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중 리얼콘 칼럼니스트]

삼국지를 읽다보면 "책을 세 번 집어던질 일이 생긴다"라는 말이 있다.

그 첫째는 유비의 아우이자 당대 최고의 명장인 관우의 죽임이요, 둘째는 오나라 정벌을 위해 황제의 신분으로 직접 군을 통솔하며 출전한 삼국지의 주인공 유비의 병사가 그것이다.

더욱이 유비는 아우인 관우가 오나라 여몽의 간계에 방심하다 생포돼 수급을 빼앗기며 불귀의 객이된 아픔을 복수하고자 국운을 걸고 전쟁에 임했던 것이기에,"삼국지를 읽던 독자의 탄식은 인지상정이 아닐까?"추측하고도 남음이 있다.

세번째 주인공은 삼국지 초,중반부가 조조와 유비의 양분이라면, 후반부는"이 사람 이야기다"라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 인물이다.

유비가 죽기 전 여러 유언을 했으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접하기 힘든 말을 전 한다.

유비 왈,"자신의 장남 유선이 아둔하고 혜안이 흐리니, 승상인 제갈량이 보기에 도저히 가망이 없다 판단되면 황제의 자리에 오르라"는 말을 한다.

이 말을 들은 제갈량은 기겁을 한 뒤,이마를 땅에 찧으며 "절대 그런 지시는 받들을 수 없다"며, 주군의 장남인 유선의 보필을 약조한다.

물론, 유비의 "진심이냐 아니냐"를 두고 2천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말들이 많지만, 명석하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천재 그 이상의 두뇌를 지닌 제갈량이 이마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약속했을 정도면, 유비의 발언에 진정성이 없었다 단언하기도 어렵다.

여하튼, 주군 유비의 유언을 각인하며 북방정벌에 나선 제갈량은 여러 이유로 인해 실패라는 잔을 들이키다, 과중한 업무가 병을 키워 오장원에서 숨을 거두고 만다.

중요한 점은 이 대목이 세 번째 책을 집어던지게 만든다는 장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조조, 유비와 함께 트리오라 불려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제갈량 마저 사라진 사건이기에, 독자의 아쉬움이 배가 된 장면이란 점이다.

거기다 병법은 기본이고, 귀문둔갑과 천문,지리에도 해박했던 제갈량이 삼대성(三臺星)의 주성(主星)이 흐릿해 짐은 곧 자신의 죽음이 임박함을 알고,애제자 격인 강유의 권유에 힘을 얻어 7일간의 치성으로 12년의 명(命)을 연장할 수 있는 노력을 하던 마지막 날.

그것도 몇시간 안남은 순간에" 반골의 기질이 있다"며 참하려 했던 부하 위연의 개념없는 행동으로 모든 정성이 수포로 돌아가자, 제갈량은 "모든 일은 사람이 추진하지만 그것을 이루게 하는 것은 하늘의 뜻이다"라는 자조섞인 탄식과 함께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출마한 나경원 후보가 비록 패하긴 했으나 선거초반 10% 이상이라는 불리했던 상황을 상기한다면, 대단한 접전을 펼쳤다고 봐야 한다.

더욱이 토론회에 나와 똑 부러지는 설득력과 의견제시로 '오차범위 혼전'이라는 양상까지 만들어 낸 것은 위로 차원의 립 서비스가 아닌 재기의 발판이 될 수 있는 나경원의 소득이라 봐도 좋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한가진'양파'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의혹의 연속이였던 박원순 후보를 선거 후반부엔'다 따라잡았다'는 기대감마저 들 만큼 역전의 서막이 시작되려던 순간.

범야권 추종세력이 유포한'고액 청담동 피부클리닉'이라는 악재가 나경원의 지지세를 꺽고 안티나경원 세력마저 허무맹랑하게 힘을 얻어 활개를 치게 된 일은 뼈아픈 대목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퍼주기 복지는 안 될 뿐 더러, 명품 도시 서울의 후퇴를 야기할 인물은 안된다"며 지지를 애원하던 나경원이 장애를 가진 딸의 피부치료를 위해 클리닉을 찾는 것을 마치'기득권 사치의 종결자'마냥 매도된 이번 '청담동 피부클리닉' 허위 유포 고소사건은 그 판결의 귀추가 주목될 수밖에 없다.

만에 하나 이번 사건이'김대업 사건'의 연장이라면 범야권이 그토록 악랄한 네거티브 공세라며 경색을 하던 행위가 야비한 술수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반대로 야권이 제기한 의혹과 비슷한 판결이 나온다면, 나경원의 차후 정치 인생은 탄탄대로에서 안개속 비포장도로로 전락할 것이다.

제갈량이 6일하고도 전 시간을 할애하며 치성에 매진해 명을 연장할 수 있었던 찰라에 판을 깬 위연의 방정처럼, 기적과도 같았던 10% 역전이라는 판세에 심통을 부린 범야권의 '다 된밥에 재 뿌리기'인지는 오래잖아 그 본말이 들어 날 것이다.

여하튼, 여야 모두에게 중차대한 터닝 포인트가 될 공산이 큰 소송전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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