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경원 후보 선거지원에 나선 박근혜 전 대표.@푸른한국닷컴

[정해중 리얼콘 칼럼니스트]

삼국지 최고의 캐릭터 중 한 사람인 촉의 명장 관우를 생포한 장수는 오나라의 여몽이다.

여몽은 대도독이었던 주유가 사망하자 군의 실세로 급부상 하더니,한 수 위로 예측되던 관우를 방심케 하는 간계를 이용해 관우를 생포하고, 그의 수급까지 베 위세를 떨친 인물이다.

더욱이 생전 주유가 주군 손권의 누이동생을 삼촌뻘인 유비에게 시집보내면서까지 얻고자 했던 형주(荊州)를 동시에 획득해 여몽의 활약은 촉에게는 쇠퇴의 서막이됐고, 오에게는 국력을 몇 배 더 증강시켜주는 도화선이 됐다.

비록, 관우의 사망으로 독이 오를대로 오른 유비가 오를 정벌하기 위해 대군을 동원시킨 발단이 됐으나, 이릉전투에서 승리하여 형주는 그대로 오에게 예속돼 촉과 오가 연합해야 가까스로 상대할 수 있었던 위나라의 공세를 차단하는 완충지대 역할로 훌륭히 이용됐다.

이 모두가 하루에 천리를 간다는 적토마와 그 무게만도 81근이였다는 청룡언월도로 대표되는 당대 최고의 명장 관우를 제압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헌데 재미난 사실은 난공불락 마냥 오에게는 골치 덩어리 그 자체였던 관우를 간계로 제거한 여몽도 실은, 무(武)에는 능통하나 문(文)은 형편없던 단순무식형 장수였단 점이다.

머리에 든 것이 오죽 빈약했으면'오하아몽(吳下阿夢)' 즉, 학식이 짧고 학문에 전진이 더딘 이를 여몽에 빗댄 속담이 존재할 정도였다.

이를 안타깝게 여기던 죽마고우 노숙은 그에게 병법과 학문 정진을 주문했고, 몇 년이 지난 후 그의 놀라운 학업성취에 감탄해 마지않으며,"사람은 삼일을 보지 않으면 얼마나 달라졌는지 눈을 크게 뜨고 봐야한다" (士別三日卽更刮目相對) 며, 괄목상대라는 말로 그를 극찬할 정도였다.

그는 예전에 단순 무식했던 무장이 아닌 문무를 겸비한 명장의 반열로 시나브로 다가가고 있었다.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선거의 여왕'이라는 닉네임 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서울에서 대구와 부산으로 종횡무진 활약하는 모습을 보노라니,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나경원 후보의 당선을 갈망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은 한결같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요새만 같아라"라는 생각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박근혜가 이명박 정권 출범이후 보여준 반정부 행보는 한 두 가지가 아니었고, 아둔한 미생지신 고사를 신뢰의 화신처럼 곡해한 일부터, 대통령의 가족 단합을 ‘’강도돌변론‘으로 받아친 일까지, 그 셀 수 없는 반정부 발언과 행태는 큰 실망을 준 것이 사실이다.

이제사 생각해도 미디어법 처리를 두고 여야가 대치할 당시 야권의 편을 드는 듯한 그의 처신은 실망을 넘어 분노와 절망을 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이 모두가 지난 일이고 자신의 계파 의원도 아닌 '이파 나경원' 선거전에 뛰어들어 비지땀을 흘리는 박근혜에게 딴지를걸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다만, 박근혜가 지난 3년 8개월 여간 자당출신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정부를 향한 기절초풍할 발언과 술수는 잊어선 곤란하며, 지금의 유세로 백 프로 만회할 수 없는 일이란 점도 상기하자는 뜻이다.

그녀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 무슨 궤변이냐? 반문할 수 있겠지만, 쇠고기 난동시위 두둔, 미디어법 반대, 수도분할법 찬성 등. 그녀의 ‘반정부 행태’는 어떠한 식으로든 해명이 뒤따라야 납득이라는 화답도 줄 수 있는 사안이라는 소리다.

또, 그래야 박근혜의 대권행보도 탄력을 받을 것이기에 본인에게도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이다.

박근혜가 미생지신이라는 다소 아둔한 이의 고사를 신뢰와 신의를 지킨 일로 바득바득 우길 땐 한마디로 '난감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이번 나경원 후보 돕기에서 보듯 자신이 뭘 어떻게 해야 보수우파에게 더 큰 성원을 얻는지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 진일보한 그녀에게 실로 오랜만에 박수를 보낸다.

박근혜의 변신, 괄목상대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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