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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의석 확대, 이미 배부른 고양이에게 또 생선을 안겨주는 꼴
안호원 | 승인 2019.12.16 12:12
揚州之鶴(양주지학)'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많은 욕망을 다 채우고자 탐냄'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교수 겸 박사] 중국 남조 때 양(梁)나라 은운(殷芸)의 소설에 다음과 같은 고사가 나온다. 옛날, 여러 사람이 모여 각자의 소원을 이야기했다. 어떤 사람은 '양주자사(揚州刺史)'가 되고 싶다고 했고.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다. 또 어떤 이는 학(鶴)을 타고 하늘을 훨훨 날고 싶다고도 했다.

맨 마지막 사람은 "나는 말일세. 허리에 십만 관(貫)의 전대를 둘러차고, 학(鶴)을 타고서 양주(揚州)로 가서 자사(刺史)가 되고 싶네."(有客相從, 各言所志, 或願爲揚州刺史, 或願多패財, 或願騎鶴上昇, 其一人曰, 願腰纏十萬貫騎鶴上揚州, 欲兼三者.) 한마디로 양주 학(揚州鶴)이란 말은 '돈도 벌고, 학을 타고 양주로 날아가 양주자사가 되겠다.’는 것으로 좋은 것을 한꺼번에 다 누리겠다.'는 뜻이다.

지금 국회 교섭단체도 아닌 희귀한 군소정당의 4+1협의체가 군침을 흘리며, 사투(私鬪)를 벌리는 모습이 그렇게 보인다. 요즘 정치권 안팎에서 얘기되는 연동형비례대표제로 바뀌는 선거법을 놓고 여. 야가 심한 갈등을 보이는 등 국회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제1야당이자 교섭단체인 자유한국당을 제끼고, 민주당이 군소정당들과 협의체를 만들어 선거법을 개정하려고 했지만, 그나마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발단은 연동률 캡(cap. 상한선)이다. 연동률 캡은 비례대표 의석(50석)가운데 일부에만 50% 연동률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또다시 상한선을 둔 ‘준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50석에 50% 연동률을 전부 적용하지 말고, 절반인 25석만 적용하자는 것이다. 나머지 25석은 현행 비례대표 선출 방식인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나눠 갖는 ‘병립형’을 주장했다.

또 군소 정당이 요구하는 석패율제에 대해서는 절대수용불가라는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 주장대로 간다면 비례대표 50석 전체에 준영동형비례대표제를 적용 할 때보다 군소정당은 의석수가 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군소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단일한 목소리를 내던 일명 사이비(似而非)로 불리는 ‘4+1’에서 연동률 캡을 두고 파열음이 터진 건 왜일까.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이 조사한 자료를 보며 실제로 의석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조사에서 민주당은 40.0%, 한국당은 31.4%, 정의당은 7.0%, 바른미래당은 4.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지역구 의원 수는 20대 국회의원 당선자수를 기준으로 했다. 캡을 씌우지 않고 연동율 50%를 비례대표 50석 전체에 적용할 경우 정의당은 13석을 차지한다. 20대 총선(4석)과 비교해 무려 9석을 더 갖게 된다.

반면 민주당은 20석, 한국당은 14석, 바른미래당은 3석을 더 얻게 된다.그러나 캡을 씌울 경우는 거대 양당인 민주당. 한국당이 확보하는 비례의석은 늘어나는 반면 정의당이 확보하는 비례의석은 줄어든다. 총 비례 의석중 25석에 캡을 씌우면 민주당이 24석을 확보, 4석이 더 늘어나고 한국당도 5석이 증가된다.

그러나 정의당은 비례의석이 9석이나 줄어 4석만 확보하게 된다. 바른미래당은 캡을 씌우나 안 씌우나 3석으로 똑같다. 그러니 군소정당들이 반대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의원수가 ‘늘고 줄 고’가 아니다.

선거법 발의 이전에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서는 국회가 국민에게 자중하며 호소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의원 정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데, 국민의 동의 정도가 매우 낮음에도 불구,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식물국회, 동물 국회 소리를 들었는데도 개선의 모습은커녕 뻔뻔하게 비례대표수를 늘이려하고 있다.

오히려 다수 국민들은 국회의원의 절반을 줄이기를 원하고 의원실 보좌진도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당 비례대표 공천룰을 개혁해야 한다. 어느 당을 막론하고 전문성과는 아무 상관없는 당료나, 특정계파 인사들이 비례대표 상위순번을 받고 원내에 무임승차하는 사례를 무수히 목격했다.

본래 취지와는 달리 정당 의석수만 확보했을 뿐이다. 비례대표수가 늘어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이번 선거법이 지도부의 공천권이나 특정 계파의 기득권만 강화시킨다면 도입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가져 올수 있다.

비례대표는 반드시 정당 내 민주화와 병행되어야 한다. 어찌 보면 비례제는 개방적이지도 민주적이지도 않다.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보면 오히려 비례대표 공천을 좌우하는 정당 지도부의 배만 불리고 정치계급들의 특권만 더 늘려주는 결과를 초래 할 것으로 우려된다.

의원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입법기관이지만 당론을 무시할 수 없어 거수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례대표제 옹호론자들은 비례 선거제도가 정당 들 간의 합의를 촉진하고, 나아가 타협의 정치경제로 이어지는 다당제로 갈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미 많은 국민들이 훤하게 꿰뚫고 있듯이 정당들의 비례대표의원 선출과정은 낙하산, 연줄편법, 불법, 금전으로 얼룩져왔던 것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극단 불순세력들이 합법을 가장 원내로 진출 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결국 비례의석 확대는 이미 배부른 고양이에게 또 생선을 안겨주는 결과만 낳을 뿐이다. 현행대로라면 굳이 비례대표를 선출할 필요가 없다. 앞서 언급했듯, 지금 비례대표의원은 본 취지와는 달리, 전문성이 있는 의원들이 별로 없다.

기부금의 액수에 따라 정당에서 순위를 정하고 선정했다. 국민이 낸 세금이 아깝게도 세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가 필요해 비례대표를 둔다고 해도 국회에서 그 분야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국고 낭비다.

각 정당마다 전문가들로 구성 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필요에 따라 자문을 받으면 된다. 특권 줄이기에는 발뺌만 하는 정치권이 제 살 깎기 없이 비례대표 수를 늘리려고 혈안이 되다니 후안무치다.

참으로 두려운 것은 국민의 안위보다 당리당략(黨利黨略)치우진 4+1협의체의 엉큼한 뒷거래다. 선거법도 그렇지만 현재 정의당과 민주당이 공조해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함께 처리하려는 일종의 거래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다.

정의당이 총대를 메고 비례대표 등 의원 수 늘리기를 띄우면 민주당이 지역구를 살리는 쪽으로 선거법개정안을 고쳐 당 안팎의 반발을 잠재우고 정의당, 평화당, 가칭 대안신당과 공조해 공수처법을 처리한다는 시나리오가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지만 낭설이기를 바란다.

현행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담은 선거법 개정안은 양당제가 가져온 지역주의를 깨고 분열과 갈등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보자는 취지에서 만든 정치개혁안이다. 그런 개혁안을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의원 수를 늘이겠다고 하면 국민들은 도저히 용납 할 수 없다.

다당제가 되고 비례대표가 는다면 우리 정치인들이 홀연히 대립과 갈등에서 타협과 협의의 정치로 도약 할 수 있을까. 꿈일 뿐이다. 오히려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집권당을 중심으로 독주 할 우려가 크다.

그 한 예가 제 1야당을 배제한 채 4+1 협의체가 예산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정치권은 한 때 면책특권 폐지, 등 특권 축소 및 폐지안을 마련한다고 호들갑을 떨기도 한 바 있지만 결국 유아무야 됐다.

대통령부터 말잔치뿐이다. 그러니 국민들이 대통령은 물론이고, 정치권을 신뢰 할 수 있겠는가. 일도 하지 않으면서 의원 수 늘이고, 보좌진 늘이고, 국민들이 분노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요즘 차가운 현실은 겨울 바다에 덜컥 뛰어들 때 빚어내는 고통의 외마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지난 해 여론조사에서 국회의원 세비와 특권을 대폭 줄이는 것을 전제로 의원 수 일부 늘리는 데 대해 반대 응답이 59.9%에 달했다.

세비와 특권을 내려놓는다는 전제를 달았음에도 반대 의견이 이렇게 많은 것은 아직도 의원 수 증가에 대한 국민 동의가 매우 낮은 수준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막무가내로 비례대표를 늘이기 전 우선 해야 할 일은 의원들의 자기희생이다.

기득권은 하나도 내려놓지 않으면서 챙길 것만 챙기겠다는 심보론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선거법 개정도 의원 수 늘이기 이전에 특권 줄이기와 자기희생, 세비 감면 등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정당들이 비례대표의원 후보 선출과정이 투명하되 과감하게 시민 추천제로 전환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

또 다시 예산안처럼 한국당을 배제시키고 4+1협의체로 공수처법을 통과시킨다면 국민들은 그대로 좌시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문 정권, 민주당은 국민을 두려워 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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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  egis01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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