모아 경찰을 매수 .아버지는 풀려난다.(전쟁 통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사지에서 살아 난 내 아버님은 작대기에 몸을 의지해서 부러진 다리를 질질끌며 "해방군 맞이하러 간다"며 신작로를 따라 인민군이 밀고 내려오는 북쪽 홍성으로 향했다.

그러다 남쪽으로 피신을 하던 반공청년단에게 아버님은 또다시 붙잡힌다. 남들은 모두 남쪽으로 피난을 내려오는데 다리 한쪽 부러진 놈이 작대기에 몸을 의지해서는 두 눈에 시퍼렇게 불을 키고 북으로 향하는 것을 반공청년단들은 수상하게 본 것이다.

반공청년단들의 취조에 아버지는 공산주의 이론인 평등, 분배, 무상을 말하며 그들과 오히려 언쟁을 벌인다.

반공청년단들은 "이런 놈은 총알도 아깝다"하고는 아버지를 몽둥이로 타살하여 신작로 가 개울창에 처박아 버리고는 그 자리를 떠난다.

그러나 질긴 것이 생명이라고 아버지는 살아난다.

전쟁 후, 아버지를 아끼던 정치권 인사들의 선친에 대한 설득과 구명운동으로 전향서 쓰고서 석방이 되어 지금으로 치면 공기업 경영자급으로 젊은 나이에 근무를 하시며 적잖은 富도 쌓으셨다.

하지만, 그 당시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국가와 사회 전반의 시스템속에 만연해야만 했던 부도덕을 보면서 태생이 반골이신지라 거기에 안주하지 못하셨다.현실과의 타협에 내 아버지는 실패한 것이다

내가 국민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아버님은 그동안 모아놓으셨던 재산인 돈과 토지 등의 문서를 모두 가지고 아버님만 서울로 상경하신다.

야당 정치에 몸을 던지신 것이다. 왜 하필 야당이었는지, 여당을 하셨으면 선친의 운명은 물론이고 자식들, 특히 장남으로서 중학교 1학년 중퇴가 학력의 전부인 내 운명도 많이 달라졌으리라고 난 지금 생각해 본다.

아버님은 야당의 이름 없는 투사였지만, 지금이야 은퇴했거나 사망하신 굵직굵직한 과거 야당 정치인들의 그 당시 주요 연설문 작성이나 여당에 대한 공격문은 아버님의 글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름 없는 야당의 정치떨거지지만 선친은 정권에 의하여 "손보아야 할놈" 리스트에 올라있었다.

아버님이 벌어놓은 재산도 당신이 서울로 가셔서 정치판에 뛰어들어 모두 탕진하였고, 가장 없는 우리집은 "거지의 움막" 그 자체였다.

보리 꼽살미나 풀떼기 한번 배불리 먹지 못하는 형편이라 어린 나는 그땐 아버지를 참 원망도 많이 하고 저주도 많이 했다.

누가 무엇 때문에 그랬는지 모르지만 아버지는 서울의 노상에서 머리에 심한 타박상을 입은 채 의식을 잃고는 쓰러진 채 발견이 되었고, 그게 아버님이 서울서 야당정치 생활을 한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

어머님은 그러한 아버님을 시골로 모셔와 2년여를 병 수발하셨다. 어머니는 돈이 없으니 검증이 되지 않은 민간처방으로 아버님을 일으켜 세우셨다.

오래 묵은 거름독에서의 똥물은 기본이고, 심지어 일제시대 때 부터 있던 우리 고향의 공동묘지에 밤에 가셔서 임자 없는 오래된 묘에서 삐져나온 인골을 파다가 볶아서 갈아 먹이기도 하신 분이다.

그렇게 선친을 겨우 일으켜 세워 놓으셨지만 경제활동을 위한 육체.정신적 노동력은 이미 상실한 상태셨고, 따라서 내 아버지는 인간으로써 살아 가야할 최소한의 기본조차도 상실한 채 그렇게 살아 가셨다.

그분이 살아생전 우리 형제들에게 정치와 이념과 국가관에 대하여 입을 여신 게 딱 한번 있다.

내 막내 동생이 육사시험에 합격했으나 아버님의 과거 맹렬 좌익행동으로 인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얼마나 분노하고 실망했는지 동생 녀석은 악에 바쳐 읍내 파출소를 다 두들겨 부수면서 "총 내놔라. 다 쏴죽이고 나도 죽던지, 아니면 무료로 공부시키며 차별이 없다는 북으로 올라가겠다. 아버지가 과거에 공산주의 활동했다고 상관없는 자식들까지 불이익을 주는 이 나라가 옳은 나라냐?"고 순경들을 모조리 두들겨 패대는 일이 벌어졌다.

그걸 지켜보던 아버님은 말 알아들을 만한 우리 형제 세 명을 불러 모으시고는 파리한 얼굴이 되어 괴로워하시며 "젊은날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이상향을 인생의 지표로 삼은 내 잘못이 크다. 너희들에게 할 말이 없다“며 처음으로 말씀을 하셨다.

공산주의는 허구다. 곧 사라진다. 일개 미물인 개미도 서열이 있다. 서열이 있어야만 개미라는 집단조차도 유지가 될수 있다.

일개 미물 집단조차도 이러한데, 공산주의가 말하는 평등. 분배. 무료라는 건 이기심의 영물인 인간의 세상에서 존재할 수도 없으며, 그러나 존재한다고 외치는 자가 있다면 그건 목적이 있어 일시적으로 행하는 기만술일 뿐이다.

이 애비의 젊은 날 이상향에 의한 오판으로 너희들이 가난하고 배고프며, 이번처럼 불이익을 받아 은연중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반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어떠한 자라도 노력하면 내 신분의 상승이 가능하며 희망이 있다.

그것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곳이 北 김일성집단이다. 노력 여하에 따라 기회가 있고 희망이 있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과 그렇지 못한 북, 그게 바로 천국과 지옥의 차이다.

김일성과 그 세력은 공산주의를 팔아 권력을 잡은 사기꾼 독재자일 뿐이다. 김일성에겐 공산주의 이론인 최소한의 평등이나 분배나 무상이란 없다.

김일성이 외치는 무상.분배.평등 그건 권력을 잡기 위한 인민들 ‘기만술’일 뿐이다.

당신의 탓으로 자식들조차도 뜻을 못 피워 자칫 자식들이 이 국가 체제와 이념의 반항아가 될까봐 당부의 심정으로 피력하신 회한에 찬 내 선친 이념관.

그리고 북 김일성 집단에 대한 정체 규정 최초의 말씀이셨다.

이렇듯 내 선친께서는 좌익이셨다. 왕조국가 후 오랜 식민지 지배 끝에 해방을 맞았고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로 건국을 했지만, 그 자유민주주의 최소한의 연습도 못한 대한민국이었던지라 국가나 사회는 불공정 불평등 했었을 것이다.

이때 젊은 혈기와 편향된 정의감에 의한 분노로 "만인 평등, 분배"의 이론인 공산주의 사상을 내 선친께서는 신봉한 것이고, 이는 실현시킬 수 있다고 오판하셨던 것이다.

그러나 젊은 날 신명을 모두 바친 공산주의란 허구라는 것을 당신 스스로 깨닮으셔 진실로 사상의 전향을 하셨다.

전향을 한 내 선친이셨지만, 당시의 대한민국이었던지라 국가의 체제와 시스템이란 그 전향을 인정 못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고, 따라서 정치를 하든 뭐를 하든 내 선친은 실패했고 불행했다.

하지만 내 선친께서는 그러한 국가 대한민국 체제와 시스템을 절대 원망하지 않았다. 피할 수 없는 당시의 대한민국 상황 속을 "나도 숨쉬며 삶을 영위하면서도 내가 反했기에 제재를 당한것이다"라면서 내 선친은 체제와 시스템을 인정했다.

그리고 그러한 선친의 이념 변절을 우리 형제들은 존경. 존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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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부  jong5209@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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