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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에 걸그룹 탈덕과 전향을 선언하다 문득...
최성환 | 승인 2020.04.04 00:03
전향은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순수해야 된다.
 
[최성환 빅픽쳐 대표] 올해의 만우절도 끝났다. 그날은 타인에게 거짓말을 하여 속이는 놀이를 벌이는 날이다. 필자는 이번 만우절이 오기 전에 sns에 만우절 관련 포스팅을 할 계획을 예전부터 세웠다. 혹시나 진지하게 믿을까봐 지인 중에 거짓말 장난에 가장 충격을 받으실 한 분에게만 만우절에 장난을 칠테니 놀라지말라며 전화 도중 미리 얘기를 해드렸다.
 
홍대입구역 부근에 있는 애프터눈 카페 안(사진 날짜는 지난 3월 21일)
그 거짓말이 뭐였냐면 국가나 회사의 운명같은 중대한 분야가 아니라 그저 취미생활 그것도 연예인을 좋아하여 소위 일본의 오타쿠를 어원으로 대한민국에서 변형되어 젊은 세대에서 널리 쓰이는 덕질이라는 것을 접는다는 선언이었다. 쉽게 풀어 기존에 좋아했던 연예인에 대한 팬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심지어는 다른 연예인을 좋아한다는 전향한다는 글이었다.
 
마침 그럴듯한 명분을 가져다 준 게 지난 3월 19일부터 22일까지 홍대 카페에서 그 팬들이 주최한 생일카페 행사였다. 울림엔터테인먼트 소속의 걸그룹 러블리즈 멤버인 Kei의 생일 축하기념으로 팬들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주최한 행사 사진이다.

실제로 Kei(본명 김지연)의 생일은 행사 중간에 있었던 3월 20일이다. 축하받을 당사자가 생일 당일 초저녁 즈음 카페에 마스크를 쓰고 들렸다는 글도 있었는데 증거 사진이 확인되지 않아서 사실 관계는 신뢰하지 않았다.
 
3월 20일에 해당 카페에 다녀오고 나서 처음에는 이걸 그대로 쓰다가는 기존에 일면식도 있을 정도로 얼굴도 아는 사람들끼리 이런 사소하고 짧은 생각으로 올린 포스팅에 인간관계가 깨질까봐 올리지 못했다.

사실은 각자의 팬들이 만든 카페는 어떤 면이 다를까라고 호기심을 풀기 위해 방문했었다. 그러나 그걸 올렸다가는 늘 그렇듯 세상은 화자나 작자의 의도와 다르게 돌아가는 일이 많으니 그냥 자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만우절이 떠올랐고 그런 포스팅을 했으며 전혀 무관심일 줄 알았는데 몇몇 지인에게 간단히 왔었다. 글을 너무 진지하게 썼고 비난이나 모욕이 전혀 없었기에 다수의 읽은 분들은 필자의 장난에 항의하는 식으로 따지듯이 대화하는 사람은 없었다. 카페에 다녀온 여러 장의 사진이 첨부된 포스팅의 내용은 이러했다.
 
#공천 #정당 #선거 #전향자 #선언 #탈덕 #전향 #아이즈원 #러블리즈 #아이돌 #팬 #탈퇴 #케이 #kei #생일카페 #생캎 #위즈원 #러블리너스 #izone #wizone #lovelyz #lovelinus
 
저는 금일로서 위즈원 탈덕을 선언합니다.
개인적 악감정이니 그런 거 전혀 없습니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제 취향이 바뀌었나봅니다.
가수 자체보다 노래. 특히 제 자신이 공감할만한 노래들에 꽂히더군요.
그래서 전향하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저는 이미 아이즈원이 밑에서 원탑찍은 것을 위즈원때부터 봐왔기에 더이상 여한이 없습니다.
다시 마이너 취향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요즘 제 일과 관련된 정치 분야에서는 모 정당에 전향자가 대세입니다.
인연없던 그들이 들어온지 얼마되지 않아서 공천도 쉽게 받더군요.
당사자들 얘기들어보면 사고체계가 바뀐 것 같지도 않은데 정당에 들어왔으니 전향자라고 합니다.
 
그들과 저의 전향 차이는 이렇습니다.
그들은 군소정당같은 비주류에 있다가 주류로 들어가며 전향을 선언한 것입니다.
반면에 저는 주류의 팬에서 비주류의 팬으로 그저 다른 욕심없이 취향 하나로 전향을 선언했습니다.
 
여러분 노여워마십시오.
오늘이 무슨 날입니까?
 
글을 보고 이해가 가지 않을 부분이 있을 것이다. 왜 해쉬태그에 연예인과 전혀 관련없는 공천이니 선거같은 정치 분야 관련 태그를 넣었냐는 의문이다.
 
사실 처음에는 필자가 위에서 말한 해당 관련 태그를 넣지 않았다. 그런데 전향이라는 태그를 넣으면서 글을 쓰다보니 글의 톤이 진지했고 그러다 비유할 것이 생각나서 먼저 전향과 관련된 필자의 생각을 적고 나서 보니 해쉬태그를 마지막으로 수정할 때 추가로 입력했다.
 
만우절에 사람들을 거짓말로 낚으려던 장난을 치다보니 의도치 않게 하나의 성찰을 하게 된 것일까?
 
필자가 그동안 복수의 기관에서 여러 칼럼을 썼지만 가장 많은 주제는 정치 분야였다. 장난이지만 필자가 전향하는 컨셉을 가지고 일을 저지르다가 아무래도 요즘 선거가 이슈인 상황에 공천을 받았던 전향자들이 연상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전향이 필자와 다른 점이 과연 분야만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안함 관련하여 현재 미래통합당에 송파병에 공천을 받은 김근식의 천안함 폭침에 의문을 제기하는 세미나에 패널로 참석한 모습
이번 선거 들어 후보자 중에 가장 많은 전향자가 눈에 띈다. 이렇게 많은 전향자 그것도 자칭 전향자이거나 아니면 전향을 안했는데 단지 反문재인, 反민주당이라는 이유로 전향의 유무에 상관없이 이전보다 비교적 쉽게 공천을 받아주는 경우가 많았다.

상대 진영의 텃밭에 출마하는 분들이야 그렇다고 쳐도 어느 정당의 확실한 텃밭도 아닌 곳에서 기존에 당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당협위원장을 경선없이 탈락시키고 단수공천으로 반대 진영에서 활동했던 사람을 버젓이 공천시키는 사태를 보니 얼마나 우스운가?

천안함 폭침 사태를 공작이라고 과거에 공개적으로 떠들었던 자가 보수정당으로 넘어와서 단수공천을 받는 게 과연 그 지역구에서 진정성이 느껴지는 일일까? 꼭 그 분께서는 현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을 해야된다는 것인가? 뱃지를 달지 않으면 반문과 정권 타도는 못하는가?
 
우리나라 역사에서 국회의원들이 정권타도에 결정적으로 앞장 선 사례는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부정선거가 벌어져도 결국 시민들이 쟁취했고, 혼란하고 불안한 민주정치의 시절에는 군인들이 목숨 걸고 헌법 파괴를 감수하며 저지른 일이었다. 오직 국회의원이 되어서 특정 인물, 특정 정당 타도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그럴듯하게 듣기 좋고 허울뿐인 소리인가?
 
다시 앞으로 돌아가자면 필자가 4월 1일 장난치려고 올렸던 글이지만 그걸 진짜로 믿었던 사람들한테도 다짜고짜 욕을 먹지 않은 이유는 겉으로는 진정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필자는 현재 동종업계에서 1인자의 위상을 가지고 있는 팬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곳. 쉽게 설명하자면 1군과 2군 사이의 수문장 정도의 인기와 화력을 가진 곳의 팬으로 스스로 내려간다고 밝힌 것이다. 그리고 전에 있던 곳을 욕하지 않았다. 이게 사실이라고 믿은 사람들이 거칠게 질문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몇몇 자칭 전향자들은 어떤가? 그 진영에서 적응하지 못하여 넘어와서 공천을 받았는데 그들의 글이나 사고를 들어보면 과연 전향을 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 안나왔지만 전향자로 유명한 북한까지 갔다 온 그 분도 포함해서 말이다.
 
그냥 현 정권과 현재의 북한 체제가 싫은 것이지 그들은 자신들이 가져왔던 과거의 행적에 대해 잘못되었거나 끊임없이 자기 비판을 못하지 않는가? 그들 사회에 있던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들이 왜 그들 사회나 그들과 비슷한 이념의 국가인 북한에서 벌어지는 자아 비판을 왜 여기 넘어와서는 못하는지 모르겠다. 전향도 어떤 것은 아니고, 어떤 것은 맞고의 뷔페식인가 보다.
 
그 세계에서 밀려났다는 개인적 원한을 풀기 위해, 보수우파 사람들이 자기들보다 이념 서적을 평균적으로 덜 읽은 것 같으니 쉽게 생각하여 한 몫을 챙기기 위해, 그것은 전향이 아니라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진 직전에 잠복한 것 같은 자기 사고체계를 잠시 숨긴 것이다.
 
보수를 표방하는 정당에 넘어와서 보수라는 단어를 못 쓰고 자유라는 단어를 쓰고 보수라는 단어를 부끄러워하며 개헌을 외치고 제도를 뜯어 고쳐야만 사회가 바뀐다는 유물론을 버리지 못하는 자들은 이쪽 세계에 주류가 될 생각을 접고 전향 안해도 좋으니 이방인으로 살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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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환  gogodun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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