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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 2년 반이 지났건만 정체성을 잘 모르겠다.
안호원 | 승인 2019.11.30 13:36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정부가 성공한 예는 없다.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교수 겸 박사] 오늘도 어김없이 컴퓨터 자판기를 두드리며 문득 떠오르는 게 있다. 본회퍼의 “미친 자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는 없다.”라는 단어와 “정치인과 기저귀는 자주 갈아줄수록 좋다.”는 미국작가 마크 트웨인의 풍자다.

이 말들이 결코 남의 나라 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물은 흘러가야 한다. 아무리 맑은 물이라도 고이면 썩어서 악취를 풍기게 된다.’ 모두 맞는 말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따뜻한 물 주전자 안에 앉아있는 개구리가 될 것인가. 머지않아 물이 펄펄 끓을 것이다.

그 결과는? 춘풍추상(春風秋霜), ‘남에게는 봄바람처럼 따사롭되, 자신에 대해서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라.’청와대 ‘여민관’에 적힌 글귀다. 지난 해 2월 최고의 무림지존은 저 글귀를 수족인 가신들에게 전하고 명심하라고 일렀었다.

촛불의 힘으로 정권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그 때만 해도 자신감으로 넘쳤다. 천하가 나의 춘풍추상을 믿었고 신뢰했다. 내 말이 곧 법이요, 내가 곧 진리였다. 새로운 신교(身敎), 새로운 교주(咬住)가 탄생했다.

그런데 지금 이 꼴은 무엇인가. 강호에선 ‘남에겐 가을 서리요, 자신에겐 봄바람’이라는 정치인들에게 중생(衆生)들은 냉소를 지어 보였다. 모두 다 ‘철가면 위선 선생 조국’ 덕분에 깨닫게 되었다.

살아있는 권력이 이렇게까지 대단 한 줄도 몰랐고, 또 이렇게까지 무너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억울하기까지도 하고, 분노마저 느낀다. ‘적과 아군을 구별하지 못하는 검찰만 생각하면 골머리가 지끈거린다고 하는 문 정권과 청와대.

그러다보니 적폐청산을 빌미로 정적을 가지까지 처내면서 검찰마저 뿌리 채 뽑으려고 검찰개혁을 내세우면서 나찰수(羅刹手)윤석열에게 칼자루를 쥐어주었는데, 그만 변수가 생겼다. 마음대로 무 베듯 칼날을 휘두르며 충견으로 생각했던 나찰수 윤석열이 배반(?)을 했다.

그 덕에 검찰을 때려잡는 공수처가 더욱 부각이 되고, 설치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문 정권은 ‘검찰이란 조금만 틈을 보이면 주인이라도 물어뜯는 야수’와 같은지를 몰랐던 것 같다.

과거에도 사람이 아닌 조직에 충실한 야수 같은 검사들이 있어서 이 나라를 위기에서 건저내지 않았던가. 음흉한 이 정권은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더욱 더 공수처 설치를 강조하며 검찰을 제압하려고 억지를 쓴다.

문 정권이 이처럼 특수부를 해체하려는 것은 ‘조국’과도 영향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조국 민정수석 당시 특수부를 통해 적폐청산을 하고 그 다음에 검찰의 힘을 빼는 개혁을 생각했던 것 같은데, 막상 조국 본인이 당해보니까 특수부가 걸림돌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특수부를 최대한으로 늘려서 적폐청산도 하고, 검찰 개혁도 하겠다고 생각했다면 정직하지 못한 것이었다. 수사는 물론 개혁도 ‘생물’이다. 꼼수를 두면 안 된다. 선택의 문제다.

참 안타까운 것은 2년 반이 지났건만 문 정권, 아니 문 대통령의 정체성을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혁신. 포용. 공정. 평화’을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상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통치 이데올로기가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혹자는 문 정권을 좌파진보라고 부르기도 한다. 조국이 국회에서 자신이 사회주의자라고 말한바 있지만, 경제적으로 사회주의, 전체주의를 추구하는 것 같은데, 솔직하지 못하고, 애써 감추려고 한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아도 어쩔 수 없다.

문 정권이 들어선 후 줄 곧 품어왔던 의문 중 하나가 포퓰리즘 정부인가, 아닌가, 또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은 포퓰리스트인가, 아닌 가였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확실하게 느껴져 온다. 누가 뭐라 해도 소주성은 실패했다.

최저임금인상, 주52시간근로제뿐만 아니라 공무원 17만 명을 왕창 뽑고, 사병봉급인상하고,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을 통제하려하고, 세금을 짜내 분배 확대와 빈곤해소라는 미명아래 나랏돈을 풀면 모두 잘사는 ‘분수효과’가 나온다며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 밀어 붙였다.

결과는 예측했던 대로 실망스러울 정도다. 1%대의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투자, 소비, 수출 등 경제 지표가 죄다 곤두박질치고 있다. 취업률도 늘었다고 하지만 모두 한시적인 노인 일자리뿐이다.

여전히 2030대의 실업률은 침체된 상태다. 과속은 금물. 주변을 잘 살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지난 2년 반 문 정권이 야심차게 펼친 정책은 하나 같이 다 실패를 했다. 우선 가신들을 잘못 두었다는 게 첫 실패작이다. 소득격차 해소는 되레 격차를 키웠다.

소주성 실패를 만회하고자 주먹구구식으로 국고를 털어 100조원 넘게 쏟아 부었으나 가난한 자는 더 가난해졌을 뿐이다. 특히 집값을 잡았다고 큰 소리쳤지만 그 역시 꼭 잡으려던 강남 집값은 올 2분기까지 2년간 역대 최대(36%)로 상승 했다. 이제는 남미의 선심성 포퓰리즘까지 닮으려 한다.

자식들에게 빚 폭탄을 넘길 작정인지 나라 곳간을 텅 텅 비우고 내년에만 60조원의 빚까지 내 500조 원의 예산을 흥청망청 쓰겠다는 재정 중독증에 걸렸다. 심지어는 ‘개혁’이란 미명아래 전체주의로 흐르는 조짐도 보인다.

‘촛불’의 신탁을 독점한 듯 적폐 청산에 이어 사법, 검찰, 언론, 교육 등에 ‘개혁 대 반 개혁 반동’의 이분법을 들이댄다. 코드와 이념으로 무장 된 자기편을 심어 조직을 장악한 사법 개혁이 그랬고, 다른 개혁도 그럴 것이다. 아니다 싶으면 접어야 하는 데 경제를 이념으로 보고 밀어붙인다.

그러니 “강남 좌파(Gangnam Left)의 사회주의 실험으로, 아시아의 호랑이였던 한국 경제는 개(犬)집 안(in the doghouse)에 있는 처량한 신세로 몰락했다는 조롱을 듣게 되는 것이다. 문 정권은 민족주의에 집착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우리 민족끼리’ ‘평화 경제’라는 감성적 구호를 선호하며 대한민국과 조선인민주의인민공화국을 ‘종족(種族)민족주의’로 통합하려고 한다. 간첩 신영복, 윤희상을 존경하고, 북한의 괴수인 김원봉을 국군의 창시자로 지칭 했던 문 대통령이 지난 해 9월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15만 북한주민에게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삶은 소대가리’ ‘남조선 집권자’라는 모욕을 참아냈다. 예측컨대 포용적인 민족주의를 중시하기 때문이리라. 문제는 이 민족주의가 한국에선 분열적으로 돌변한다는 것이다. 정부에 반대하는 진영을 ‘친일파 반민족주의자’로 내몰아 증오와 분노를 불러내고 적대시 한다.

세계 12대 경제대국인 한국이 3대 세습 젊은 독재자에게 굽실거리게 하는 민족주의가 배척의 도구로 변질한다. 민족주의에도 분명 차별이 있다. 어쩜 남과 북,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민족주의를 고집하는지도 모른다.

사실 문 정권은 편 가르기를 즐긴다. 지지자 1000만 명이면 세상을 쥐락펴락 할 수 있는데 왜 마다하겠는가. 편 가르기도 쉽다. 손가락 하나만 가닥하면 된다. ‘박그네,’ 재벌, 토착왜구, 미국, 선동하면 적(敵)은 언제든지 만들 수 있다. 적을 만들어야 내 편이 똘똘 뭉치고, 하나가 된다.

여기에 ‘내로남불’을 곁들이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된다. 돌이켜보면 과거 권력을 향한 적폐청산은 ‘개혁 없는 처벌’을 현재 권력의 조국 사태는 ‘처벌 없는 개혁’을 시도했다. 전자의 청산 동안 숱한 처벌은 있었으되, 권력기관. 재벌. 검찰. 교육 분야의 실질적 개혁은 없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 황당한 것은 국민의 정당한 대표는 자신이라며 영구 집권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다. ‘법보다 국민의 이익이 우선’이라며 그것에 맞게 선거제도를 바꾸고, 헌법까지 고치려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여당 대표는 ‘백년 집권’을 아예 떠들어 댄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불황과 함께 안보불안을 겪으며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들은 말만 번지레 하고, 알맹이도 없는 정책을 남발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거둔지 이미 오래다.

‘제왕적 청와대 정부’를 개혁하라는 국민들의 비판은 묵살되고, 청와대 특별사찰단 반장은 여전히 공석으로 있고 오히려 대상이 2% 정도에 불과 한 공수처 설치는 고집하며, 하나 됨을 강요하는 공기가 감지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경제적 사회주의, 분열적 민족주의, 획일적 전체주의가 뒤섞여 혼란스럽게 다가오고 있다. 시장에 굴복한 프랑스를 뛰어넘어 ‘우리 식 사회주의’를 성공시키겠다는 것인지?

사회주의자 조국을 감싸고도는 문 대통령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3년 전 광화문 광장에서 현직 대통령이 심판당하는 무서운 장면을 목격한 바 있다. 이제 막 임기반환점을 지난 문 대통령의 자세는 매우 위험한 수위다.

국민의 집단지성과 전문가의 판단을 무시하면 안 된다. 그 결과는 강 건너 불을 보듯 뻔하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정부가 성공한 예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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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  egis01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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