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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 생존자의 패러독스(?)
최성환 | 승인 2020.08.15 20:51

2003년 8월 15일 마이큐브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임요환 선수와 도진광 선수의 경기로 온게임넷 방송국에서 주관한 스타크래프트 리그 16강 조별 풀리그 경기였다. 경기 맵은 패러독스
언더독이 패러독스에 빠지면 언더도그마가 된다.

[최성환 빅픽쳐 대표]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오늘 광복절에 학교는 이미 여름방학이고 입시학원도 휴일이라서 종일 TV를 보며 놀았다. 채널을 돌리다가 마침 게임채널인 온게임넷에서 스타리그를 일찍 생중계했다. 그날도 하필이면 e스포츠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임요환의 경기라 리모콘을 내려놓고 시청했다.

 사실 이 당시 임요환은 첫 번째 전성기가 지나고 슬럼프가 찾아온 시기였다. 조별리그에서도 이미 1패를 기록한 상황이었다. 반면에 도진광은 경기력이 이 시기에 슬슬 빛을 보던 시기였다. 흔히 말하는 클라스는 임요환이지만 그 시기 폼은 장담하지 못했던 것이다.
 
2003년 마이큐브배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경기에 사용되었던 섬맵 패러독스의 화면, 원래 패러독스의 마지막 x는 한 글자인데 맵 제작자가 ‘xx’를 멋내기용으로 추가했다.
게임 맵은 이름은 패러독스였다. 보통 대다수의 육지가 연결된 맵들과 달리 지상군은 수송선으로만 이동할 수 있는 섬맵으로 제공권 장악과 대공 능력이 좋은 유닛들이 선호되는 맵이었다. 패러독스는 말그대로 역설, 모순을 뜻하는데 맵의 컨셉에 반영되었다.

우선 보통 다른 맵들과 달리 본진에 자원은 2배나 많다. 그래서 부유한 맵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주변 멀티 지역 숫자는 총 4개에 불과하다. 그래서 보통 50분 넘어가면 맵 전체의 자원이 고갈되는데 반해 이 맵은 상대방의 견제로 지연만 되지 않는다면 30~40분 만에 전체 맵의 자원이 고갈될 수 있다. 그래서 가장 부유하면서 가장 가난한 맵이라는 역설적 컨셉이었다.

또 스타크래프트는 자원을 채취해서 병력을 뽑고 상대의 전체 건물을 제거하거나 상대방이 전세 역전이 힘들어서 플레이어 스스로가 포기하고 나가도록 전쟁에서 이기는 게임이었다. 그런데 이 맵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중앙에 당장 채취할 자원도 없는 대륙이었다.

본진과는 화산재를 경계로 거리가 있지만 5시와 11시에 장기전의 교두보가 되는 저 멀티들과는 언덕으로 붙어있었다. 육지로는 갈 수 없는데 이를 반섬맵이라고 불렀다. 수송선 없이 들어갈 수 없지만 붙어있기에 사거리가 긴 원거리 유닛들로 어느 정도 공격이 가능했다. 그래서 섬맵인데 반섬맵처럼 경기를 해야 되는 모순된 상황이 또 하나의 컨셉이었다.

경기 시간이 33분이었는데 30분까지 진행되는 동안 해설자들이 그만 포기하라고 얘기할 정도로 암울한 상황에서 이전부터 값싼 유닛으로 상대의 비싼 유닛과 업그레이드 개발을 통해 맞바꾸는 등의 효율성을 극대화하자 31분에 상대 도진광의 추가 자원 채취를 저지하여 해설자들 입에서 경우의 수를 내뱉게 하는 가능성을 보이더니 끝나기 40초 전이 되어서야 전세가 역전되었다는 것을 중계진들도 인정했다.

기적같은 역전승을 이뤄냈던 패러독스 맵에서의 경기는 임요환하면 가장 떠오르는 경기이자 스타리그 최고의 명경기에 늘 오르내리곤 했다.

당시 유튜브가 없던 시절 동영상 다시보기를 하려면 홈페이지에 직접 접속하여 시청했는데 경기의 화제성도 화제성이니 만큼 VOD 조회수도 역대 1위를 차지했다. 이 사건을 e스포츠 팬들은 훗날 8.15 대첩이라고 불렀다.

경기 결과도 맵 이름에 충실했다. 총 점수로 따지면 ‘gg’를 치며 패배를 선언한 도진광의 총 합산 점수는 승자인 임요환 선수보다 1만 점 이상이나 높았다. 자원도 더 많이 채취했고 소비도 더 많이 했고 본진에 게임을 끝낼 수 있는 병력들이 있었지만 비싼 유닛을 너무 쉽게 소비하여 자원이 남지도 않았고 수송선들이 죄다 격추되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전용준 캐스터는 이렇게 말한다. "점수에서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판정이 아니라 K.O로 이겼거든요!“ 모든 데이터에서 앞섰는데 맵의 특성에 의해 승패가 바뀐 것이었다.

임요환은 이 경기 이후 2년 뒤까지 개인리그에서 두 번이나 결승전까지 진출하며 재전성기를 맞는 등 오랫동안 활동했으며 반면에 도진광은 아폴로 눈병 때문에 눈물 투혼까지 발휘했지만 이 경기에서 패배하여 다시 경기력이 올라가지 못했다.

 천안함 폭침과 세월호 침몰 이후의 상관관계
 
며칠 전에 SNS에서 이 행사 포스터를 봤다. 광복절에 천안함생존자 예비역회장인 전준영 씨가 책을 냈던 ‘살아남은 자의 눈물’이라는 제목의 북콘서트 홍보 포스터였다. 패널들이나 밑에 촬영한다는 유튜버들 중에 거의 다 TV나 신문같은 매체들로만 접한 사람들이었다.

사회까지 겸하는 유튜버 캡틴 김상호라는 분은 3사관학교 출신으로 유튜브에서 육사 출신에 대한 안좋은 감정도 털어놓았던 것으로 안다. 이 분 덕분에 3사관학교 역사에 대해 조금이나마 배웠다.

유튜브 '대한민국 청아대'는 곽준엽 대표가 운영하는데 정치활동하기 전에 대학교 동아리 시절 JTBC <마녀사냥>에 나온 성균관대 동아리에서 만든 미니 그린 라이트가 방송에 나왔을 때 동아리 회장을 했던 것으로 안다.

방송도 여러 차례 나왔고 태극기 집회에서 사회도 고정으로 봤었는데 그가 소개했던 사람 중에는 얼마 전까지 화제가 된 5.18 망언을 한 지만원 박사도 있는 등 유명하다.
 
2018년 3월 29일에 TV조선 뉴스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울먹이며 인터뷰하는 전준영 천안함 생존자
우선 필자는 전준영 씨의 활동에 대해 진정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알게 된 것은 사진에서처럼 TV조선에 출연하여 천안함 관련 음모론에 괴로워하며 울먹이는 인터뷰를 할 때였다. 그렇지만 확인을 해보니 오래 전부터 꾸준했던 것이었다.

 전준영 회장이 천안함으로 수익을 많이 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수익을 내서 생존해서 꿋꿋하고 떳떳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인다면 앞으로도 그 보다 현재 병역에 복무하는 사람들도 큰 힘을 얻을 것이다.

필자도 천안함 폭침 당시 병역 복무를 했었다. 피해는 외박 밀린 정도였다. 그 당시 부대에서 천안함 폭침을 조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북한의 소행이라고 보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혼자서 후임들한테 ‘야, 저건 북한이 쏘고 간 거다.’라고 했더니 필자를 무슨 음모론자라면서 믿지도 않고 어떤 후임을 또 경찰청 쪽에 인맥이 있어서 자체사고일 것이라는 소리까지 했는데 지금 들으면 매우 경악할 일이다.

문제는 왜 굳이 광복절에 천안함 관련 행사를 해야 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책을 지난 7월 10일에 냈는데 천안함이 북한에게 당했으니 그 사이에 역시 북한과 종전 선언일인 7월 27일을 전후해서 행사를 하면 이해를 하겠다.

하지만 광복절은 북한한테 독립한 것이 아니라 일본한테 독립한 것이며 솔직히 독립 과정에서 임시 정부 군대가 활약을 하지도 못했고 순전히 승전국들의 도움으로 일본한테서 독립한 것이 아닌가?

이런 식이라면 제헌절이나 개천절은 물론이고 또한 쉬는 날인 한글날이나 크리스마스에도 하면 된다는 논리 아닌가? 천안함 행사는 천안함 폭침을 당했던 날에 해도 되며 호국보훈의 달인 6월에 현충일 등에 기념해도 충분하다. 1년 내내 아무 때나 할 수 없지 않은가?

이렇게 말하면 매정하고 피도 눈물도 없고 역지사지도 모르는 백정으로 필자가 매도당할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천안함 폭침은 파출소 경찰이 순찰하다가 동네 깡패한테 기습당해 칼에 맞아서 병원에 실려나간 것이다. 북한한테 일방적으로 얻어터진 것이다.

한 번은 참 안타깝고 동정심 가득하지만 그런 일을 자꾸 정시성이 없이 잊지 말아달라며 눈물 등의 감성적 단어를 집어넣으면 도리어 반감을 산다. 학교다닐 때도 맞고 온 얘기나 지고 온 얘기를 주변에 자꾸 떠들면 누가 좋아할 것인가?

물어보지도 않고 궁금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자꾸한다는 것은 안하느니 못한 짓이다. 그럼 결국 잊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철저히 잊혀져서 자신의 기억이 사회에 격리당하는 패러독스, 즉 역설적인 상황이라는 함정에 빠질 것이다.

위에서 임요환 얘기를 했지만 임요환 경기하면 뭐가 생각나냐고 질문했을 때 앞서 말한 도진광과의 패러독스 역전승이나 홍진호를 상대로 우승을 들어올리는 등의 이긴 경기들을 회상하지 지는 경기를 회상한 사람들은 거의 없다.

임진왜란하면 보통 누가 먼저 생각난다고 말할까? 가장 많은 사람이 이순신일 것이고 권율이나 곽재우도 종종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순신을 왜 떠올리냐고 물으면 한산도 대첩이나 명량 대첩 그리고 노량 대첩을 많이들 언급하지 성과가 적었던 장문포 해전을 언급할 사람이 대한민국에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권율을 언급한 사람한테도 이유를 물으면 열에 열 가까이가 행주대첩을 언급하지 전란 초반에 용인전투에서의 패배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임진왜란에서 진 전쟁도 많은데 거의 잊힌다. 부산 동래에서 첫 전투가 벌어질 때 막다가 전사한 동래 부사 송상현이나 당시 최고의 용장 중 하나였던 신립이 새재를 버리고 탄현에서 배수진치다가 패배하고 자결한 것이나 일본 본토에서 새로 파병한 10만 대군을 5800명으로 일주일동안 버티다가 전멸한 2차 진주성 전투를 누가 기억하는가?

전준영 씨 현재 거주지가 대전으로 알고 있다. 그러면 대전에 대표적 야구팀인 한화 이글스가 있다. 10대를 제외하고 한화 이글스 팬한테 한화 응원하면서 가장 생각날 때가 언제냐고 물으면 1999년도 한국시리즈 우승이나 2006년도 류현진 신인 시절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한 것을 꼽을 것이다. 몇 년 전에 하위권에 머무는 것을 누가 기억하겠나?

2002년 월드컵도 그렇다. 사람들한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물으면 이탈리아전, 스페인전 등이 많다. 중요도로 따지면 4강전인 독일전이나 3, 4위전인 터키전도 있는데 진 경기라서 기억에 남는다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WBC 때도 예선에서 일본을 이겼던 경기들만 생각나지 정작 1회 대회 준결승, 2회 대회 결승 등은 진 경기라서 생각난다고 하지 않는다.

바로 지금 천안함이 그런 현실이다. 일방적 폭행당한 것을 이겼다고 포장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제2차세계대전 때 프랑스 덩케르크의 기적과 천안함 생존을 동일선상에 놓을 수도 없다. 천안함 폭침으로 보복을 해서 확전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덩케르크의 기적은 전쟁 도중에 벌어졌고 나치에 의해 떼죽음당할 위기에서 기적적으로 구출된 병사들에 의해 영국이 용기를 얻게 되었다. 배가 무너진 것을 제외하고는 비교 자체가 안 되는 일이다.

냉철을 중시한다는 보수우파가 세월호 침몰의 감성팔이나 정치적 이용을 비판하는데 천안함 폭침을 가지고 감성팔이나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았음에도 단지 과한 홍보를 했다가 되려 반대 세력을 뛰어넘어 중도층에게 마저 너네도 정치적으로 천안함을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며 매도당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천안함 폭침이 터졌던 2010년도 얼마 뒤 지방선거가 벌어졌지만 중도층의 표심은 천안함 폭침으로 북풍에 이득을 볼 것이라는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등의 보수정당들을 외면했다. 그 선거 이후 서울에서는 전체 득표율에서 민주당을 이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반대로 세월호도 그렇다. 세월호 침몰을 정부의 대처 무능으로 몰아서 레임덕을 노렸지만 되려 보수정당이었던 새누리당은 비박 성향인 김무성 당대표 체제에서 세월호 사태에 대한 피곤함을 통해 보궐선거 등에서 내리 승리하였다.

그래서 필자는 세월호 침몰 관련해서는 1년 내내 이해당사자들이나 추모사업 관련 인사들이 지나치게 쏟아내주길 바라고 천안함 폭침 관련해서는 기념일같은 행사에만 철저하게 진행하는 것이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천안함 생존자 분들이나 유족들이 순수한 안보교육의 목적으로 열정적으로 뛰어다니다가 자칫 대다수의 시민들에게 더욱 거리감을 들게 하거나 나약한 모습, 언더독같은 약자 모습만 보여주다가 언더도그마를 맞는 등 영웅적인 일을 하고도 진상처럼 비난받는 패러독스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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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환  gogodun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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