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후보가 20일 서울 여의도 MBC에서 열린 선관위 주최 TV 토론회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사진@ytn방송화면캡처

선거전이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초방빙의 양상을 보이자 가시 돋친 설전과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기 싸움이 펼쳐졌다.

박 후보는 "한나라당의 흑색선전 인신공격으로 큰 고통을 받고, 우리나라 정치수준이 이것밖에 안되나 절망감을 느꼈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나 후보는 "선거 때마다 누군가는 끊임없이 변화를 새롭게 포장해 유권자를 유혹한다"며 박 후보를 겨냥했다.

박 후보가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논란을 거론하며 "어마어마한 불법, 편법을 저질렀다"며 "대통령과 영부인, 아들은 부동산실명제를 위반하고 국고 유용해도 되는지 말해달라"고 물었다.

나 후보는 아름다운재단의 편법적인 후원금 문제로 맞불을 놓으면서"법적 문제점이 있다면 당연히 밝혀져야 한다"고 대답한 뒤 "박 후보가 한 손에는 칼을 들고 한 손에는 후원금을 받지 않았느냐. 특권과 반칙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아름다운재단의 대기업 후원금 모금문제를 따졌다.

이에 박 후보는 "아름다운재단의 웹사이트에는 들어가 봤느냐. 저는 나 후보에 대한 개인적인 얘기를 안했다"고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나 후보는 "정책토론인 줄 알았는데 내곡동 사저를 먼저 말하기에 말한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박 후보는 이어 "나 후보 부친과 나 후보가 이사로 있는 학교의 행정실장이 회계장부를 소각했는데 이는 큰 문제다. 나 후보도 이걸 모를 리 없을 것"이라고 문제삼았다.
나 후보는 "아버님 학교와 관련해 네거티브가 너무 심해 아버님께 송구스럽다. 그 당시에는 장부 보관하는게 법으로 돼 있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 서울시장후보 TV토론에서 가시 돋친 설전과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기 싸움이 펼쳐졌다.사진@ytn화면캡처

박 후보는 "뉴타운 문제는 이명박, 오세훈 전임 시장이 벌인 전시성 사업"이라면서 "도시개발은 철학, 원칙이 중요한데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가 중요하고 시민과 개발업자 중 과연 누구의 이익인지 선택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강르네상스는 대표적 토건사업의 전시 행정으로 많은 것이 낭비됐다. 등록금, 급식, 어르신 복지에 들어갈 게 전부 전시행정이 들어갔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나 후보는 "전임 시장의 일을 부정했는데 무조건 매도하기보다 긍정적인 것을 발전시켜야 한다"며 “얼마전 박 후보가 방문한 남산은 서울시민이 즐겨찾는 공원인데 그것도 또한 토건사업이다”라며 일갈하자 박 후보는 “ 토건사업이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고 선별해서 하겠다”고 한 발 뺏다.

주택정책에 대해서도 박 후보가 "나 후보는 재건축 연한을 20년으로 완화하겠다고 했는데 이건 제2의 뉴타운으로 이어진다. 부동산 카드로 표를 얻는 시대는 지났다"고 몰아붙이자 나 후보는 "박 후보가 공공임대주택을 2년 반 동안 8만가구 짓겠다는 것이야말로 포퓰리즘 공약 아닌가"라고 따졌다.

박 후보는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은 소수 1% 특권세력 안에 있어서 서울시민의 절박함을 모른다"고 비판하면서 "정부가 노령연금을 동결했는데 정말 개념이 없는 정부"라는 거칠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나 후보는 "무상의 빗장을 한 번 열면 닫을 수 없고 아이들 세대에 빚이 되고 만다"며 "말로는 장밋빛, 실질적으로 무상 공약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부담이 될지 꼼꼼히 생각해보라"고 반박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문제에 나 후보는 "야권의 주장이 제각각인데 공동정부가 구성되면 과연 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느냐"며 “박 후보는 한미FTA를 찬성합니까 반대합니까” 간단명료하게 질문을 하자 박 후보는 머뭇거리며 확답을 피했다.

이에 횡설수설하는 박 후보를 향해 나 후보는 재차 “찬성합니까 반대합니까 아니면 아직 검토를 못한 것이냐”고 묻자 박 후보는 제대로 답변을 못하고 넘어갔다.

박 후보는 "야권과 시민사회가 함께 하는 것은 전무후무하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으로 뭉쳤다"고 답하자 나 후보는 "단순히 반대만을 위해 뭉친 세력이 서울시장으로 제대로 일할지 의문"이라고 쏘아붙였다.

나 후보는 박 후보가 트위터에 `나 후보는 이미 시행중인 스쿨존 금연구역을 또 하겠다고 하는걸까요'라는 글을 올렸다고 문제삼은 뒤 박 후보가 "저도 내용은 자세히 모른다"고 답하자 "파악을 하시고 해야죠"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토론에서는 이슈도 중요하지만 그 이슈를 다루는 태도도 중요하다. 이번 토론도 박원순 후보는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한테 끌려 다니고 말았다.

단적인 예로“박 후보는 한미FTA를 찬성합니까 반대합니까”라는 나 후보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해 시청자들에게 핵심문제에는 소신없이 눈치만 보는 사람으로 인식되었다고 본다.

지지자들에게는 자기들의 의사를 강렬하게 대변 못하는 겁쟁이로 반대자들에게는 무능한 사람으로 비추어졌다고 본다.

박 후보는 내곡동 사저를 건드리며 반이명박 구도로 몰고 가다가 나 후보의 아름다운 재단의 투명성 문제에 역공을 당해 결국은 유야무야로 시청자들에게는 ‘다 똑 같은 놈’이란 인상을 주었다고 본다.

오히려 상대에게 설명할 시간을 주면서 그녀가 운동장을 넓게 활용하도록 도와주고 말았다.

토론할 때는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하는 식의 질의는 피해야 한다. 상대방이 피해 나갈 공간을 폭넓게 확보해 주는 꼴이 된다.

토론할 적에는 호불호를 명확히 하는 것이 좋다. Yes 와 No 를 유도하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래야 나의 반론도 대립각을 분명히 세울 수 있는 것이다.

선거 TV토론은 투표여부를 망설이는 잠재적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유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선거운동은 상대 후보에 대한 반대표를 모으는 과정이다. 상대방 정당과 후보가 싫어서 투표장으로 사람들이 나가도록 하는 것이 선거의 중요 부분이다.

옳고 그름을 분명히 함으로써 상대방의 잘못된 점에 통탄하며 내가 지지하는 후보를 꼭 찍어야 하겠다는 마음을 결정적으로 갖게 한다.

대중들이 듣고 싶어 하는 속 시원한 얘기를 들려주어야 만 지지도의 차원을 넘어 참여도의 단계로 이어진다.

이렇게 볼 때 TV 토론 막판 나 후보의 “박 후보는 한미FTA를 찬성합니까 반대합니까”라는 ‘Yes 와 No 를 유도하는 질문’은 시청자들에게 많은 인상을 주었다고 본다.
 

푸른한국닷컴, BLUEKOREADOT

김준일 기자  news1@bluekoreadot.com

<저작권자 © 푸른한국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