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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두루마리에 이북 실향민들의 미래는?
최성환 | 승인 2020.10.02 17:26

2012년 7월 10일에 치러진 Tving 온게임넷 스타리그의 4강전 허영무(삼성전자 칸)와 김명운(웅진 스타즈)의 경기 준비 화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마지막 프로토스의 유닛들

 1999년 만화 채널 투니버스에서 시작된 99 프로게이머 코리아오픈은 이듬해 온게임넷이라는 게임 방송이 개국하면서 양질의 모두에서 발전하여 게임/인터넷과 별다른 관련이 없던 항공사 및 은행사에서도 복수의 대회를 연속 후원하는 규모에 이르렀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 : 브루드 워는 너무 오래되었고, 게임 회사 블리자드는 오랫동안 출시를 미뤄왔던 후속작인 스타크래프트2를 출시한다. 내수 팽창의 한계와 일부 선수들의 승부조작 사태로 이미지 추락이 겹쳐 온게임넷은 2012년 티빙 스타리그를 마지막으로 스타크래프트2로 넘어가며 중심 리그를 더 이상 스타리그가 아닌 다른 장르의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리그(LCK)로 변경한다는 선언을 했다.

 이미 승부조작 사태로 인해 승부조작의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한 남은 선수들의 혼신을 담은 손가락 컨트롤은 마지막 스타리그라는 작별을 앞두고 더욱 치열했다. 그 뿐 아니라 중계하는 해설진들까지도 마지막을 앞두고 단순히 경기 해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멈추고 싶다는 절규같은 스토리텔링까지 곁들였다.

 선수의 경기력과 해설 멘트 모두가 마침내 절정으로 치달은 것이 4강전 허영무와 김명운의 경기였다. 스타크래프트는 3종족이 있는데 인간 종족인 테란, 고등 외계종족인 프로토스, 하등 외계종족인 저그로 앞서 설명한 두 선수를 제외하고는 인간 종족인 테란으로 활동하던 정명훈과 이영호였다.

 이영호는 ‘갓’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유력한 우승 후보였으며 스타크래프트 2에서는 부진하여 은퇴 이후 인터넷 방송으로 스타크래프트 : 브루드 워를 진쟁하며 아프리카 스타리그(ASL)에서 최강자로 활동하다가 지난 총선 때 세종시 갑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김중로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으며 유세를 도왔다.

 ‘테러리스트’라는 별명의 소규모 병력의 견제 컨트롤이 뛰어난 정명훈은 서울시향 지휘자였던 정명훈과 동명이인으로 비슷한 연령대에서는 최소한 지휘자 정명훈보다는 유명했다. 현재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김종인보다 전 LOL 프로게이머 ‘Prey’ 김종인 선수가 비슷한 연령대에서 더 유명한 것이랄까? 정명훈은 스타크래프트1에서 전성기를 맞은 선수들 중에 유일하게 스타크래프트2에 머물러서 제대 이후에도 활동하다가 다른 선수들처럼 돌아오지 않고 은퇴하였다. 현재는 얼마 전 뒷광고 논란으로 화제가 된 BJ ‘도띠’가 차린 샌드박스의 LOL 프로팀 감독대행에서 멘탈코치로 보직변경을 했다.

 그전까지 선수 개인과 소속 프로팀 따라 응원하던 팬들이 마지막 스타리그에 저그와 프로토스 각각 두 종족의 각각 최후의 1인으로 이미 다른 결승 자리에는 테란 종족 게이머가 결승이 확정된 상황에서 프로팀이 흥행하기 전인 초창기처럼 자신의 종족을 플레이하는 선수를 응원하는 일이 많았다.

 5전 3선승제에서 1경기를 허영무의 프로토스가 이겼지만 2, 3경기는 허영무 선수가 상대방의 의도를 정찰하여 파악했지만 김명운의 저그가 이겨서 이제 한 번만 더 지면 종족 선수 전원 멸망이라는 벼랑 끝에 몰렸다.

 4경기가 시작되니 해설자들이 시작부터 개발사 블리자드의 게임 스토리를 얘기하더니 경기 끝나기 1분 전까지 저그의 공격으로 프로토스의 패색이 짙어지자 게임 스토리와 현실이 맞물렸다며 처절함과 비장함의 해설들이 쏟아졌다. 그리고 마침표가 얼마 남지 않은 리그에 한 경기라도 더 보고 싶어하는 한가닥 희망에 ‘운명의 두루마리에 모든 것이 쓰여있지 않다.’는 지금까지 시청자나 팬들 사이에서 기억되는 명언을 남긴다.

 15분 경기에서 제대로 된 공격 하나 해보지도 못한 허영무가 전진 기지가 날아가고 본진의 피해에도 꾸역꾸역 한방 병력을 모았을 때 해설 멘트들이다.
 
자 이제! 최후의 프로토스의 최후의 한 방이 나왔습니다! 이제는 멀티하고 이런 거 없어요! 이걸로 경기를 끝내야 하는 거거든요! - 김태형

김명운 선수 입장에서는 여기서! 아듀 프로토스 세레머니를 해야 됩니다! 더 이상 토스는 필요없어요 저그 앞에! - 전용준

어차피 시나리오에서도 최후의 프로토스는 이렇게 비장합니다. 이 비장한 한 방으로 운명을 바꿀 수 있을지, 하지만! 너무 어려운 상황이에요!! - 김태형

너무 어려운 상황이고, 운명이 결정되어 있다 그래도 그 운명의 두루마리에, 모든 게 다 쓰여 있진 않기 때문에!! - 엄재경

고향으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마지막 프로토스의 유닛들입니다. 이게!! - 김태형

여러분은 느끼셨습니까? 앞마당을 뚫고 내려와서 그 한 방에, 마지막 프로토스의 비장함을 여러분들은 느끼셨습니까?! 그 비장함만으로, 단지 공1업된 토스인데! 이미 유닛들은! 우리가 보이지 않았지만, 풀업 토스였습니다. - 김태형

허영무나 프로토스 입장에서는 최후의 전투일 줄 알았던 전투에서 기적같은 역전극이 나오는 바람에 비장함에서 열광의 감정으로 바뀐 중계진의 멘트들이다. 컴퓨터 게임의 똑같은 유닛인데 마치 국어 시간에 배우는 어떤 운문에서 똑같은 단어인데 첫 번째 단어와 마지막 단어가 음은 같지만 뜻은 다르다는 수업 내용을 연상케 한다.

똑같은 질럿(광전사)라는 기본 유닛을 갖고 전투 전까지는 죽으러 가는 비장함, 마지막에는 이긴 주력군을 응원하기 위해 달려가는 든든함까지 느껴진다고 당시 경기를 회상하는 사람들이 똑같은 컴퓨터 게임의 똑같은 성능의 기계같은 유닛에 자신의 감정을 의인화한 당시 시청자들의 회고도 있었다. 운명의 두루마리에 모든 것이 다 써 있지 않다는 만화 작가 출신다운 복선을 밑밥 깔던 엄재경은 역시나 운명은 인간이 바꿀 수 있다며 마무리한다. 저 당시의 상황이 상황이었던 만큼 김태형의 편파적인 해설은 비판이 아니라 명언으로 남았다.

게임 스토리의 굴레를 벗어나 현실에서 극복한 허영무는 그 이후 5경기에서 이미 역전극으로 멘탈이 흔들린 김명운에게 앞서 4경기처럼 초반에 불리한 상황이었으나 그 경기보다도 소극적으로 나온 김명운의 플레이를 자신의 운영으로 후반에 승리를 거뒀다.
 
게임계를 떠나고 부모님의 가업을 물려받겠다고 sns에 남긴 허영무 전 프로게이머
이후 결승에서 이영호를 꺾고 올라온 동향 출신 정명훈에게 3:1로 승리하면서 마지막 리그 우승과 개인의 2연속 우승으로 마무리한다. 우승 이후 스타크래프트2에서 기량을 올리다가 소속팀의 연봉 협상 갈등으로 은퇴 후 인터넷 방송을 잠시 했다가 업계를 떠난 후 현재는 가업인 볼트공장을 물려받아서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갔다. 최근에는 전 프로게이머 동료나 e스포츠 관계자와의 인터뷰에 간혹 출연하여 근황과 과거에 대한 회상을 할 뿐이다.

그렇게 마지막 2시즌 연속으로 마지막 프로토스 유저 최후의 1인으로 남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병력으로 스토리와 다른 결말을 낳았던 허영무 본인은 결국 부산으로 돌아갔다.

명절에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실향민과 후손들

아이러니하게도 부산에는 6.25 전쟁 임시수도와 맞물려 실향민과 2세, 3세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 중에 하나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부산시장 후보로 나왔던 오거돈은 오도민신문(이북5도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산에 약 77만8000여명의 이북실향민 가족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산 인구를 보통 350만 명이라고 하니 무시할 수 없는 수치이다.
 
영화 <국제시장>에 나오는 흥남철수 장면, 현봉학 박사가 알몬드 소장에게 부탁하는 상황이다. 영화와 달리 실제로 이 배는 부산이 아닌 거제도에 도착했다. 참고로 이 영화에서 현봉학 박사를 연기한 사람은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의 아들인 배우 고윤(본명 : 김종민)이다.
 대한민국에 상영된 영화 중 역대 4번째로 최다 관객 수를 기록한 영화 <국제시장>에도 주인공이 흥남 철수 이후 부산에서 가족을 이루는 것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에서 피난민들을 태워달라고 미군 제10군단장 알몬드 소장을 설득하는 현봉학 박사의 모습이 영화 초반 주요장면으로 나온다.

<해신>으로 주가가 오르던 당시 아침드라마 <TV소설 바람꽃>에 특별출연할 당시 송일국. 해당 장면은 계획 도중 매제의 밀고로 인민군이 집 앞에 들이닥쳐 끌려가기 전의 장면
 문제는 6.25 전쟁으로 인한 피난민을 실향민 전체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은데 해방 이후 미군정기와 건국 직전까지 월남한 사람들에 대한 조명은 보기가 드문 상황이다. 기껏해야 2005년도 KBS 아침드라마 <TV소설 바람꽃>에서 <해신>에서 주조연을 맡아 유명해지기 시작한 배우 송일국이 당시 PD와의 인연으로 특별출연한 경우뿐이다.

 6.25 전쟁 이후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 개성제분공장이라는 이름의 공장을 운영하던 사장(김석옥 역)이 자신을 비롯한 가족과 재산을 탈출시키고 돈에 눈 멀어 인민군에 팔아넘긴 자기 남편때문에 인민군에 끌려간 오라버니를 회상했을 때 그 역할로 출연했다.
 
<해신>으로 주가가 오르던 당시 아침드라마 에 특별출연할 당시 송일국. 해당 장면은 계획 도중 매제의 밀고로 인민군이 집 앞에 들이닥쳐 끌려가기 전의 장면.
필자도 당시 등교하기 전 잠깐 보다가 어디서 많이 봤던 사람인데 하며 뒷부분은 못보고 학교에 갔다가 저녁에 재방송 드라마 전용 케이블 채널에서 풀영상으로 봤던 기억이 있다. 현재는 KBS 홈페이지가 서버 비용 등의 이유때문인지 작년부터 화제의 드라마 일부를 제외하고는 VOD를 비롯 홈페이지를 폐쇄하여 보기 힘들다.

얼마 전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모친이 별세하자 우 의원은 자신의 sns에 황해도에 거주하는 누나들의 이름을 올리며 모친의 사망을 알리는 글을 남겼다. 이 글은 동료의원 윤미향 의원의 공유 덕에 다른 의미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우원식 의원도 실향민 후손인 것이다.

인터넷 백과사전에서 실향민을 검색한 적이 있었는데 실향민 당사자들은 연세가 많아 세대 차이도 나서 모르는 사람도 있고 사망자도 많은 반면에 소름돋은 것은 실향민 후손들 명단이었다. 정치성향 좌우를 막론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그들을 보며 한국판 그림자 정부나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언급한 딥스테이트라는 음모론의 한국 버전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만큼 실향민 그들에게는 비극적인 역사였지만 남쪽에 살던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기반을 만들었다는 반증이다. 북한에서 소련군과 김일성 세력을 통해 공산주의의 모순을 느낀 실향민들은 누구처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너무 어려운 상황에서 생길 수밖에 없던 비장함을 갖고 또 누구처럼 기적을 일궈내는 데 기여했다.

혹여 이 글의 실향민이 주제라서 유독 실향민만 띄워주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해방 정국 당시 반공 사건들을 보면 90% 이상이 이북 지역에서 일어났다. 그 당시 대구는 조선의 모스크바라고 불릴 만큼 추석인 오늘이 공교롭게도 대구 폭동이 일어난 지 74주년이 된 날이다.

1945년 9월 16일 해주 공산당 지부를 무장해제 시켰던 해주반공의거사건을 시작으로 같은 해 11월 7일 소련군에 저항을 시작한 함흥반공학생의거, 16일 용암포반공시민시위 그리고 23일 신의주학생의거는 반공 및 반소 투쟁의 절정이었다. 이북에서 벌어졌던 반공 의거는 당시 북한 땅이었던 양양에서 벌어진 1947년까지 이어졌다.

 예루살렘의 환난 뺨치는 서북의 환난

황해도는 본래 경기해의 서쪽 지역에 위치한다고 하여 해서, 평안도는 고려 공민왕 이후 역사책에 등장한 철령관의 서쪽을 뜻하는 관서, 철령관의 북쪽인 관북은 함경도를 뜻한다. 이들을 묶어서 서북지역이라고 하여 실향민 청년들이 월남하여 반공타도를 위해 만든 단체가 바로 그 유명한 서북청년단이다.

앞서 대구가 조선의 모스크바였던 시절 평양은 오래 전에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렸을 정도로 동아시아에서 가장 기독교가 번성했던 지역이다. 6.25 이전 실향민들의 대다수는 크리스찬이었다. 현재 대한민국보다 당시 남한 땅에 기독교세는 별로 강하지 않았는데 생존을 위해 목숨 걸고 내려온 그들의 필사적인 포교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이에 걸맞게 기독교인들 최고의 책이라는 성경에는 비슷한 예시가 신약성서 누가복음에 나온다. 누가복음 21장 20절부터 24절까지 예루살렘의 환난과 인자의 오심이라는 소주제의 성경 구절에 속한 일부 내용은 이렇다.

너희가 예루살렘이 군대들에게 에워싸이는 것을 보거든 그 멸망이 가까운 줄을 알라. 그 때에 유대에 있는 자들은 산으로 도망갈 것이며 성내에 있는 자들은 나갈 것이며 촌에 있는 자들은 그리로 들어가지 말지어다.

이 날들은 기록된 모든 것을 이루는 징벌의 날이니라. 그 날에는 아이 밴 자들과 젖먹이는 자들에게 화가 있으리니 이는 땅에 큰 환난과 이 백성에게 진노가 있겠음이로다. 그들이 칼날에 죽임을 당하며 모든 이방에 사로잡혀 가겠고 예루살렘은 이방인의 때가 차기까지 이방인들에게 밟히리라.

 AD 67년 이스라엘의 유대인들 그 중에서도 열심당원(zealot)들은 자치권을 부여했던 로마에 무모한 반란을 일으킨다. 열심당원을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과격주의자들로 구 통진당 세력이나 현재 태극기부대들로 판단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결국 이듬해 AD 68년 여름에 예루살렘을 포위했다. 그런데 로마 본국에 네로 황제의 죽음으로 신황제 즉위를 맞기 위해 철수하여 1년 반 동안 1차 유대-로마 전쟁은 중단된다. 당시 예수의 말을 기억했던 제자들은 군대들에게 에워싸이는 것을 본 후 멸망을 피하기 위해 탈출하여 목숨을 구했다.

 그러나 다수의 유대인들은 로마군에게 110만 명이 학살을 당하고 10만 명 가까이가 포로가 되었는데 성 내부에서 화친을 하자는 유화론자들을 암살하거나 결사항전의 의지를 다지겠다며 식량을 불태워서 성 내부 사람들이 굶어죽거나 도망치려는 자들을 십자가형에 못 박게 하는 등의 추태도 있었다. 그 치욕 이후 오늘날까지 그들에게 남은 것은 통곡의 벽과 마사다 요새 뿐이다.

해방 이후 구한말부터 동방의 예루살렘이라 불릴 정도로 기독교가 번성했던 평양과 그 주변 서북 지방에는 소련 군대가 에워쌌다. 실향민 후손들에게 얘기를 들어보면 김일성의 휘하 부대는 해방정국 초기부터 북한 전체를 통제할 힘이 없었고 소련군이 북한에 진주했던 것이다.
 
故 한경직 영락교회 목사.
함흥이나 신의주의 학생의거가 반소반공인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월남교인 중에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한경직 목사이다. 그는 기독교사회민주당을 만들었으나 이 정당은 이북 지역에서 공산당과 잦은 갈등을 겪는다.

그러다 1945년 10월 “공산당이 사회민주당 대표들을 체포한다.”는 급보를 듣고서 그 자리에서 얼른 트럭에 올라타고, 영락교회 대학생회 회장이었던 김치선의 인도에 따라 윤하영 목사를 모시고 신의주 바깥으로 탈출했다. 보린원(어린이 보육원)에는 가보지도 못했고 아내에게도 알리지 못한 채 선천, 평양을 거쳐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금천에서 걸어서 38선을 넘었고, 개성 근처에서 미군 지프차를 얻어 타고 서울로 왔다.

한경직 목사는 기독교와 공산당이 양립할 수 없다고 가장 먼저 생각한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그래서 신의주학생의거에 큰 영향을 주었던 사람임에도 의거가 발생하기 한 달 전에 월남을 했던 것이다.

한경직 목사가 자신의 오산학교 시절 은사였던 고당 조만식도 끝끝내 월남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과단성을 보였던 것은 무엇일까? 비 기독교 신자한테는 더욱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영어에 능통해 통역관도 했었고 미국에서도 생활했던 한경직 목사가 비겁하게 도망갈 것이었다면 당시 38선과 가까운 서울이 아니라 미국 본토로 망명하지 않았을까?

조선의 간디라고 불렸던 고당 조만식은 독실한 크리스찬이었음에도 예루살렘의 로마 군대처럼 이북 지역에 주둔한 소련 군대를 보고도 재앙이 다가와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 피신해야했음을 왜 몰랐던 것일까?

네로 황제 사망 이후 철수한 1년 6개월의 예루살렘의 귀한 시간처럼 46년도 11월 3일 주일 총선거 이후 대다수의 이북 기독교인들이 북한에서 살 수 없다고 생각하고 본격적인 월남이 시작되어 1948년 1월 30일에 유엔한국임시위원단에 월남한 이유에 대해서 교회박해와 사상의 다름을 넘어서 사상 탄압으로 공생이 불가능하다고 공개발언을 했을 때까지의 시간이었다.

고향을 버리지 못한 남은 대다수 수천만 명의 북한 주민들은 70년 동안 고생하며 살고 있고, 종교적 이유든 사상적 이유든 현실을 직시한 실향민들은 단지 기독교라는 것을 배제하더라도 열심히 살면 지금보다 나은 무언가를 이룬다는 것을 입이 아닌 몸으로 실천하였다.

고향을 잃은 그들은 고향보다 살기 좋은 곳을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고 예루살렘에 돌아온 유대인들처럼 그들도 언젠가 고향을 자유롭게 드나들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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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환  gogodun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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